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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부동산규제 실험장?

풍월 사선암 2006. 9. 13. 11:10

   한국은 부동산규제 실험장?

전업주부에 증여세… 6억 집 산 사람은 ‘탈세범’ 취급…

정부 마구잡이式 규제에 전세난·경기위축 심화

 

1. 판교 아파트 '부부 공동명의' 금지

정부는 투기억제를 명분으로 판교 등의 분양 아파트에 대해 ‘부부 공동명의’를 금지하고 있다. 판교의 경우, 중소형은 10년간 분양권 전매, 중대형은 5년간 분양권 전매를 금지하는 규정을 정부가 ‘부부 공동명의’에도 기계적으로 적용했다. 또 판교 신도시 중대형 평형에 당첨된 전업 주부에 대해서도 거액의 증여세를 부과한다는 방침이다. ‘한국 여성의 전화’ 허난영 팀장은 “현재 법 추세가 재산의 부부 공동소유를 인정하고 있다”며 “투기와 전혀 상관 없는 부부 공동명의까지 규제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2. '기반시설 부담금제' 전세난 부추겨

기반시설 부담금제가 다가구·다세대주택 등에도 무차별적으로 적용돼 건축경기 위축과 서민 전세난을 부추기고 있다. 이 제도로 100평짜리 다세대 주택을 짓기 위해서는 2000만원 정도의 부담금을 내야 한다. 안양시 만안구청관계자는 “경기가 좋지 않은 데다 기반시설 부담금이 부담스러운 탓에 건축 허가가 사실상 중단된 실정”이라고 말했다. 성남시청은 8월 건축허가 건수가 20여 건으로, 작년 같은 기간의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부동산퍼스트’ 곽창석 전무는 “각종 규제로 다가구·다세대 주택 건설이 거의 중단돼 서민 주택의 전세난은 시간이 갈수록 심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3. '6억 주택거래자' 실입주 신고제

정부는 이달 말부터 강남 등 22개 지역의 6억원 이상 주택거래자에 대해 ‘자금 조달계획서’와 ‘실입주 여부’를 신고하도록 할 방침이다. 이미 실거래가 신고제도가 전국적으로 실시되고 있는 상황에서 실입주 여부까지 신고하도록 한 것은 주택 취득 자체를 범죄시하는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히 6억원 이상 주택에 대해서는 양도세 중과세와 대출 규제, 종합부동산세 부과 등 다단계 그물망 규제가 가해지고 있다. ‘내집마련정보사’ 함영진 팀장은 “고가주택 보유세를 강화하자 다주택자들이 비강남권 주택을 처분, 강남권과 비강남권 간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4. 은퇴계층에도 세금 중과세

정부가 보유세를 대폭 늘려도 강남권 집값은 큰 변동이 없다. 전문가들은 “보유세를 올리면서 양도소득세를 중과세한 정책에 따른 부작용”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가령, 95년에 3억원에 구입한 46평형 주택을 17억원에 처분하고 14억원짜리 주택을 다시 살 경우, 양도소득세(2억5000만원)와 취득세·중개 수수료(6000만원)를 내고 나면 오히려 돈을 빌려야 한다. 건설산업연구원 박용석 연구위원은 “양도세 때문에 매물이 나오지 않아 집값이 떨어지지 않고 있다”며 “고가 주택 한 채만 소유한 노인들은 이도 저도 못하고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5. 중산층도 집 사지 말라는 대출규제

6억원 이상 주택은 소득에 따라 대출을 규제하는 ‘DTI 제도’가 적용돼 주택가격의 20~30% 정도를 대출받기도 어렵다. 미국·영국 등 선진국들이 국민들의 내 집 마련을 돕기 위해 집값의 10% 정도만 있으면 나머지 자금은 장기대출을 받아 상환하도록 하는 것과는 정반대 정책이다. 건설산업연구원 김현아 박사는 “지나친 대출규제로 중산층의 내 집 마련도 쉽지 않은 실정”이라고 말했다.

 

차학봉기자 hbcha@chosun.com / 입력 : 2006.09.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