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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 라이벌전](12) 김종갑 하이닉스 사장 vs 이원걸 한전 사장

풍월 사선암 2007. 8. 2. 21:57

[新 라이벌전] (12) 김종갑 하이닉스 사장 vs 이원걸 한전 사장


김종갑(56) 하이닉스반도체 사장과 이원걸(59) 한국전력 사장. 업종만 봐서는 라이벌 관계가 성립하지 않는다. 하지만 두 사람은 경제부처 차관 출신이라는 공통점을 안고 있다. 그리고 거의 동시에 최고경영자(CEO)로 변신했다. 한 사람은 사기업, 한 사람은 공기업으로 갔다. 그것도 치열한 공모를 뚫고서다.

 

●대학 선후배에서 행시 동기로  

두 사람은 같은 대학(성균관대), 같은 과(행정학과)를 나왔다. 나이가 세 살 많은 이 사장이 선배다. 하지만 공직생활 출발은 같다.1975년 행정고시 17회에 나란히 합격했다. 초기에는 이 사장이 앞서갔다. 상고(대구상고) 꼬리표가 김 사장에게는 걸림돌이었다. 그러나 1970년대 말 김 사장이 당시 최각규 상공부 장관의 수행비서로 발탁되면서 상황은 역전됐다. 특유의 꼼꼼함과 완벽한 일처리로 인정받으면서 화려한 이력서를 써나가기 시작했다.


두 사람은 1년을 산업자원부 1,2차관으로 함께 일했다. 올 초 행시 동기(김영주)가 장관으로 오기까지의 상황이다. 자진해 옷을 벗은 뒤 김 사장은 하이닉스반도체에, 이 사장은 한전 사장에 곧바로 도전했다.


김 사장은 하이닉스에 도전한 이유를 “공직이 아니고도 길이 있다는 것을 후배들에게 보여주고 싶어서”라고 했다. 이 사장은 전공을 찾아간 예다. 자타가 공인하는 에너지통이다.


하지만 공직자로서의 능력과 CEO로서의 능력은 다르다는 점을 들어 시장은 우려의 시선을 보내기도 했다. 이런 시장에 두 사람은 보기 좋게 ‘한방’ 먹였다. 뚜껑을 연 2·4분기 실적은 기대이상이었다. 적자 전환을 점쳤던 시장의 예상을 깨고 김 사장은 순익 209억원(본사 기준)이라는 성적표를 내놓았다. 이 사장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6.8% 늘어난 2655억원의 순익을 달성했다. 모두 데뷔전은 성공적으로 치른 셈이다.


김 사장의 얘기다.“공무원 시절, 업체 관계자들에게 죽음의 계곡 3개를 넘어야 한다는 얘기를 귀가 따갑게 들었다. 첫번째는 기술개발 계곡, 두번째는 대량생산 계곡, 세번째가 판매 계곡이라고 했다.(하이닉스에)와 보니 그 말이 정말 실감난다.”


이 사장의 스트레스도 만만치 않다. 한전이 공기업이기는 하지만 자산규모(106조원)로 따지면 삼성그룹 다음으로 크다. 주식시장에도 상장돼 있다.


김 사장은 하이닉스를 100년 가는 기업으로, 이 사장은 한전을 글로벌 공기업으로 키우겠다는 야심을 갖고 있다. 김 사장은 비(非)메모리 사업 재진출이라는 결단을 내렸다. 이 사장은 국내 독점판매라는 ‘온실’에 안주하지 않고 미국 등 해외시장 개척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미국 발전소 인수를 추진 중이다.


●차가운 카리스마 vs 불도저 부산촌놈

두 사람의 스타일은 사뭇 다르다. 김 사장의 별명은 ‘국제신사’(젠틀맨)다. 이런 별명이나 귀공자풍 외모와 달리 지독하게 가난한 집에서 자랐다. 상고를 간 것도 그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차가운 카리스마’로 통한다. 좀체 속정을 주지 않는다는 평가다. 틈을 보이지도 않는다. 한 후배 공무원은 “시쳇말로 고향이나 학연이 전혀 안 통하는 스타일”이라면서 “논리를 갖고 합리적으로 설득하는 것만이 최상책”이라고 전했다.


이 사장은 별명이 ‘부산촌놈’이다.‘사람 냄새’가 훨씬 강하다는 평가다. 꼼꼼함은 다소 떨어지지만 일단 결정되면 불도저처럼 실행하는 스타일이다. 두 사람을 잘 아는 한 경제관료는 “철저하게 실적으로 말해야 하는 사기업에는 김 사장 같은 냉철한 카리스마가, 좌고우면해서는 안 되는 해외자원 개발에는 이 사장 같은 추진력이 적합하다.”며 “두 사람이 어떻게 뿌리를 내리느냐가 후배 관료들의 재계 진출 판도를 바꿔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미현기자 hyun@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