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정원/애송시

북 극 성 - 정호승

풍월 사선암 2008. 8. 16. 09:50

 

북 극 성 - 정호승

 

신발끈도 매지 않고

나는 평생 어디를 다녀온 것일까

도대체 누구를 만나고 돌아와 황급히 신발을 벗는 것일까

길 떠나기 전에 신발이 먼저 닳아버린 줄도 모르고

길 떠나기 전에 신발이 먼저 울어버린 줄도 모르고

 

나 이제

어머니가 계시지 않는

어머니의 집으로 돌아와

늙은 신발을 벗고 마루에 걸터 앉는다

 

아들아,

섬 기슭을 향해 힘차게 달려오던 파도가 스러졌다고 해서

바다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아들아,

비를 피하기 위해 어느 집 처마 밑으로 들어갔다고 해서

비가 그친 것은 아니다

 

불꺼진 안방에서

간간이 미소 띠며 들려오는 어머니 말씀

밥 짓는 저녁연기처럼

홀로 밤하늘 속으로 걸어가시는데

 

나는

그동안 신발끈도 매지 않고 황급히 어디를 다녀온 것일까

도대체 누구를 만나고 돌아와

저 멀리

북극성을 바라보고 있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