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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호 41연승 대기록 사라진 까닭은? 바둑 공식기록 뒷얘기

풍월 사선암 2020. 3. 13. 11:08

이창호 41연승 대기록 사라진 까닭은? 바둑 공식기록 뒷얘기


일본 세계대회 패배 포함되며 25연승까지만 인정

이세돌 중국리그 승리는 소급돼 ‘1000한 해 앞당겨져

 

93일간 무패 질주했다. 신진서는 작년 127일 박진솔을 시작으로 37일 안정기까지 공식대국에서 프로기사 스물여덟 명을 꺾었다. ‘폭주 기관차신진서의 브레이크는 입단동기 신민준이었다. 바둑리그 챔피언결정전 최종라운드에서 패해 연승을 매듭지었다.


한국기원 공식연승기록 1위 김인, 2위 이세돌, 3위 조훈현, 4위 신진서(왼쪽부터). 조훈현(1949)은 다승 1위 기록도 갖고 있다. 

 

한국기원 공식연승기록 순위는 1위 김인, 2위 이세돌, 3위 조훈현이다. 1위 김인은 19686단으로 40연승 기록을 세웠다. 2000년 이세돌(당시 3)32연승, 1977년 조훈현(당시 7)30연승. 신진서가 기록한 28연승은 공식기록 4위다. 박정환은 21연승으로 10위에 올라있다.

 

이창호는 과거엔 1990227일부터 831일까지 이어진 41연승이 있었다. 이 기록이 빠진 이유는 공식대국에 대한 기준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90년 당시 한국기원은 일본에서 열리는 세계대회를 비공식으로 분류했다. 이창호가 국내에서 무패질주하던 사이에 제3회 후지쓰배 8(1990. 6. 2)에서 고바야시 고이치에게 졌고, 2TV아시아선수권 결승(1990. 8.15)에선 다케미야 마사키에게 패했다. 그때는 이를 연승기록에 넣지 않았다가 이후 추가되면서 41연승 대기록이 사라졌다.

 

기록은 소급하는 게 아니다. 기록을 의식하든 안하든 이창호는 그 당시 그 틀 안에서 최선을 다한 거다. 이창호의 41연승은 유효한 최고의 기록이다라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현재 한국기원은 이창호가 88년에 기록한 25연승까지만 인정한다. 공식 순위는 5위다. 이렇게 응씨배, 후지쯔배 등 세계대회는 2000년 들어서야 공식대국으로 들어왔다. 갑조리그도 초창기엔 인정받지 못하다가 2013년부터 공식대국이 되었다. 이세돌이 중국리그에서 이룬 ‘4116(19연승 포함)’ 기록이 나중에 소급돼 산정되었다. 개인통산 1000승을 2012년에 달성한 이세돌이 축하연을 2013년도에 하게 된 이유였다

 

◀최정 9단이 500승 클럽에 가입했다. 만약 여자기사 중 1000승 기록자가 나온다면 최정일 가능성이 가장 높다

 

공식대국 기준은 시대에 따라 달라졌다. 과거 한국기원이 공식기록 인정에 인색했다면, 지금은 적극적이다. 이제는 상금이 지급되는 프로기전 대부분을 공식대국으로 기록하는 추세다. 2000년 초반까지는 한국기원이 주관하는지를 주요기준으로 삼다가 2000년 말부터 타국의 기원이 주최하는 기전에 한국기사가 참여하는 경우까지 포함했다. 이젠 초청대국도 공식대국으로 계산한다. 기준이 고무줄처럼 늘어난 감은 있지만, 이야깃거리를 많이 만드는 게 팬들에게도 재밌고 프로에게도 좋다. 바둑계 전체에도 이익이라는 관점이다. 세계대회를 우승해도 비공식 대국으로 기록했던 20년 전과 비교하면 상전벽해다. 상위권 기사들은 1000승도 유리해졌다.


다승 기록을 살펴보면 공식대국 1000승을 넘긴 기사는 현재 10명이다. 다승 순위로 나열하면 조훈현(1949), 이창호(1775), 서봉수(1698), 이세돌(1324), 유창혁, 최철한, 서능욱, 목진석, 조한승, 박영훈이다. 마지막 1000승 기록자 박영훈(현재 1005)별 생각 없이 1, 1승 하다보니 1000승이 쌓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한 판 이기기도 힘든데 어떻게 1000판을 이겼는지 하는 생각도 든다라는 소감을 밝혔다. 1000패 기록은 서봉수가 지난해 12월에 세웠다. 국내 프로기사 중 유일하다. 2705국을 소화해 최다대국 2, 1698승으로 조훈현과 이창호에 이어 최다승 3위 대기록도 보유하고 있다. 여자기사들은 아직 500승이 뉴스의 기준이다. 현재 한국기원 소속 여자기사로 조혜연이 606, 박지은이 595승이다. 최정은 지난 2월말 500승 클럽에 가입했다. 만약 여자기사 중 1000승 기록자가 나온다면 최정일 가능성이 가장 높다.

 

일요신문 2020.03.11 박주성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