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미한 옛 사랑의 그림자 - by 이정하 1. 수제비를 먹다가 하릴없이 눈물이 나는 걸 보니 내가 당신을 사랑하긴 사랑했었나 봅니다 수제비처럼 뜨겁게 사랑하긴 사랑했었나 봅니다
2. 수제비를 먹다가 눈물이 글썽여지는 건 수제비의 뜨거운 김 때문이 아니라 유난히 수제비를 좋아했던 그대 때문이라는 것을 그대는 모르진 않겠지요.. 길을 가다가 근처 꽃집의 후리지아를 보면 또 문득 눈물이 글썽여지는 것은 그 꽃을 유독 좋아했던 그대 때문이라는 것을 모르진 않겠지요.. 이렇듯 나는 그대가 좋아했던 것들을 접하면 눈물부터 앞서게 됩니다 그것들이 그대가 없는 빈 자리를 메꿔주다가 그대를 더욱 생각나게 하는 추억이 되어 내게 다가오기 때문입니다 일기장에선 벌써 지워버렸지만 내 가슴에선 끝내 지우지 못한 그대와의 추억들, 어쩌면 나는 평생 그것들을 안고 살아갈지도 모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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