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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어를 삭혀먹게된 유래를 알고 싶습니다

풍월 사선암 2006. 5. 31. 08:13

홍탁삼합

 

홍어의 고향 흑산도는 목포에서 약 90km 정도의 거리로 뭍에서 먼 거리에 위치합니다. 요즈음은 쾌속선을 타고 뱃길로 두 시간 거리지만 과거 일반 여객선으로는 다섯 시간이 더 걸렸습니다.

 

이보다 더 먼 옛날, 돛단배를 타고 오가던 시절에는 기상 상태에 따라 며칠씩 걸리기도 했는데 변변한 냉장 설비가 없었던 어부들이 애써 잡은 생선은 육지의 어시장까지 가기 전에 상해 버리기 일쑤였죠.


그런데 개중에는 맛이 갔어도 먹고 배탈이 안 나는 생선이 있었으니 그게 바로 홍어였다고 합니다. 그 이후로 홍어를 별미로 삭혀 먹었다고 합니다. 이 삭힌 홍어 얘기는 조선 후기의 학자 정약전의 <자산어보>에도 나오는데 '나주인들은 삭힌 홍어를 즐겨먹는데, 탁주 안주로 곁들여 먹는다'고 기록되어 있을 만큼 오래된 발효 음식입니다.


홍어의 '홍'자와 탁주(막걸리)의 '탁'자를 따서 붙인 이름이 '홍탁(洪濁)'입니다. 삭힌 홍어의 톡 쏘는 맛과 탁주의 텁텁한 맛이 어울려 이것만으로도 훌륭한 조합이지만, 홍어를 제대로 먹을 줄 아는 술꾼들은 여기다가 비곗살이 붙은 삶은 돼지고기에 묵은 신김치까지 곁들여 먹는데, 이를 '홍탁삼합 (洪濁三合)'이라 하여 최고의 안주로 칩니다.


홍어의 찬 성질과 막걸리의 뜨거운 성질이 잘 조화되어 완벽한 궁합의 음식인데, 오늘같이 찬 바람이 가슴을 후벼드는 날엔 잘 익은 김치에 푹 삭힌 홍어와 비곗살 붙은 돼지고기를 얹은 후 새우젓과 함께 한 입 가득 보쌈해서 먹고 막걸리 한잔을 곁들인다면, 정말 부러울 것이 없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