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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 25년 바둑인생 마감 초읽기 돌입

풍월 사선암 2019. 11. 21. 11:37

이세돌, 25년 바둑인생 마감 초읽기 돌입


"이르면 이번 주중 사직서 제출"

성적 하락·한국기원 불화 겹쳐 예정보다 한 달 이상 앞당겨

알파고 대결 등 파란만장한 이력

 

'풍운아' 이세돌(36) 9단의 현역기사 은퇴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9단의 친형으로 매니저 역할을 맡아온 이상훈(44) 9단은 18일 조선일보와의 통화에서 "(이세돌 9단이) 더 이상 기사 직을 유지하는 것이 무의미해 은퇴를 서두르기로 했다. 이르면 이번 주중 사직서를 제출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세돌은 지난 3월 기사 사직 의사를 한 차례 밝힌 바 있다. 중국 커제 9단과 겨룬 '3·1운동 100주년 기념 대국'서 완패한 직후 회견에서 "올해 말~내년 초 사이에 프로기사 직을 내려놓을 생각"이라고 했었다. 은퇴 시점이 당시 계획보다 한 달 이상 앞당겨진 데는 한국기원과의 오랜 불화가 한몫했다.

 

▲이세돌이 이르면 이번 주에 프로기사직을 떠난다. 전성기에 비해 내리막길에 접어든 아쉬움에 한국기원과의 불화가 겹쳐 당초 예정보다 사직을 서둘게 됐다. /한국기원


9단은 프로기사회가 권한을 남용하고 적립금을 부당하게 뗀다며 20165월 기사회 탈퇴를 단행했었다. 한국기원은 이 문제를 3년 넘게 미루다 새 집행부가 들어선 직후인 지난 7월 이사회를 소집, "본원 주최 기전엔 기사회 소속 기사만 참가할 수 있다"는 내용의 새 정관을 통과시켰다. 이미 은퇴를 공언한 이세돌의 발을 묶어버린 것이다.

 

이상훈 9단은 "세돌이는 당초 성적 하락에 따른 개인적 아쉬움으로 은퇴를 생각했던 건데 대국이 아예 불가능해져 그 시기를 앞당기게 된 것"이라고 전했다. 이세돌의 공식전 기록은 730일 박영훈과의 바둑왕전 대결 이후 4개월째 공란 상태다.

 

양측은 이세돌 은퇴 후에도 적립금을 둘러싼 법적 공방을 계속할 전망이다. 적립금은 이세돌이 기사회를 탈퇴한 뒤 한국기원이 기사회의 요청에 따라 이세돌에게 지급하지 않고 보관해온 상금 공제액을 뜻한다. 3200만원 규모로 알려졌다.

 

1995년 입단한 이세돌은 사반세기 동안 파란만장한 삶을 살아온 스타 기사였다. 그의 은퇴는 한국 바둑이 배출한 최고 '풍운아'의 퇴장을 의미한다. 변화무쌍한 착점 못지않게 언행도 항상 화제를 부르곤 했다. 특유의 직설적 화법과 외골수 행동으로 그에 대한 찬사와 비판은 항상 평행선을 달렸다.

 

초년병이던 2000년 이미 32연승을 내달렸던 그는 3단 시절엔 대선배들을 제치고 최우수기사로 선정, 승단대회 폐지를 이끌었다. 2009년엔 바둑리그 불참 등의 사유로 동료 기사들이 자신의 징계를 결의하자 6개월간 휴직을 단행하기도 했다. 2014년엔 라이벌 구리와의 10번기가 지구촌을 달궜고, 62패로 승리한 그는 상금 500만위안(85000만원)의 주인이 됐다.

 

20163월엔 구글 딥마인드 인공지능(AI) 프로그램 알파고와의 대결로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개막 전 예상과 달리 14로 패했지만, 1승은 인류가 AI에 거둔 사실상의 마지막 승리로 남았다.

 

40살도 안 된 나이의 '은퇴'는 지켜보는 팬들 입장에서도 곤혹스럽다. 바둑은 80~90대까지도 현역 프로로 활동하는 '전 연령대 게임'이기도 하다. 길지 않은 기간 무려 50회 우승, 국제대회만 18번을 정복한 극강의 자존심이 최근의 하락 곡선을 견뎌내지 못했

(현재 한국랭킹은 14). 여기에 소속 집단과의 불협화음이 그의 '퇴장'을 부채질했다.

 

은퇴 이후 계획에 대해선 알려진 게 없다. 이상훈 9단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는 다니는데 바둑 쪽은 아닌 것 같다"고 했다. 그는 또 "세돌이의 무남독녀 외동딸이 현재 서울 소재 국제중학교 1학년에 재학 중이어서 일가족의 외국 진출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조선일보이홍렬 바둑전문기자 / 입력 2019.11.19 03:00


사직서 제출한 이세돌, 현역 프로기사 활동 마감

 

프로기사생활을 마감한 이세돌 9

 

이세돌(36) 9단이 1119일자로 전문기사직을 사퇴했다.

 

1995771회 입단대회에서 조한승 9단과 함께 입단해 프로 생활을 시작했던 이세돌 9단은 24년 넘은 현역 기사 생활을 마감했다. 1983년 전남 신안군 비금도 태생인 이세돌 9단은 2003년 입신(入神9단의 별칭)에 등극했다.

 

200012월 천원전과 배달왕기전에서 연속 우승하며 타이틀 사냥을 시작한 이9단은 3단 시절인 200215회 후지쓰배 결승에서 유창혁 9단을 반집으로 꺾고 우승하면서 세계대회 최저단 우승 기록을 작성한 바 있다

 

현역 생활을 하면서 18차례의 세계대회 우승과 32차례의 국내대회 우승 등 모두 50번의 우승컵을 들어올린 이세돌 9단은 한국기원 공식 상금 집계로 98억 원에 가까운 수입을 벌어들였다.

 

200076승을 올려 한국기원 최다승의 주인공이 되면서 최우수기사상을 획득한 이9단은 통산 8차례의 MVP, 4번의 다승왕과 연승왕, 3번의 승률왕에 올랐다.

 

특히 2014년 구리 9단과의 10번기에서 62패로 승리했고, 2016년에는 구글 딥마인드의 바둑 인공지능 프로그램인 알파고와 대결해 14패로 패했지만, 알파고를 상대로 인류 최초의 1승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세돌 9단의 은퇴로 한국기원 소속 프로기사는 모두 366(남자 299, 여자 67)이 됐다.


오로IN 2019-11-19 오후 06:13   

 

2016년 전세계의 주목을 받은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구리, "이세돌은 내 앞길 비춰줬던 등불"

'한돌 대 세돌' 마지막 대결 물밑 작업 중


기사직에서 은퇴한 이세돌. 프로기사 동료들도 이세돌의 부재를 아쉬워한다.


이세돌 9단이 1119일 전문기사직을 사퇴하면서 24년 현역 기사 생활을 마감했다. 이세돌은 이상훈 9단과 함께 19일 오전 한국기원을 직접 방문해 사직서를 제출했다. 알파고와 함께 신의 한 수를 남긴 세기의 승부사 이세돌은 끝내 바둑판에서 돌을 쓸어 담았다. 이미 예고했던 은퇴지만, 바둑계 인사와 팬들에게 다가오는 충격은 적지 않았다.

 

프로기사 박정상 9단은 "동료를 넘어서 개인적으로 팬이었다. 남다른 기질과 기발한 발상으로 그 누구보다 재미있는 바둑을 보여줬다. 또한 승부사의 자세와 바둑에 대한 고뇌를 함께 공유하던 사랑하는 선배였다."라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다른 프로기사들도 "앞으로 이세돌의 바둑을 보지 못해서 아쉽다."라는 점에서 대부분 의견을 같이했다. 이세돌은 이미 2~3년 전부터 입버릇처럼 '세계대회 우승에 도전 못 하게 되면 은퇴하겠다'라 말해왔었다.

이세돌의 '절친' 구리의 웨이보.

 

중국 반응은 더욱 뜨겁다. 이세돌과 10번기에서 뜨겁게 경쟁했던 구리 9단은 언론과 인터뷰에서 "이세돌은 내 앞길을 비춰줬던 등불"이라고 표현했다. 또 자신의 웨이보에는 "지금은 꼭 안아주고 싶을 뿐, 할 말은 수천수만 가지인데 이제 누구와 이야기를 나눌까"라고 썼다.

 

이어서 "고맙다! 알파고라는 강적을 만나 '신의 한 수'로 인류의 지혜와 보물을 지켜줬다. 너는 내게 언제나 추구할 목표였다. 함께 바둑에 길을 걸을 수 있어 감사했다. 혹시 기억할지 모르겠다. 언젠가 내게 "정상에서 내려가도 후회는 없다. 그래도 난 이 생에 한번 멋지게 살아봤잖아."라고 말했지. 이 한 잔은 너의 화려했던 과거, 다음 한 잔은 너의 희망찬 내일을 위해 건배한다. 이 세상에 다시 없는 독보적인 이세돌로 거듭나길 기원한다."라는 문장도 남겼다.

 

구리와 가진 10번기 대결도 추억으로만 남았다. 사진은 '고원의 결투' 10번기 5. 5월 말 중국 윈난성 샹그릴라에서 열렸다. 당시 이세돌은 고산지대의 생소함을 극복하고 2-2의 상황에서 반격에 성공했다. 이제 인간과 대국을 마감한 이세돌은 인공지능을 상대로 마지막 대결을 준비하고 있다.

 

한국기원은 '은퇴기 등 별도의 행사는 준비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세돌 측도 "올해는 쉬고, 내년부터 바둑이 아닌 다른 일을 하겠다."라는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외부에선 이세돌 초빙에 바쁘다. 21일 자 동아일보 기사에 의하면 " 9단은 다음 달 18일부터 3번기로 NHN이 개발한 AI ‘한돌과 대국을 벌일 예정이다. 룰은 이 9단이 두 점을 놓은 뒤 덤 7집 반을 주는 형식으로 치러진다. 9단 측과 NHN은 대국료와 대국 조건 등 세부사항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국 중계는 SBS가 맡는다."라고 한다.

 

프로기사 견장을 뗀 이세돌이 자신만의 브랜드로 반상을 대하는 묘한 상황이다. 이세돌은 입단 후 첫 공식대국(7회 동양증권배 예선, 최창원 6)1995726일 두었고, 마지막 공식대국(KBS바둑왕전 본선16, 박영훈9)은 올해 730일에 있었다. 통산 1,9041,3243577패를 기록했다. '한돌과 세돌'의 대결은 '자유인' 이세돌의 첫 대국이다.


박주성 2019-11-21 오전 1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