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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 라이벌전](24) 한미약품 vs 유한양행

풍월 사선암 2007. 10. 16. 23:29

[新 라이벌전] (24) 한미약품 vs 유한양행


1등보다 2등 싸움이 더 볼 만한 경우가 있다. 제약업계가 그렇다. 현재 업계 부동의 1위는 동아제약이다. 지난해 5700억원의 매출을 올려 2위 그룹에 1500억원가량 앞섰다. 당분간 ‘넘버 원’의 자리는 흔들리지 않을 것 같다. 그러나 한미약품과 유한양행이 벌이는 2위 다툼은 사정이 다르다. 초박빙의 치열한 경쟁이다.

 


●한미약품, 지난해 최초로 2위 등극

지난해 한미약품은 전년 대비 12% 늘어난 4222억원의 매출을 올려 5% 증가에 그친 유한양행(4117억원)을 누르고 처음으로 2위에 올랐다. 격차도 105억원으로 적잖이 났다.


그러나 올해는 예측불가다. 상반기 매출은 한미약품 2338억원, 유한양행 2337억원으로 차이가 1억원에 불과하다. 중간집계로서는 거의 의미 없는 차이다. 게다가 2·4분기만 놓고 보면 유한양행이 1280억원으로 1221억원의 한미약품을 60억원가량 앞섰다.


올해로 설립 35년째인 한미약품은 82년 역사를 지닌 유한양행의 까마득한 후배다. 업계 전체적으로도 ‘고참’이 아니다. 그러나 다양한 ‘개량신약(기존 신약에 효능·효과를 추가한 약물)’으로 시장에 돌풍을 일으켰다. 반면 유한양행은 지난해 엄청난 악재에 허덕였다.9월 복제의약품과 오리지널신약의 약효가 같은지 확인하는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 파문 때 주력 5개 제품이 불일치 판정을 받아 판매허가가 취소됐다.


●한미약품, 개량신약으로 돌풍

한미약품은 그동안 업계에서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아왔다. 신약 제조기술은 없으면서 복제약으로 떼돈을 번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업계 2위는 ‘메뚜기떼 영업’,‘업계 최대의 접대비 지출’ 등을 이용해 얻은 성과라는 비아냥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한미약품은 “적극적인 연구개발(R&D) 노력의 결과”라며 억울함을 호소한다.


실제로 한미약품의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 투자 비중은 지난해 10.9%(255억원)로 업계 최고 수준이었다. 세계 최초의 고혈압 치료제 개량신약인 ‘아모디핀’(매출 1위)으로 글로벌 제약사 ‘노바스크’와 경쟁하고 있다. 지난 7월에는 호주 제약사와 비만치료제 ‘슬리머’를 7년간 1억 4000만달러어치를 수출하기로 계약했다. 경구용 항암제 ‘오락솔’의 임상실험도 진행하고 있다.


●유한양행 다양한 원천기술 보유

유한양행은 오래 전부터 얀센 등 세계 유수의 다국적 제약사와 합작투자 및 기술제휴를 맺어 높은 기술력을 닦아 왔다. 올 1월 독자개발한 국내 최초의 혁신신약 ‘레바넥스’(위염 치료제)를 출시했다.


특히 다른 국내 제약사들과 달리 신약원료 제조기술에서 높은 경쟁력을 갖고 있다. 해외로 수출하는 에이즈치료제 FTC나 항생제 PMH가 대표적이다. 유한양행이 만드는 전문 의약품의 70% 이상이 오리지널 의약품이어서 복제약 제조와 허가기준을 까다롭게 규정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이후 입지가 더욱 단단해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최근 실추된 신뢰도를 회복하는 게 절대적인 과제다. 지난해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 파문에 이어 이달 중 발표될 공정거래위원회의 불공정거래 과징금 부과대상에도 이름이 올라 있다.


한미약품의 창업주로 제약업계 주식보유 평가액 2위인 임성기(67) 회장은 아직도 활발하게 경영을 지휘하고 있다. 임 회장은 중앙대 약학과를 나온 정통 약사 출신이다. 반면 유한양행의 차중근(61)대표이사 사장은 경영학도 출신이다.‘책임경영’과 ‘전략적 네트워크 구축’을 바탕으로 2003년 이후 5년째 대표이사를 지내고 있다.


강주리기자 jurik@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