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정원/애송시

화살과 노래 - 헨리 워즈워드 롱펠로우

풍월 사선암 2020. 3. 9. 09:51


화살과 노래 - 헨리 워즈워드 롱펠로우

 

나는 허공을 향해 화살을 쏘았네

그러나 화살은 땅에 떨어져 찾을 수 없었네

 

빠르게 날아가는 화살의 자취

그 누가 빠른 화살을 따라갈 수 있었으랴.

 

나는 허공을 향해 노래를 불렀네

그러나 내 노래는 허공에 퍼져 간 곳을 알 수 없었네

 

그 누가 예리하고도 밝은 눈이 있어

날아 퍼져간 그 노래 따라갈 수 있었으랴.

 

세월이 흐른 뒤 고향의 뒷동산 참나무 밑둥에

그 화살은 부러지지 않은 채 꽂혀 있었고

 

내가 부른 노래는 처음부터 마지막 구절까지

친구의 가슴 속에 숨어 있었네

 

이 시 화살과 노래는 여섯 개 연으로 구성된 시에서 앞의 네 연은 어린 시절의 일을 회상하는 내용이고, 뒤의 두 연은 어른이 되어서의 성찰과 발견에 대한 것이다. 어린 시절엔 나름대로의 세계가 있기 마련이다.

 

어른들이 볼 때 무가치한 일인데도 아이들은 재미를 붙이고 그 일에 열중한다. 이를 시인은 화살노래로 표현하고 있다. 얼핏 이분법적으로 생각하여 악행과 선행으로 볼 수도 있겠다. 우리들이 살면서 무심히 행한 일이 어느 때는 남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 시인은 그것을 참나무에 꽂힌 화살에 비유했다. 또 나도 모르게 행한 일이 남에게 감동으로 남아 교훈을 줄 수도 있다. 시인은 그것을 친구의 가슴 속에 남아 있는 노래로 비유했다. 이 시로 우리에게 많은 교훈과 울림을 주는 것은 알게 모르게 내가 살아가면서 남에게 피해도 유익도 주고 산다는 것이다. 내 언행 다시한번 경종을 울리는 시이기에 감동을 준다.

 

그러나 굳이 그렇게 교훈적인 잣대로만 풀이하지 않아도 된다. 그냥 놀이라고 보면 된다. 그 자체로만 재미있고 의미있는 놀이이다. 그런데 어른이 되어 고향에 돌아와 보니 뒷동산 참나무 밑둥에 어린 날 허공에 쏘면서 놀았던 화살이 부러지지 않은 채 꽂혀있고, 친구의 마음 속에는 내가 불러주었던 노래가 처음부터 마지막 구절까지 살아있더라는 것이다. 이 얼마나 놀랍고도 반가운 일인가! 이것은 하나의 발견이면서 회상이고 슬픔이다. 이것도 하나의 성숙이라면 성숙일 것이다. 서양인의 시각과 인생관이지만 동양적인 일면을 느끼게 한다. 그래서 그렇게 우리에게 친숙한 느낌을 주었던 것인지 모르겠다.


얼핏 정지용 시향수3연에 노래한,

흙에서 자란 내 마음

파아란 하늘 빛이 그리워

함부로 쏜 화살을 찾으러

풀섶 이슬에 함초롬 휘적시던 곳.

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에서, ‘함부로 쏜 화살의 이미지와 유사한 시이기도 하다. 서양의 것이든 동양의 것이든 정서는 비슷하고 서로 닮을 수도 있는 것이다.

 

- '시감상 좋은시'에서 

 

헨리 워즈워드 롱펠로우(H.W. Longfellow, 18071882)는 미국의 국민시인이다.

비교적 유복한 집안에 출생, 정식으로 대학교육을 받고 유럽에 유학하고 돌아와 모교인 보든대학교와 하버드대학에서 교수로 재직하면서 많은 작품을 발표했다. 유럽의 시적 전통에 영향 받아 시를 썼으며 유럽대륙의 여러 나라의 민요를 솜씨 있게 번안번역한 시로서 대중의 사랑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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