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의 산책/우리음악

웃음따라 요절복통 - 서영춘

풍월 사선암 2006. 7. 26. 20:25
 

 

웃음따라 요절복통 - 서영춘

 

시골 영감 처음 타는 기차놀이라

차표 파는 아가씨와 실갱이 하네

이 세상에 에누리 없는 장사가 어디 있어

깎아달라 졸라대니 원 이런 질색


기차는 삑하고 떠나갑니다

영감님이 깜짝 놀라 돈을 다 내며

깎지 않고 돈 다 낼 테니 나 좀 져다 주

저 차 좀 붙들어요 돈 다 낼 테니


삼등차는 만원이라 자리가 없어

옆에 차를 슬쩍 보니 자리가 비었네

옳다구나 땡이로구나 집어 탔더니

표 검사에 이등차라고 돈을 더 물었어요

 

웃음 뒤에 짙게 깔린 그의 고독을 보았는가? 무대에 오르기 전 쓰디쓴 소주의 힘으로 떨쳐버리기 힘든 삶의 무게를 감춘 코미디계의 대부 서영춘은 1986년 58세의 나이에 간암으로 팬들과 작별했다. “어린 시절 서영춘 선생님의 코미디를 흉내내며 자랐으니 코미디에 도전하는 나에게 그는 절대적인 인물이겠죠. 언젠가는 그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를 꼭 만들고 싶어요.”


최근 ‘달마야 서울가자’(감독 육상효·공동제작 코리아픽쳐스,씨네월드)에 출연,코미디 연기에 도전하고 있는 배우 신현준이 추억의 서영춘 코미디를 끄집어내며 그를 부활시키고 있어 큰 관심을 끌고 있다.


말보다 행동으로 보여주는 원초적 웃음을 통해 우리나라 슬랩스틱 코미디의 일인자로 군림하며 서영춘 스타일 코미디를 정착시킨 주역이기에 그가 코미디계에 기여한 공로는 실로 대단하다. 서영춘으로 대변되는 코믹한 노래 ‘서울 구경’을 그가 부를 때 걸쭉한 웃음과 우스꽝스런 표정연기는 그야말로 압권이고 많은 국민에게 사랑을 받기에 손색없을 정도였으니 시간이 흐를수록 그의 빈자리가 더욱 빛나지 않을 수 없다. 60∼70년대 구봉서 배삼룡과 함께 남성 트로이카 시대를 연 서영춘은 숱한 유행가를 남겨 오늘날 후배 코미디언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명배우임을 부정하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우리 시대의 영원한 광대 고(故) 이주일씨가 서울시민회관에서 열린 서영춘의 리사이틀 공연을 보며 ‘시골영감 처음 타는 기차놀이다. 차표 파는 아저씨와 승강이하네…’ ‘인천 앞바다에 사이다가 떠도 고뿌(컵)가 없으면…’ 같은 서영춘의 주옥같은 레퍼토리를 따라하며 공부했다니 그의 아성이 어느 정도였는지 쉬 간파된다.


그의 영향력은 오늘날의 젊은이들에게도 전이되고 있다. 지난해 ‘MC K’라는 홍대씬의 힙합 아티스트는 서영춘의 히트 유행어인 ‘대단히 감사합니다’라는 서영춘의 목소리를 그대로 재현하는 스크래치를 선보여 10∼20대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던 것은 이를 방증한다.


뿐만 아니라 지난 2002년에는 한 광고가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다름 아닌 고인이 된 서영춘이 하벤 플러스라는 감기약 광고를 통해 부활했던 것이다. 생전의 모습이 컴퓨터 그래픽 처리되어 방송되는 진풍경이 연출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그의 전성기의 명성을 다시 더듬기 시작했다. 더군다나 그의 딸인 개그우먼 서현선과 개그맨으로 맹활약하고 있는 아들 서동균이 아버지와 함께 출연해 그의 히트곡 ‘서울 구경’을 부르며 유쾌하게 웃는 장면은 보는 이의 가슴을 찡하게 만들 만큼 그는 우리 시대의 영원한 희극인이었다.


코미디를 위해 태어났을 법한 그의 명연기가 눈에 선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그가 세상과 작별한 지 거의 20년이 되었지만 그의 코미디 정신과 수많은 유행어는 시간의 흐름과 상관없이 시대를 관통하고 있다.

연예칼럼니스트-[강태규 그때 그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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