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생활/바둑,오락

[이세돌은퇴기] 한돌도 예상 못한 이세돌의 ‘78’

풍월 사선암 2019. 12. 19. 10:23

[이세돌은퇴기] 한돌도 예상 못한 이세돌의 ‘78’

 

종국 직후 모습.

 

78이었다. 많은 이가 절대 불가능할 것이라던 미션을 이세돌 9단이 해냈다. 78의 좋은 수를 보여준 뒤 불과 92수 만에 이세돌이 한돌을 제압했다. 2시간 만의 종국.

 

바디프랜드 브레인마시지배 이세돌vs한돌’ 1국이 18일 정오 강남 도곡동 바디프랜드 본사에서 열려 이세돌이 불계승했다. 모두가 질 거라고 했는데 이겼다.

 

위험해 보이는 곤마를 놔두고 하변을 지키며 배짱 싸움을 했고, 세찬 공격을 쏟아붓는 한돌에게 반격하면서 100수도 되지 않아 승리를 결정했다. 78수로 한돌의 요석을 씌운 뒤 이어진 수순에서 장문으로 잡아냈다. 한돌은 공격실패의 후유증을 견디지 못하고 항복의사를 밝혔다.

 

3년 전 알파고와 겨룬 4국에서 78의 좋은 수를 뒀던 이세돌이 다시 한번 78의 좋은 수로 인공지능을 혼란하게 했다. 알파고제로보다도 강할 것으로 추정되는 한돌을 흔들어놓은 이 결과를 놓고 현장은 들썩였다.

 

국후 이세돌 (가운데)와 이창율 NHN 게임AI 팀장(오른쪽)이 소감을 말하고 있다.

 

- 치수고치기를 하게 된 이유는.

인공지능과 인간의 실력차이가 벌어졌기 때문에 핸디캡을 받는 위치가 된 것은 맞는데, 그렇다고 아무 의미없이 두점에 지는 걸 인정하기는 좀 그랬다. 확실히 알고 싶었다. 또 많은 아마추어 바둑팬들이 궁금해하셨고, 그런 의미에서 치수고치기를 선택하게 됐다.”

 

- 바둑을 멀리한 기간도 있다고 했는데, 어떻게 준비했나.

열흘 정도, 두점 접바둑을 연습했다. ‘내가 두점접바둑을 연습도 하는구나하면서 웃었다. 개인적으론 이런 게 신기했다. 7월부터 공식대국이 없었고 5개월 정도 공부도 그다지 하지 않았는데 근래 10일 정도는 잠자고 먹는 것을 제외하면 바둑만 했다. 하지만 이번 두점접바둑은 덤7집반을 백에게 주어야 해서 쉽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이겼는데, 기분 좋아야 하는 건지참 준비를 많이 하긴 했는데 조금 허무하다. 여기 있는 분들도 그렇게 느낄 것이다. 내일과 21일 벌어지는 대국에선 한돌이, 조금 시간은 없겠지만 준비를 더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 개발자로서 오늘 결과 어떻게 받아들이나.

전혀 예상 못했다. 이세돌 9단도 열심히 하셨는지 모르지만, 우리도 유명 프로기사들을 상대로 테스트(접바둑)까지 마친 상황이 두점접바둑은 문제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당황스럽다.

 

- 대국 중 한돌에게 특이한 점은 없었나.

“(개발자) 한돌은 이세돌 9단의 78수를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소름 돋는다. 정말 대단하신 것 같다.”

 

“(이세돌) 알파고 때의 78수와는 좀 다르다. 그때는 알파고가 정상적으로 받으면 잘 안 되는 수였다면 이번에는 프로기사라면 당연히 누구나 그렇게(78수처럼) 두어야 하는 것이었다. 당연한 한수였는데의외다.”


1국에서 승리한 뒤 기뻐하는 이세돌.

 

- 치수가 고쳐져서 호선이 되었다. 알파고 때와 같아진 것이다.

“(이세돌)솔직히 말하면 승리확률은조금 힘들 것 같다. 그렇지만 승패를 따지기보다는 최선을 다하는게 인간으로서 해야 할 일 인 것 같다. 최선을 다하면 기적 같은 게 일어나는 법이지 않는가

 

“(개발자) 이미 한돌의 학습은 끝났다. 시스템에 문제가 없는지 안정성만 확인할 것이다. 바둑 두시는 분들이 잘 볼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 좋은 결과 보여드리겠다.”

 

- 인공지능 연구를 많이 한 게 도움이 됐는가. 또 오늘은 일부러 수비적인 전략을 들고 나았나.

인공지능을 가지고 연구하긴 하지만 그런 면에서 프로기사 중에서는 부족한 편 아닌가 생각이 든다. 근래 한 두점접바둑 연습이 영향을 주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사실 집의 컴퓨터로 두점접바둑을 둬봤을 땐 승률이 55가 되지 않았는데, 한돌과의 대국결과는 의외다. 혹시 고사양컴퓨터를 사용하지 않으신 것 아닌가?

 

수비적으로 둔 것은 두점접바둑을 연구해보고 승률을 높이기 위해서 그렇게 한 것이다. 보통 두점접바둑에서 흑이 수비적으로 두는 것은 드문 일이다.”

 

- 한돌이 중앙 접전에서 실패한 것은 접바둑이라는 특성도 관계 있나.

“(개발자) 보도자료 쪽으로 말씀을 드리긴 했는데 접바둑으로 훈련한 기간은 2개월밖에 되지는 않는다. 변명이라면 변명일 수 있지만, 이렇다. 머신러닝이라는 게 데이터가 많아야 하는데 학습량이 많지 않았다. 또 두점접바둑뿐 아니라 석점접바둑과 넉점접바둑도 준비해야 했다. 전체적인 학습량이 부족한 게 영향이 있었을 거라 생각했다.”

 

1국에서 치수가 고쳐짐에 따라 192국에선 이세돌이 한돌과 호선에 두게 된다. 돌도 가린다(호선이라도 무조건 이세돌이 흑을 잡는다는 규정을 주최측이 공지한 바 있으나 1국 승리 뒤 돌가리기를 하는 것으로 바뀌었음을 알려왔습니다.) 덤은 7집반으로 동일하다. 사이버오로는 2국을 김진휘 4단의 해설과 함께 오로대국실에서 중계한다.

 

김수광 2019-12-18 오후 04:12 



이세돌 불계승AI는 불완전했다

 

이세돌 9단이 18일 은퇴대국으로 열린 AI ‘한돌과의 대국에서 92수 만에 불계승을 거뒀다. 한돌은 NHN2017년 선보인 바둑 AI 프로그램이다. 한국 바둑의 간판으로 활동했던 이세돌 9단은 한국기원에 사직서를 제출하며 244개월간의 프로기사 생활을 마치고 은퇴했다. 9단이 불계승을 거둔 후 서울 강남구 바디프랜드 사옥에 마련된 기자회견장에 들어서고 있다.


92수 흑 불계승. 18일 국산 바둑 인공지능(AI) ‘한돌을 이긴 이세돌 9단의 얼굴에 웃음이 돌았다. “시간은 없겠지만 2·3국에선 한돌이 준비를 좀 해야 하지 않을까라며 한돌의 분발을 촉구하는 대목에선 자신감도 묻어났다. 좌중엔 웃음이 터졌다. 18일 서울 강남 도곡동 바디프랜드 사옥에서 열린 이세돌 은퇴 대국 1국에서 이 9단이 NHN한돌92수 만에 꺾었다. 단명국(100수 이내에 상대의 기권으로 승패가 나는 대국)이었다. 20163호선(동등한 조건의 대국)’으로 대결했던 구글의 AI ‘알파고와 달리 이날 대국은 이세돌이 2점을 먼저 두고 한돌에 덤 7집 반을 주는 ‘2점 접바둑형태로 진행됐다. 인간이 AI를 극복하긴 힘들다는 점에서다.


알파고보다 센 국산 한돌 상대 / 은퇴대국 192수 만에 완승 / 예상 밖 승리 뒤 한돌, 준비 더 하라

한돌, 접바둑 학습 두 달밖에 안돼 / 호선보다 승률 훨씬 낮은 8%

이세돌 “78수 예상 못한 건 의외 / 알파고 때와 달리 정상적인 수


이번에도 ‘78에서 일이 터졌다. 한돌이 자신의 돌이 잡히는 장문을 파악하지 못하고 백돌 3개를 잡힌 것이다. 3년 전 알파고와의 대국에서 이세돌에게 1승을 안겨줬던 신의 한 수78수였다.


이창율 NHN 게임AI팀장은 대국 후 인터뷰에서 한돌이 이 수를 예상하지 못했다. 78수부터 승률이 급격히 내려갔다고 전했다. 이에 이세돌은 알파고 때 78수가 정상적이지 않은 수였다면 이번 78수는 프로라면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수였다. 한돌이 예상하지 못한 것은 의외라고 말했다.


국내 바둑 톱5 다 꺾은 한돌, 이세돌 ‘78수 매직에 당했다

 

이세돌 9단이 18NHN이 개발한 바둑 인공지능 한돌과 펼친 은퇴대국 1국에서 돌을 놓고 있다.


이세돌 초반 두 점 치수 잘 살려…한돌 허찌른 78수로 실수 유도

대부분의 전문가는 대국 전까지 한돌의 우세를 예상했다. 이세돌의 승리가 확정되자 예상 밖의 결과라며 현장이 떠들썩해진 이유다. 현장 해설을 맡았던 김만수 8단은 9단이 공격형인 평소 스타일을 버리고 수비 전략을 취한 것이 승리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이세돌은 대국을 앞두고 열흘간 먹고 자는 시간 외엔 계속 바둑만 뒀다. 2점 접바둑에서 수비적으로 두는 경우는 드물지만 AI를 상대로는 이 편이 승률이 높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사실 호선만 학습해온 한돌에게도 이번 대국은 도전이었다. 한돌이 접바둑을 준비한 기간은 두 달 정도다. NHN에 따르면 호선의 승률은 54~55%, 2점 접바둑의 승률은 8% 정도다. 박근한 NHN 기술연구센터장은 이세돌 은퇴 대국을 제안받았을 당시 한돌은 접바둑을 해본 적이 없어 내부에서 고민이 많았다면서도 9단을 떠나보내는 바둑계와 국민의 마음을 담아 응했다고 답했다. 유창혁 9단은 한돌은 호선으로는 많은 대국을 하면서 안정적으로 정확한 바둑을 둔다그런데 접바둑에서는 불안한 모습이 있었다. 한돌 수준에서는 나올 수 없는 오류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이세돌 vs 한돌


일각에서는 한돌이 이세돌의 78수 이후 실수를 연달아 범했다는 점에서 버그(프로그램 오류)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NHN 관계자는 버그는 아니고 이세돌이 대처를 잘했다는 것이 개발진의 평가라며 이세돌이 신의 한 수를 뒀다고 말했다. 유력한 패인은 그간 호선만을 둬오던 한돌이 2점을 먼저 깔아주는 이번 대국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한돌은 두 달여 동안 프로기사들과 연습하며 학습 데이터를 쌓았다. 이에 개발진 내부에서는 3점은 몰라도 2점 접바둑은 어느 정도 기력이 올라왔다는 평가가 나왔다. 그러나 첫 실전 대국에서 충분한 학습 데이터를 쌓지 못한 AI의 한계를 드러내고 말았다. 이 팀장은 머신러닝(기계학습)이라는 게 학습량이 많으면 많을수록 능력이 올라가는데 이번엔 학습량이 많지 않았다“2점 접바둑을 학습시키면서 프로 기사들과 테스트를 했는데 결과가 많이 달라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한돌은 NHN이 알파고를 계기로 개발을 시작해 201712월 국내 게임업계에선 처음 선보인 토종 바둑 AI. 1999년부터 NHN이 쌓은 한게임 바둑의 데이터를 학습했다. 여러 예측 모델을 동시에 돌리는 앙상블 추론분석 기법을 쓴다. 사람으로 치면 여럿이 동시에 다음 수를 의논하는 형태다. 대국 실력점수인 이엘오(ELO) 점수 기준 한돌의 기력은 4500점 이상이다. 이는 이세돌과 대국했던 알파고 리, 2017년 중국의 커제 9단과 대결했던 알파고 마스터보다 높은 점수다. 통상 최정상급 인간 프로기사가 3600점대 후반이다. 한돌은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신민준· 이동훈·김지석·박정환·신진서 9단 등 국내 5’ 프로기사들과의 릴레이 대국을 펼쳐 전승을 기록하기도 했다.


한편 이세돌은 지난달 19일 한국기원에 사직서를 제출하며 24년간의 현역 기사 생활을 마무리했다. 이세돌의 은퇴 대국은 19일 같은 곳에서 2국이, 오는 21일 이세돌의 고향인 전남 신안군 엘도라도 리조트에서 3국이 열린다. 19일 열리는 2국에서는 호선으로 대결한다.


[중앙일보] 입력 2019.12.19 00:09 김정민·하선영 기자


[이세돌 은퇴경기1국] 이세돌VS한돌 신의한수"78수"또 한번 재현하며 승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