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정원/애송시

12월 - 이외수,오세영

풍월 사선암 2018. 12. 14. 10:49


12- 이외수

 

떠도는 그대 영혼 더욱

쓸쓸하라고

눈이 내린다

 

닫혀 있는 거리

아직 예수님은 돌아오지 않고

종말처럼 날이 저문다

 

가난한 날에는

그리움도 죄가 되나니

그대 더욱 목메이라고

길이 막힌다

 

흑백 사진처럼 정지해 있는 시간

누군가 흐느끼고 있다

회개하라 회개하라 회개하라

폭설 속에 하늘이 무너지고 있다

이 한 해의 마지막 언덕길

지워지고 있다



12... 오세영

 

불꽃처럼 남김없이 사라져 간다는 것은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

스스로 선택한 어둠을 위해서

마지막 그 빛이 꺼질 때

 

유성처럼 소리없이

이 지상에 깊이 잠든다는 것은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

허무를 위해서 꿈이

찬란하게 무너져 내릴 때

 

젊은 날을 쓸쓸히 돌이키는 눈이여

안쓰러 마라

생애의 가장 어두운 날 저녁에

사랑은 성숙하는 것

 

화안히 밝아오는 어둠 속으로

시간의 마지막 심지가 연소할 때

눈 떠라...

절망의 그 빛나는 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