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정원/유모어

辱說某書堂[욕설모서당]

풍월 사선암 2007. 6. 17. 09:44

 

辱說某書堂[욕설모서당] 


書堂來早知 [서당내조지] 

서당에 아침 일찍 와서 알아보니

房中皆尊物 [방중개존물] 

방안에는 모두 존귀한 분들 뿐이고

生徒諸未十 [생도제미십] 

생도는 모두 열 사람도 못 되는데

先生來不謁 [선생내불알] 

선생은 와 보지도 않는구나.


김삿갓이 어느 시골 서당을 갔더니 생도들의 거동이 괘씸한데다가 선생도 나오지 않아 이 시를 지어놓고 나왔다. 음대로 읽어 보면 큰 욕이 된다.


김삿갓 [김립]金笠

[1807년 출생 ~ 1863년 전남 화순군 적벽에서 사망]


본명은 金炳淵[김병연] 조선순조[純祖]7년 권세가문 안동김씨 집안에서 태어났다. 당시 황해도 선천부사였던 할아버지 김익순이 홍경래의 난때 홍경래 일파에게 항복하고 투항한 죄로 난이 진압된뒤 조부는 사형당하고 집안이 멸족을 당하게 된다. 그때 병연의 나이 6세 자기집에 거느리던 노비 김성수의 도움으로 형 김병하와 함께 황해도 곡산땅에 피신하여 공부. 그 뒤 죄는 김익순 에게만 한하고 그 자손 에게는 멸족에서 폐족으로 사면. 형제는 다시 어머니와 홍천 외가에 머물다가 폐족의 멸시를 피해 강원도 영월땅에 숨어서 살았다.


이 사실을 모르는 병연은 강원도 에서 시행하는 과거에 응시해서 [論鄭嘉山忠節死嘆 金益淳 罪通于天]논정가산충절사탄김익순죄통우천 이라는 자기의 조부를 조롱하고 욕하는 시제로 장원급제 하였다.


그러나 자신의 내력을 어머니로 부터 듣고 조상을 욕되게 한 죄인 이라는 자책과 폐족자에 대한 멸시 등으로 20세 무렵에 처와 자식을 내버려 둔채 방랑의 길에 올랐다. 그는 푸른하늘을 볼수없는 죄인이라고 머리에 커다란 삿갓을 쓰고 지팡이를 벗삼아 석양에 비치는 산 그림자를 노래하고 하늘을 지붕삼아 술을 벗삼아 방랑길에 올랐다. 그의 한시는 풍자와 해학을 담고 있어 전통적인 한시의 신성함 혹은 권위에 대한 도전. 양식파괴 등 과감한 당시로선 개혁의 시도로써 더욱 강열히 우리 가슴에 여운을 남긴다.


"신하라고 불려오던 너 김익순(김삿갓의 조부)은 듣거라. 정공은[가산군수 정시라는인물] 문관 이면서 충성을 다하지 않았더냐! 너는 적에게 항복한 한나라의 李陵[이릉]같은 놈이요. 정시의 공명은 송나라의 岳飛[악비]처럼 길이 빛나리로다"


김삿갓의 장원급제 시제본문중 의 글이다. 황해도 가산군수 정시는 문관이면서 홍경래와 끝까지 싸우다 전사 하였으나 김삿갓의 할어버지 김익순은 무관면서도 홍경래에게 항복하였던 것을 통박하였다.


장원급제 시제 마지막 부분


"너(김익순:김삿갓의 조부)는 임금도 배반하고 조상도 배반한놈 한번 죽어서는 너무 가볍고 만번 죽어야 마땅하다. 춘추의 필법을 너는 아느냐? 모르느냐? 치욕적인 이 사실은 역사에 남겨 길이 전해야 하리라"

 


방랑시인김삿갓/명국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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