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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헌 살롱] 華山과 바둑

풍월 사선암 2006. 9. 16. 21:28

[조용헌 살롱] 華山과 바둑

 

중국에서 구경해 볼 만한 명승지는 오악(五嶽)이다. 동쪽에는 태산(泰山), 서쪽에는 화산(華山), 남쪽에는 형산(衡山), 북쪽에는 항산(恒山), 그리고 중앙에는 숭산(崇山)이 있다.


이 오악 가운데서 제일 험한 산이 시안(西安)에서 자동차로 2시간 거리에 위치한 화산이다. 산 전체가 백색의 화강암으로 이루어졌다. 높이는 약 2200m. 북한산 인수봉의 2~3배 되는 화강암 거봉(巨峯)들이 하늘을 향해 쭉쭉 뻗어 있다. 산 전체가 화강암이므로 당연히 올라오는 지기(地氣)도 강하다.


내공(內功) 수련자들 가운데 금기(金氣)가 약한 사람들은 화산에서 수련하면 효과를 본다. 몸이 약한 사람들이 이 산에 올라오면 골치가 띵할 정도로 기운이 강하다. 화산의 바위 절벽 중간중간에는 수백 년에 걸쳐서 도사(道士)들이 도를 닦기 위해서 인공으로 파 놓았던 동굴들이 수십 개나 있다. 이런 동굴들은 독수리 집처럼 험한 곳에 자리 잡고 있다. 절벽에 걸려 있는 줄사다리를 타야만 겨우 올라갈 수 있다. 무협지에 등장하는 ‘화산파(華山派)’는 무공(武功)이 간단치 않은 것으로 묘사되는데, 거기에는 그럴 만한 까닭이 있는 것이다.


 화산은 오로지 도교 도사들의 산이었다. 불교 사찰은 찾아볼 수 없다. 다른 명산들은 불교 사찰과 도교 사원이 섞여 있지만, 화산만큼은 도교의 산이다. 그 이유는 10세기 무렵에 화산에서 도를 닦았던 진단(陳?)이라는 도사 때문이다. 유학자들이 신주단지처럼 모시는 태극도(太極圖)의 원형도 원래 도사였던 진단이 화산 석벽에 새겨놓았던 것이다.


송나라를 세운 태조 조광윤(趙匡胤·927~976)은 진단을 만나 고견을 듣기 위해 화산에 왔었다. 이때 진단과 조광윤은 화산의 암봉 위에서 바둑을 두게 되었다고 한다. 진단이 조광윤에게 “무엇을 걸겠느냐?”고 물었을 때, 조광윤은 “화산을 걸겠다”고 대답했다. 진단이 바둑에 이기면 세금을 면제해 주겠다는 조건이었다. 결과는 진단의 승리였다. 이때부터 화산은 국가에 세금을 내지 않았으므로 도교 도사들의 산이 되었던 것이다.


지난 3일에 한국의 조훈현과 중국의 녜웨이핑이 화산 북봉의 누각에서 바둑을 두었다는 보도가 있었다. 이 북봉의 누각은 구름을 뚫고 솟아 있는 절경 중의 절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