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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에 젖은 가족애…‘괴물’을 보는 감상포인트

풍월 사선암 2006. 8. 1. 11:18

 

평단과 언론의 격차에 이어 18일부터 시작된 영화 ‘괴물’의 일반 시사회에서 관객들 반응도 뜨겁다. 제목 ‘괴물’앞에 붙은 ‘한강 가족 그리고…’라는 광고 카피가 말해주듯,영화를 관통하는 코드를 알고 보면 더 재미있다. 괴물의 감상 포인트를 다섯 가지 키워드로 정리했다.


[괴물]…묘기행진 벌이는 50억짜리 주연

제작비 110억 원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50억 원이 괴물에 들어갔다. 머리에서 가슴까지는 울퉁불퉁하고 사람을 휙 낚아채는 꼬리는 길고 미끈하다. 체조선수처럼 꼬리로 교각을 감아 가며 공중회전을 선보이고 다이빙 선수처럼 물보라를 만들며 우아하게 수직으로 물에 들어간다. 퉁퉁거리며 뛰어가는 모습은 은근히 귀엽다. 이빨이 4등분돼 둥글게 열린다. 입에서 끈끈한 침과 해골들을 뱉는 모습, 긴 혀가 먹잇감을 핥는 모습에선 소름이 돋는다.


[한강]…어두운 하수구 밑에선 무슨 일이

괴물은 우리에게 낯익은 공간을 너무나 낯설게 만든다. 영화 초반 검푸른 강물에 흙탕물이 번져 가는 모습은 평상시의 한강과는 달리 심히 우울하다. 괴물의 은신처인 하수도는 낮에도 어두컴컴하다. 아름다운 한강 아래 저렇게 음침한 하수도가 있었다니. 밤에 ‘조명발’로 번쩍이는 한강 다리 밑은 줄줄이 선 기둥 때문에 낮에도 마치 괴물이 사는 ‘죽음의 신전’ 같다. 영화에서 한강에 독극물을 버리라고 지시하는 미군의 대사처럼, ‘한강은 무척 크다’.


[가족]…특별할 것 없는 우리 주변 사람들

등장인물들은 소시민이다. 한강에서 매점을 운영하는 박강두(송강호)는 양아치같이 얼룩덜룩한 노랑 머리에 무릎 나온 회색 추리닝 차림으로 꾸벅꾸벅 졸고 있는 한심한 인간. 그러나 딸 현서(고아성)에게 새 휴대전화를 사주려고 컵라면 그릇 가득히 100원짜리를 모아 놓은 자상한 아빠이기도 하다. 아들을 측은하게 여기는 아버지 희봉(변희봉), 대졸백수 남일(박해일), 느려 터진 양궁선수 남주(배두나)도 딱히 잘난 것 없는 사람들. 그러나 현서가 괴물에게 납치되자 그들 모두 전사가 된다. 누구든, 내 자식이 잡혀간다면 그렇게 변할 것이다.


[유머]…합동분향소의 웃지못할 해프닝

괴물에게 희생당한 사람들의 합동분향소 장면. 손녀가 죽었는데 “니 덕에 우리가 다 모였다”는 희봉의 말이나 가족이 바닥에 누워 오열하며 데굴데굴 구르는 모습을 보고 시사회 관객들은 웃는다. 상황에 맞지 않는 등장인물들의 우스운 대사와 행동이 반복되면서 그 자체가 삶의 아이러니를 보여준다. 강두 가족처럼, 진짜 죽을 만큼 괴로워도 잠은 오고 배는 또 고파져 목구멍으로 퉁퉁 불어 터진 라면과 김밥을 우적우적 밀어 넣어야 하는 것. 그게 슬픈데 그 장면은 또 우습다.


[진짜 괴물?]…상처받은 가족들의 또 다른 적은

강두는 절규한다. “제발 내 말 좀 끊지 마. 왜 내 말 안 들어줘.” 대형 참사가 날 때마다 TV 속에서 본 유가족들의 모습이 항상 그랬다. 그들은 무능한 공권력에 분노하고 사람들의 무관심에 상처받았을 것이다. 우리는 그들을 비추는 TV 카메라를 보며 ‘참 안됐다’고 생각하면 그 뿐이다. 강두는 정신병자로 몰리고 사람들은 그들을 이용하고 등쳐 먹는다. 영화의 영어 제목은 ‘더 호스트(The Host)’, 치명적인 바이러스를 보유한 숙주를 뜻한다. 미국이 사건의 단초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이 작품을 반미 영화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지만 결국 진짜 괴물은 해석하기 나름. 무능하고 부패한 권력일 수도, 인간의 이기심과 무관심일 수도 있다.

 

채지영 기자 yourca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