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의 독백 - 오광수
남은 달력 한 장이
작은 바람에도 팔랑거리는 세월인데
한해를 채웠다는 가슴은 내놓을 게 없습니다
욕심을 버리자고 다잡은 마음이었는데
손 하나는 펼치면서 뒤에 감춘 손은
꼭 쥐고 있는 부끄러운 모습입니다.
비우면 채워지는 이치를 이젠 어렴풋이 알련만
한 치 앞도 모르는 숙맥이 되어
또 누굴 원망하며 미워합니다.
돌려보면 아쉬운 필름만이 허공에 돌고
다시 잡으려 손을 내밀어 봐도
기약의 언질도 받지 못한 채 빈손입니다.
그러나 그러나 말입니다.
해마다 이맘때쯤 텅 빈 가슴을 또 드러내어도
내년에는 더 나을 것 같은 마음이 드는데 어쩝니까?
'행복의 정원 > 애송시 ' 카테고리의 다른 글
12월 - 이외수,오세영 (0) | 2018.12.14 |
---|---|
12월 중턱에서 - 오정방 (0) | 2018.12.06 |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0) | 2018.11.28 |
비 오는 날의 기도 - 양광모 (0) | 2018.11.27 |
가을에 사람이 그리울 때면 - 이준관 (0) | 2018.10.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