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정원/애송시

잠지 - 오 탁 번

풍월 사선암 2008. 7. 25. 13:26

 

 

잠지 - 오 탁 번


할머니 산소 가는 길에

밤나무 아래서 아빠와 쉬를 했다

아빠가 누는 오줌은 멀리 나가는데

내 오줌은 멀리 안 나간다


내 잠지가 아빠 잠지보다 더 커져서

내 오줌이 멀리멀리 나갔으면 좋겠다

옆집에 불 나면 삐용삐용 불도 꺼주고

황사 뒤덮인 아빠 차 세차도 해주고

 

내 이야기를 들은 엄마가 호호 웃는다.

"네 색시한테 매일 따스운 밥 얻어 먹겠네"

 

    

익살과 재학의 천재 오탁번의 詩읽기-92


'깨댕이 시절' 우린 곧잘 친구들과 함께

"쉬 내기"를 한 적이 있었습니다.

누가 가장 많이, 그리고 멀리가는가 내기 입니다.

학교에서 파하면, 우리 동네 아이들 서너 명은 언제나 그 길로,

그 길에서, 갖은 장난을 하면서 옵니다.

똥누기도 오줌누기도 우린 꼭 같이 했습니다.

한 사람이 똥을 누자고 하면 약속이나 한듯 모두 엉덩이를 까고

길가 옆 풀밭에 숨어서 머리 꽁지만 내 놓고

똥누기를 합니다, 당연히 "방구내기"도 하지요

"우지직~ 빵빵 빵~"

"뽕~ .삥. 삐웅.피익. 픽.."


보리밥을 많이 먹었던 순서대로 입니다.

'고로코롬' '배 부르기'가 각박 했던,

방구도 '사람따라 소리따로'였던 시절입니다.

                        

한 사람이 오줌을 누면 전부 책보를 내 던지고 쉬를 합니다.

먼지가 풀풀나는 신작로 한가운데서 쉬를 합니다.

누가 멀리 나가나 "쉬 내기"

그 중에서 우리 반 키 큰 아이가 언제나 일등이였습니다.

초등학교 1학년 시절, 저는 키도 적고 몸도 허약했던터라

제 쉬는 항상 제 앞에서 '똥그르르' 였습니다.

매일 매일 '헤차래'를 피우다가 집에 옵니다. 

학교에서 집까지는 오리 길인데도 이렇게 놀다가

'해넘참'에야 집에 도착하면

엄니의 '따발총'이 '따따발총'이 되어 기다립니다.

벌써 오래된 이야기입니다.


아빠와 아이, 아이인 내 모습,

내 모습을 멀리 어른 될 때까지 사랑으로 안아 준

엄마의 마지막 말이 정답습니다.

우리 오탁번 시인님의 詩에서.


이민영李旻影(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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