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정원/애송시

엄마라는 말 - 서담

풍월 사선암 2020. 5. 14. 23:51

엄마라는 말

 

내가 처음

배웠다는 말도

-엄마!

 

할아버지가 마지막에

부르셨다는 말도

-엄마!

 

-서담(1949~ )

 

'엄마라는 말'은 처음이고 끝이네.

태어나 배운 첫말이 '엄마', 세상 떠나면서 부른 말도 '엄마'.

'엄마'는 처음 소유한 말이자 떠날 때 품고 가는 말이네.

처음에 부른 말, 맨 끝에 안고 가는 말 엄마.

애 가득 채웠다가 맨 나중까지 지니고 가는 말.

나를 처음부터 끝까지 품은 어버이 중의 어버이 엄마!

 

엄마는 뿌리이자 줄기이자 가지이다.

그 엄마의 날이 내일이다.

내일 '엄마' 하고 나직이 불러드리면 어떨까.

엄마보다 먼저 내 가슴이 울렁거리지 않을까.

눈시울 뜨끈하지 않을까.

그때 떨리는 마음의 손으로 엄마 옷깃에 꽃송이를 맺어드리면 좋겠다.

어머니가 가셨다면 무덤 댓돌에 꽃송이를 가만히 올려드리자.

왜 이런 말을 하고 있는가.

어머니 생전에 제대로 해드리지 못한 회한이 소용돌이친다.

 

<박두순 동시작가> 조선일보 2020.05.07 03: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