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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신입생, 의예 43% 법대 38% “우리집은 상류계층”

풍월 사선암 2006. 11. 3. 12:33

서울대 신입생, 의예 43% 법대 38% “우리집은 상류계층”

 

‘서울대 신입생 특성 조사 보고서’ 분석 결과는 ‘개천에서 용 난다’는 속담이 이미 옛말이 됐음을 실증적으로 보여준다. 부모의 학력과 직업 등 신입생의 사회·경제적 배경은 갈수록 좋아지고 있으며, 스스로 상류층이라고 느끼는 학생 비율도 늘었다. 이런 경향은 특히 법대와 의대에서 뚜렷하게 나타났다. 부모 학력=어머니의 교육수준을 보면, 처음 조사가 시작된 2002년에 50.7%였던 대졸 이상 고학력자 비율이 올해에는 57.6%로 늘었다. 대학 졸업이 47.6%, 대학원 졸업이 10%였다.

 

통계청의 2005년 인구주택 총조사에서 대학 신입생의 부모 나이에 해당하는 45~49살 여성 가운데 대졸 이상 비율은 15.4%에 그쳐, 서울대 신입생 어머니의 고학력자 비율이 3.74배나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대학원 졸업자 비율은 서울대 신입생 어머니가 같은 연령대의 전체 여성(1.3%) 보다 7.69배나 높았다.


부모의 학력은 인문계열에서는 법대가, 자연계열에서는 의대가 가장 높았다. 올해 신입생 가운데 아버지가 대졸 이상인 학생 비율이 의예과는 91.8%, 법대는 81.1%에 이르렀다.


아버지 직업=1991년부터 올해까지 보호자 직업에 대한 조사 방식은 두 차례 바뀌었다. 직업분류가 세분화하거나 포괄적으로 바뀌면서 연속적인 비교가 어려워져 기간을 셋으로 나눠 분석했다. 우선 91~95년 사이 전문직과 관리직 비율은 22.7%에서 25.6%로 2.9%포인트 늘어난 반면, 육체 노동은 3.4%에서 3%로, 농어업은 9.7%에서 6.6%로 줄었다.


직업분류가 포괄적으로 바뀐 96년~2001년에는 전문직·관리직 비율이 49.6%에서 52.8%로 3.2% 포인트 늘었으나, 생산직·농어민 비율은 13.2%에서 12%로 줄었다. 일부 직업분류 항목이 달라진 2002~2006년에는 전문직과 경영·관리직 비율이 38.7%에서 40.7%로 2%포인트 늘었으며, 비숙련노동·농축수산업 비율은 3.1%로 변화가 없었다.


아버지 직업이 전문직인 신입생의 비율이 가장 높은 단과대는 의예과로 41.7%에 이르렀으며, 법대(34.6%), 음대(29.8%), 사회대(22.9%)가 뒤를 이었다. 경영·관리직 비율은 미대(39.1%)가 가장 높았으며, 경영대(30%), 수의대(26.1%), 음대(25%) 차례였다.


고교 유형=과학고와 외국어고 출신은 처음 조사가 시작된 2002년에는 7.6%였으나 올해에는

11.5%로 크게 늘었다. 과학고와 외국어고 학생이 전체 학생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2002년 1.2%에서 2006년에는 1.4%로 약간 늘어난 데 그친 것에 견줘보면, 이들 학교 출신 신입생은 가파른 증가세를 보여주고 있다.


특히 외국어고는 정시에서, 과학고는 수시에서 두각을 나타낸 것으로 조사됐다. 정시의 경우, 과학고 출신 비율은 1.5%(2002년)에서 1.0%(2006년)로 오히려 줄었으나, 외국어고 출신 비율은 4.4%에서 8.2%로 2배 가까이 늘었다. 수시에서는 과학고가 8.7%에서 12.2%로 증가한 반면, 외국어고는 4.0%에서 4.1%로 거의 변화가 없었다.


학생 의식=‘자신의 가정이 사회경제적으로 어느 계층에 속한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상류계층’(상류+중상류)이라고 답한 학생 비율은 96년 26.2%에서 올해에는 28.3%로 늘었다.

올해 신입생의 경우, 미대(45.9%), 의예과(42.6%), 음대(39.6%), 법대(38.2%) 차례로 ‘상류계층’ 이라는 답변이 많았다. ‘서울대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사회적 지위’(또는 사회적 인정)를 꼽은 학생 비율은 91년 20.7%에서 올해에는 43%로 늘었다. 이종규 기자 jklee@hani.co.kr


입시제도 따라 분포도 출렁

특차→과학고 늘고, 내신→대도시 줄어

입시제도 변화도 신입생 구성에 영향을 줬다. 대체로 수능이나 대학별 고사가 강화되면 대도시 고교나 특목고 비율이 늘지만, 내신이 중요해지면 대도시 출신 비율이 줄어들었다.


2004학년도 정시 모집부터 수능 반영 비중이 20%에서 33.3%로 늘면서, 외고 출신 비율은 그 전해 6%에서 8.2%까지 올라갔다. 2005학년도 7.2%로 약간 주춤하던 외고 출신 비율은 2006학년도 8.2%로 다시 늘었다.


특차와 특기자 전형 등이 도입되면서 대도시 및 특목고 출신 비율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특차 전형이 도입된 1999학년도엔 서울 및 광역시 출신 학생 비율이 71.3%나 됐고, 이후 75% 선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특기자전형이 도입된 2005학년도 수시에서는 과학고 출신이 10.1%로, 전해 5.6%보다 갑절 가까이 늘었다. 2006학년도는 과학고와 외국어고 출신 비율이 정시에서 9.2%였으나 수시에서는 16.3%나 됐다. 이는 수시에서 특기자전형 등을 통해 과학고 등을 우대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농어촌특별전형이 도입된 2002학년도엔 읍·면 출신 학생이 4.1%로 그 전해에 비해 28% 늘었다. 읍·면 출신 학생 비율은 이후 5%를 넘나들다 올해엔 6%를 차지했다.  <[한겨레] 최현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