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정원/애송시

호 수 - 이형기

풍월 사선암 2008. 7. 14. 18:35

 

호 수

이형기시.윤해중곡. 소프라노 김희정


어길 수 없는 약속처럼

나는 너를 기다리고 있다

나무와 같이 무성하던

청춘이 어느덧 잎지는

이 호수가에서 호수처럼

눈을 뜨고 밤을 새운다

이제 사랑은

나를 울리지 않는다

조용히 우러르는

눈이 있을 뿐이다


불고 가는 바람에도

불고 가는 바람처럼

떨던 것이 이렇게

잔잔해질 수 있는

신비는 어디서 오는가

참으로 기다림이란

이 차고 슬픈 호수같은 것을

또 하나 마음속에 지니는 일이다

어길 수 없는 약속처럼

나는 너를 기다리고 있다

 


'행복의 정원 > 애송시 '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고독 그 쓸쓸함에 대하여  (0) 2008.07.20
연꽃 / 레오나르도  (0) 2008.07.19
나는 잊고저 - 한용운  (0) 2008.07.14
쿠이 보노 - 토마스 칼라일  (0) 2008.07.13
바람 - 김영태  (0) 2008.07.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