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의 양식/시사,칼럼

[천자칼럼] 구름

풍월 사선암 2006. 12. 30. 11:40

 

     [천자칼럼] 구름

 

      변화무쌍한 구름의 모양을 보면 온갖 상상이 떠오른다.

      누군가의 모습이 연상되는가 하면, 그리운 사람의 마음을 전해주는 것도 같고,

      영락없는 천상의 그림이라는 생각도 든다.

      때때로 먹구름이 몰려오면 금세라도 저주를 퍼부을 듯하다.

      한 군데 머물지 못하고 늘 이동하는 구름을 우리네 삶에 빗대어 인생무상을

      노래하기도 한다.

      그래서 헤르만 헤세는 구름을 두고 향수, 낭만, 방탕, 원망이라고 했나 보다.

 

      고려시대의 최고 문장가였던 이규보는 자신의 호를 아예 구름을 따서 백운거사

      (白雲居士)라 했다.

      그는 "느릿느릿 퍼지는 구름은 군자의 거동과 같고,거두어 들이듯  모아지는

      구름은 지사의 취미와 같은 것"이라고 했다.

      구름 속에서 군자와 지사를 읽어낸 그의 여유로움이 돋보인다.

      구름은 원한을 전해주는 메신저이기도 하다.

     "철령 높은 봉에 쉬어 넘는 저 구름아/

      고신원루(孤臣寃淚)를 비삼아 띄워다가/

      님계신 구중심처(九重深處)에 뿌려볼까 하노라."

      선조때 영의정을 지낸 이항복이 북청으로 유배를 가면서 자신의 억울한 심정을

      거칠 것 없는 구름에 기대어 하소연했다.

 

      요즘 구름이 화제로 떠올라 있다.

      교수신문이 올해의 사자성어로 밀운불우(密雲不雨)선정하자

      대선 예비주자들과 정치권이 다투어 구름잡기에 나섰다.

      구름이 움직여 비가 온다는 운행시우(雲行施雨),

      심한 가뭄에 비가 내린다는 한천작우(旱天作雨),

      마음을 비우면 비가 내린다는 무심운집(無心雲集) 등이 그것이다.

      이런 사자성어들은 당장이라도 비를 뿌렸으면 하는 국민들의 답답한 마음을

      대변하는 것일게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혹여 먹구름이 몰려올까봐 걱정이다.

      뭉게뭉게 피어 오르던 구름이 급히 사라지면서 휘몰아치지나 않을까 불안한

      마음뿐이다.

      아무쪼록 국민들이 바라는 구름은 천둥 번개가 치면서 폭우가 쏟아지는

      쌘비구름이 아니다.

      새하얀 깃털처럼,두루마리처럼 둘둘 말려있는 털구름과 층쌘구름이다.

      새파란 하늘에 형형색색 수채화를 그리는 구름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싶다. 
 
      박영배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