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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 라이벌전](23) 제일모직 제진훈 사장 vs LG패션 구본걸 사장

풍월 사선암 2007. 10. 16. 21:44

[新라이벌전](23) 제일모직 제진훈 사장 vs LG패션 구본걸 사장


패션계 지존자리 쟁탈전

제일모직과 LG패션, 코오롱그룹 패션부문은 국내 패션 업계에서 트로이카로 불린다. 외형(매출)만 보면 20년 먼저 패션 사업을 시작한 제일모직이 부동(不動)의 1위다. 그러나 LG패션은 영업이익면에서 제일모직을 앞선다. 실속은 있다는 게 LG패션의 주장이다. 신성장동력 발굴과 1위 수성(守城)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쫓고 있는 제일모직 제진훈 사장이 패션 사업 확대를 선언한 LG패션 구본걸 사장의 공격에 어떻게 응수할지 관심거리다.

 



올해 상반기 매출실적을 보면 제일모직 패션부문은 5527억원,LG패션은 3496억원어치를 팔았다. 매출액만 놓고 보면 2000억원 이상 차이가 난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보면 다소 다르다.LG패션은 올 상반기 460억원의 영업이익을 내 제일모직(428억원)을 근소하지만 앞섰다.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한 매출증가율은 LG패션(32.0%)이 제일모직(2.8%)을 훨씬 웃돈다.LG패션의 영업이익은 27.8% 늘었으나 제일모직(495억원→428억원)은 뒷걸음쳤다.


그러나 LG패션도 그리 여유롭지만은 않다. 그동안 업계 3위에 머물렀던 코오롱그룹 패션 부문(Fnc코오롱, 코오롱패션, 캠브리지)이 지난해 말 국내 남성 4대 정장 브랜드 가운데 하나인 캠브리지를 인수하면서 올해 상반기 매출액(3686억원)에서는 LG패션을 앞섰기 때문이다. 아직 영업이익의 격차(LG패션 460억원, 코오롱그룹 패션부문 295억원)는 있지만 매출 기준으로 보면 LG패션은 2위에서 3위로 밀려난 것이다.


2004년 취임한 제 사장은 전자재료 부문을 제일모직의 신성장동력으로 정하고 이를 키우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과거 제일모직이 직물·패션 위주에서 화학재료사업을 통해 글로벌 첨단 소재기업으로 거듭났듯이 미래를 담보할 새로운 먹거리를 만드는 데 여념이 없다.200억원대이던 전자재료 부문 투자가 지난해부터 1000억원대를 훌쩍 넘었다. 이에 따라 지난해에는 창사 이래 최대 매출(2조 8438억원)을 기록하는 등 괜찮은 실적을 올렸다.


제 사장은 1974년 당시 삼성그룹 계열사중 인기가 있었던 제일모직에 입사한 ‘모직맨’이다. 삼성물산 경영지원실장(CFO), 삼성캐피탈 사장 등을 지냈으며 재무통이다.


신성장동력을 키우면서 ‘패션 1위’ 아성을 지켜가는 일이 과제다. 올해 투자 계획도 패션(740억원)은 전자재료(1500억원)의 절반 수준이다. 신성장동력에 집중하면서 전체 매출은 커질지 몰라도 패션 부문에서는 실속 없는 1위로 전락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LG패션 구 사장은 구자경 LG 명예회장의 첫째 동생인 고(故) 구자승씨의 장남이다. 동생 본진(43·액세서리사업부장·상무)씨와 함께 LG패션을 이끌고 있다. 미국 회계법인 쿠퍼앤라이브랜드를 시작으로 LG증권 회장실 재무팀,LG전자,LG산전(현 LS산전) 등 계열사를 두루 거치면서 최고경영자 수업을 받았다.


2004년 LG상사 산하 패션&어패럴(현 LG패션) 부문장(대표이사 부사장)을 맡으면서 본격적으로 패션업에 뛰어들었다. 부문장 시절 라푸마(아웃도어), 헤지스레이디스, 모그(여성) 등을 내놓았다. 남성에 편중됐던 LG패션의 상품군을 여성과 아웃도어 부문(등산복 등)까지 확대시킴으로써 글로벌 패션기업의 초석을 놓았다는 평이다.


그러나 갈 길은 아직 멀다. 특별히 내세울 만한 브랜드를 키우지 못했다. 예컨대 헤지스 매출(450억원)은 올해 상반기 기준 제일모직 빈폴(2016억원)의 20% 수준이다. 마에스트로(987억원)도 제일모직 갤럭시(1180억원)를 이긴 적이 없다. 구 사장이 글로벌 파워 브랜드 육성을 경영 목표로 정한 이유다. 대표적인 전문경영인 출신의 제 사장과 재벌가 3세의 패션대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주현진기자 jhj@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