행복의 정원/애송시

秋日作 / 鄭澈

풍월 사선암 2008. 8. 23. 15:31

 
 

秋日作 / 鄭澈


山雨夜鳴竹     草蟲秋近床 

산우야명죽     초충추근상

流年那可駐     白髮不禁長

유년나가주     백발부금장

 

밤에 내리는 비 한밤에 대나무 울리고

풀벌레는 가을 되자 침상으로 다가오네

흘러가는 세월을 어찌 멈추랴!

흰 머리 자라는 것도 막지 못하면서...


송강 정철과 기생 진옥의 사랑 이야기


조선 선조 때 가사문학의 대가인 송강 정철은 세자 책봉 문제를 건의한다.

그러나 이산해의 모해로 선조의 노여움을 사서 파직되고 유배되었다.

처음에는 명천으로 정배되었다가, 곧이어 진주(晋州)로 옮기라는 명이 내린 지 사흘 만에 북녘 땅 강계(江界)로 유배되었다.


거처 주위에 가시 울타리까지 쳐지는(위리안치) 혹독한 귀양살이의 대부분을 송강은 독서와 사색으로 보냈다. 그런 중에서도 송강의 스캔들은 그치지 않았다. 이 당시에 송강과 진옥(眞玉 선조 때 기생)의 사랑 이야기가 회자되고 있다.


진옥은 본래 이름 없던 강계의 기생이었다.

그녀가 기생으로서 이름을 떨친 것은, 유배생활을 하던 일세의 문장가 송강과 사랑을 나누게 되면서부터이다. 정철이 강계에서 유배생활을 하면서 우울과 실의와 비탄에 빠져 있었다. 그래서 더러는 적소의 울분을 술로 달래기도 했던 것이다.


어느 가을 밤, 송강의 처소에 묘령의 여인이 방문한다.

"소첩은 기생 진옥이라 하옵니다.


벌써부터 대감의 명성을 들었사옵고 더욱이 대감의 글을 흠모해온 천녀(賤女)이옵니다” 라고 하며 정철의 노래를 가야금으로 타 올릴 것을 청한다.


세상에 살면서도 세상을 모르겠고

하늘 아래 살면서도 하늘 보기 어렵구나

내 마음 아는 것은 오직 백발 뿐인데

나를 따라 또 한 해를 넘는구나


정철은 진옥의 비범함에 놀랐다. 그날부터 정철은 유배생활이 조금도 괴롭지 않았다. 오히려 진옥의 가야금과 얘기 속에 풀어가며 진옥에게 끌려들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그녀는 단순한 기녀가 아니었다. 지혜롭고 슬기로운 여인이었다 .


이야기도중 진옥에게 아름다움을 느낀 송강은 진한 연정을품은 유혹을한다. 첫눈에 반하여 밤을 새웠다 할지라도 오늘날의 사랑과는 그 격이 다른


옥이 옥이라커늘 번옥만 여겼더니

이제야 보아하니 진옥일시 분명하다

내게 살송곳 있으니 뚫어볼까 하노라.


진옥이 붉으스레 얼굴에 홍조를띄며 즉시 화답한다는 시가


철이 철이라커늘 섭철(정제되지 않는 철)만 여겼더니

이제야 보아하니 정철(正鐵)일시 분명코나

내게 골풀무있으니 녹여볼까 하노라


이 얼마나 당시로서는 유교사회의 금기를 깬 남여간의 진한 사랑의 시(야한 소설같은)인가?

이때의 송강의 나이는 50을 훨씬 넘고 진옥은 갓 스물을 넘길때다.


그날 밤, 오랜 위리안치의 유배생할을하든 송강의 욕정은 스무살 여인의 농염한 여체위에서 활화산처럼 활활~타올랐으니...

두 사람에게는 깊어가는 가을밤이 봄밤처럼 짧았으리라.


동짓달 기나긴 밤을 한허리 베어내어

춘풍 이불아래 서리서리 넣었다가

어린님 오시어든 밤일랑 구비구비 펴리라.


하고 노래한 여인(기생 황진이)의 애닯은 마음이었을까? 나중에 두 사람의 관계를 안 본부인의 후일담이 전설처럼 아름답게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