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생활/바둑,오락

이세돌, 폭주는 멈추지 않는다!

풍월 사선암 2008. 2. 29. 00:27

   이세돌, 폭주는 멈추지 않는다!

한상훈의 뒷심도 무위에 그쳐

 

[제12회 LG배 세계기왕전 결승3국]

 

 

이세돌은 쿠테타를 허락하지 않았다.


2월 28일 서울 여의도의 LG트윈타워에서 열린 제12회 LG배 세계기왕전 결승 최종국에서 이세돌 9단이 한상훈 2단을 누르고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이9단에겐 생애 두 번째 LG배 우승이자 5년만에 거둔 쾌거다.


이세돌 9단이 백도을 한 웅큼 집어 들자 한상훈 2단은 조용히 두 개의 흑돌을 판 위에 올렸다. 백돌의 수는 16개. 이9단이 물끄러미 상대를 바라보자 한2단은 손가락으로 상대의 자리를 가리켰다.


흑을 잡은 이세돌 9단은 계시기가 켜지가 무섭게 착수를 시작하며 빠른 진행을 보인 반면 한상훈 2단은 매 수에 뜸을 들이며 신중하게 수순을 이어갔다. 초반부터 난해한 전투가 시작되며 한2단이 백을 잡는다면 1국과 마찬가지로 두텁게 판을 짜나가리라는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우변 포석에서 수순을 비튼 한상훈 2단은 백 두점을 버리고 선수를 잡은 뒤 우상귀에서 난전을 걸어가며 상대를 도발했다. 이후로도 끊임없이 강수로 일관. 백이 거칠게 나오자 오히려 이9단이 사석작전으로 화해(?)의 의사를 보였으나 한2단은 역으로 상변을 내주고 전면전을 이끌었다.

 

 

 

 

'괴물신인' 한상훈도 힘으로 '센돌'을 제압하는 것은 역부족이었다. 먼저 확정가를 차지한 흑은 유리한 상황에서 전투를 시작할 수 있었고 한2단은 계속 끌려다녀야 했다. 결국 미생마였던 흑 일단이 백에게 역공을 가하는 태세를 갖추자 승세는 급격히 흑에게 기울었다.

 


우변 백 모양이 삶을 구걸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자 검토실의 기사들은 이미 바둑이 끝났다며 판을 접었지만 한2단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최강의 승부수를 날리며 이9단을 긴장시켰다. 특히 상대보다 1시간가량 먼저 초읽기에 몰린 상황에서도 연이어 승부수를 날리자 동료 기사들은 한2단의 뚝심에 혀를 내두르며 감탄을 금하지 못했다.


결국 100수를 조금 넘긴 때부터 비세였던 바둑은 오후 5시 40분이 되어서야 반상의 모든 승부처가 없어진 한2단이 돌을 거두는 것으로 끝났다. 최종수수는 259. 끝까지 눈을 뗄 수 없는 처절한 난전이었다.


약 40분 정도 진행된 복기가 끝나자 상기된 표정의 한상훈 2단은 아버지와 함께 조용히 대국장을 떠났고 이세돌 9단은 인터뷰에 응했다. 시상식은 2월 29일 오전 11시 조선일보사 6층 사장접견실에서 열린다.


이세돌 9단은 이번 우승으로 4개의 국제대회를 포함해 총 8개의 타이틀을 거머쥐며 폭주를 이어갔다. 국제대회 4관왕은 이창호 9단도 2004년 단 한 차례 밖에 기록하지 못한 대기록이다.


또한 지난 삼성화재배와 LG배 우승만으로 4억 5천만원의 상금을 확보해 2001년 이창호 9단의 역대 상금랭킹 1위 기록(약 10억원)경신까지 거론시켰다. 특히 2008년은 격년 혹은 4년마다 열리는 응씨배, 춘란배, 도요타 덴소배 등이 열리는 해라 가능성이 더욱 높다.


비록 준우승에 그치긴 했으나 최강 이세돌 9단을 상대로 마음껏 일전을 펼친 한상훈 2단도 선전했다는 평이다. 검토실에 자리한 기사들은 "의욕이 앞서 원래 두텁게 두어나가다가 유리한 장면에서 상대의 도발을 이끌어 내는 본인의 스타�을 살리지 못했다."고 패인을 분석했다.


하지만 끈질긴 투혼과 중요한 장면에서 보여준 깊이 있는 수읽기는 이세돌 9단의 결승 상대로 손색이 없었다. 1국을 이겼을 당시는 최저단, 최단기간 세계대회 우승을 기록할 가능성이 높아졌으나 2001년에 이세돌 3단(당시)이 세웠던 최저단 세계대회 준우승 기록을 경신하는 것으로 돌풍을 잠시 멈췄다.


조선일보가 주최하고 LG가 후원하는 제12회 LG배 세계기왕전은 제한시간 3시간에 초읽기 1분 5회이며 돌을 맞힌 사람이 흑백 선택권을 가진다. 결승전은 3번기로 열리며 우승상금은 2억5000만원, 준우승상금 8000만원이다. 한국은 지난 8회 대회 이후 3년 동안 일본, 중국, 대만에 차례로 내줬던 우승컵을 되찾았다.


▲우승상금 2억5천만원과 함께 트로피를 받고 있는 이세돌 9단

▲트로피와 상금보드를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시상식이 끝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문순 조선일보사 전무이사, 정상국 LG그룹 부사장, 한상훈 2단,
이세돌 9단, 방상훈 조선일보사 사장, 김인 9단, 한상열 한국기원 사무총장

▲제12회 LG배 세계기왕전 우승자 이세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