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청약보다 15배 치열한 휴양림 객실은?
전국 43개 국립 자연휴양림 중 변산 자연휴양림(전북 부안)이 가장 예약하기 힘든 인기 휴양림으로 조사됐다. 야영장만 따졌을 때는 대야산 자연휴양림(경북 문경)이 1위였다. 중앙SUNDAY가 산림청과 함께 지난여름 이용객 통계를 분석한 결과다.
산림청은 여름 성수기(7월 15일~8월 24일) 자연휴양림 숙박자를 추첨으로 뽑는다. 신청자가 너무 많아서다. 올해는 여름 성수기 예약 신청을 6월 4~10일 받았다. 이 기간 10만 명 이상이 응모해 평균 객실 경쟁률이 6.45대 1을 기록했다. 변산 자연휴양림에 예약을 신청한 사람은 9515명으로, 경쟁률은 13.79대 1이었다. 대야산 자연휴양림의 야영장 예약 신청자는 1728명이었고 경쟁률은 9.93 대 1이었다.
|한국인이 사랑한 국립 휴양림 9
|지난여름 객실 경쟁률 1위 변산
|야영장 경쟁률 1위 문경 대야산
|산골 오지서 해안까지 고루 인기
|거북선 모양 객실, VR 체험장도
국립 자연휴양림의 객실·야영장 신청자 수를 토대로 한국인이 사랑하는 휴양림 9곳을 꼽았다. 흥미롭게도 전국 각지의 휴양림이 고루 분포했다. “이용객 수요와 지역별 특성을 고려해 휴양림을 만들고 있다”는 김재현 산림청장의 말마따나 9개 휴양림 모두 개성이 뚜렷했다.
국립 자연휴양림 객실은 휴가철이나 주말 예약 경쟁이 치열하다. 지난여름에는 변산 자연휴양림(전북 부안)이 가장 인기였다. 변산 자연휴양림은 산속에 틀어박힌 여느 휴양림과 달리 산을 등지고 바다를 내다보고 있다. 가장 저렴한 객실은 하룻밤 4만6000원. 전망은 럭셔리 리조트가 부럽지 않다.
①변산 자연휴양림-전북 부안
2015년 개장한 변산 자연휴양림은 한국 최초의 ‘해안생태형 자연휴양림’이다. 산림문화휴양관(23실)과 숲속의집(10실) 모두 ‘오션 뷰’여서 전망만큼은 럭셔리 리조트가 부럽지 않다. 여름에는 야외 수영장도 운영한다. 숲속의집 중에서 전망이 가장 좋은 ‘위도항(사진)’은 전국 자연휴양림 객실 중 가장 예약하기 힘든 방이다. 지난여름 예약 경쟁률이 무려 213대 1이었다. 상반기 아파트 청약 경쟁률 전국 평균(14.23대 1)보다 무려 15배 치열했다.
변산 자연휴양림은 변산반도 국립공원 어귀에 있다. 채석강·내소사 등 부안의 이름난 관광지도 지척이다. 휴양림 내부 산림휴양관에서 바다로 향하는 길목에 습지관찰원이 있다. 부안을 대표하는 트레일 변산마실길 6코스가 이 앞을 지난다. 해안형 휴양림이어서 체험프로그램도 별나다. 부안 특산물인 천일염·뽕잎·퉁퉁마디 등을 활용한 ‘삼색 건강 소금 만들기 체험’을 한다. 063-581-9977.
변산 자연휴양림에서도 가장 인기인 숲속의집 '위도항' 객실. 휴가철 여기에 하룻밤 묵으려면 아파트 청약 당첨보다 더 치열한 경쟁을 치러야 한다.
②남해편백 자연휴양림-경남 남해
하늘 향해 쭉쭉 뻗은 편백 숲으로 명성이 자자한 휴양림이다. 수많은 영화·드라마·CF에도 등장했다. 이름처럼 편백 우거진 휴양림이다. 삼나무도 울울하다. 나무는 1960년대 심었고, 휴양림은 98년 문을 열었다. 숲에서 뿜어내는 피톤치드 덕분에 휴양림에 머무르면 아토피나 비염 같은 만성 질환이 싹 날 것 같다.
섬 안에 들어선 휴양림이지만, 막상 휴양림에서는 바다가 보이진 않는다. 산책로를 따라 1㎞를 걸어야 한다. 전망대에 오르면 짙푸른 바다가 내다보인다. ‘편백나무 속 아토피 그린체험’은 남녀노소 불문하고 인기가 높은 프로그램이다. 숲 해설사와 치유지도사가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이성계가 천하를 얻고자 기도했다는 금산 보리암, 파독 광부와 간호사가 귀국해 정착한 독일마을 등 남해의 명소도 가깝다. 055-867-7881.
1960년대에 심은 편백과 삼나무가 빽빽한 남해편백 자연휴양림.
③진도 자연휴양림-전남 진도
객실 외관만 보면 전국 휴양림 중에서 가장 튄다. 아니 괴상하기까지 하다. 거북선 모양의 휴양관, 판옥선을 닮은 숲속의집 때문이다. 영화 ‘명량’ 속으로 들어온 듯하다. 디자인이 다소 조악하다 해도, 진도가 명량대첩의 승전지라는 사실은 명료하게 알려준다.
체험 프로그램에서도 지역색이 묻어난다. 해송 우거진 숲에서 ‘역사와 함께하는 바다숲’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주변 경관과 조화를 이루는 남도소리 체험관도 있다. 노약자를 위한 무장애 데크로드가 휴양림 안을 가로지르고 있어 누구나 산책하기 좋다. 2017년 7월 진도항 인근에 개장했는데 모든 객실에서 바다가 보인다. 새벽 안개와 소용돌이치는 바다가 특히 인상적이다. 야영장은 없다. 해풍이 강해 야외 바비큐가 금지돼 있다. 061-542-2346.
거북선 모양의 산림문화휴양관, 판옥선 모양의 숲속의집을 갖춘 진도 자연휴양림.
④대야산 자연휴양림-경북 문경
속리산 국립공원 안쪽 대야산(931m) 자락에 들어선 휴양림이다. 자연환경도 좋지만, 대야산 자연휴양림의 높은 순위는 전적으로 숙소 덕분이다. 30개 객실 모두가 특별하다.
먼저 와인 오크통처럼 생긴 캐빈(사진). 이불과 취사도구가 없어 야영장으로 분류되지만, 온수와 전기는 공급된다. 텐트가 필요 없는 야영장인 셈이다. 덕분에 지난여름 야영장 부문 예약 경쟁률이 9.93대 1로, 전체 1위에 올랐다. ㈔한국목조건축협회로부터 ‘5스타’ 인증을 받은 연립동, 디자인 공모전을 거쳐 주변 산세와 조화롭게 설계한 제2산림문화휴양관도 특별하게 생겼다. 도자기의 고향 문경답게 ‘나만의 도자기 만들기’ 체험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백자 그릇이나 컵에 그림을 그리면 가마에 구워 보내준다. 054-571-7181.
와인 오크통처럼 생긴 대야산 자연휴양림의 캐빈. 이불과 취사도구가 없어서 야영장으로 분류하는데 전국 자연휴양림 야영장 중 가장 예약하기 힘들다.
⑤신불산폭포 자연휴양림-울산
전국 43개 국립 자연휴양림 중 유일하게 이름에 ‘폭포’가 붙었다. 휴양림 매표소에서 30분 정도 걸어 들어가면 파래소폭포가 나온다. 폭포수가 15m 높이에서 떨어지고, 폭포 아래 소(沼)는 새파랗고 투명하다. 가을이 무르익으면 폭포보다 산이 마음을 홀린다. 영남알프스에서 두 번째로 높은 신불산(1159m)이 금빛으로 반짝여서다. 휴양림 상단에서 3.3㎞만 걸으면 억새 군락지 ‘간월재’다.
휴양림은 상단과 하단으로 나뉜다. 하단은 자동차로 갈 수 있지만, 상단은 2.3㎞ 산길을 걸어 올라야 한다. ‘불편한 휴양림’으로 악명이 높지만, 가을에는 빈방 찾기가 힘들다. 휴양림에서 하루 한 번 무거운 짐을 날라준다. 지난여름 하단 야영장의 예약 경쟁률은 6.67대 1로, 대야산 자연휴양림 다음으로 인기가 높았다. 052-254-2123.
신불산폭포 자연휴양림 안에 있는 파래소폭포.
⑥청옥산 자연휴양림-경북 봉화
캠퍼 사이에서 5성급으로 통하는 휴양림이다. 국립 자연휴양림 중 가장 많은 야영장을 갖췄다. 야영 사이트가 142개나 된다. 캐빈 6실, 오토캠핑장 106면, 야영 데크 24면, 노지 야영장 6면을 갖췄다. 샤워장뿐 아니라 개수대에도 온수가 나오고, 일부 사이트에서는 전기도 쓸 수 있다. 24㎡ 면적의 캠핑 사이트 9개가 있다. 겨울에는 오토캠핑장 35면만 운영한다.
청옥산(1277m) 자락 해발 680~800m 높이에 들어선 휴양림은 자연환경도 5성급이라 할 만하다. 100㎢가 넘는 면적은 국내 자연휴양림 중 최대 규모다. 잣나무·소나무·낙엽송 등 40여 종의 침엽수와 활엽수로 숲이 빽빽하다. 여름에는 서늘하고 가을에는 눈부시다. 지난 7월 13개 객실을 갖춘 산림문화휴양관을 개장했다. 054-672-1051.
캠퍼 사이에서 5성급 휴양림으로 통하는 청옥산 자연휴양림.
⑦용대 자연휴양림-강원도 인제
강원도 산골 오지에 박혀 있는 휴양림이다. 46번 국도 진부령 가는 길에 있다. 이른바 3·8선보다 북쪽에 있는, 휴전선과 가장 가까운 휴양림이다. 96년 강릉 무장공비 침투 사건 때 휴양림에서 교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물론 지금은 평화롭다.
2015년까지는 인기가 없는 편이었다. 휴양림 입구에서 숙소·야영장까지 이어진 2.5㎞ 비포장도로 때문이었다. 비가 내리면 큰 웅덩이가 파여 운전자가 애를 먹었다. 2015년 아스팔트로 길을 포장했고, 61면에 달하던 야영장 규모를 17면으로 축소했다. 대신 숲속의집 5채를 지었다. 한갓진 숲에서 야영을 즐기던 캠핑 마니아는 아쉬워했지만, 접근성이 개선되면서 만족도는 크게 높아졌다. 매봉산(1271m)에서 발원한 계곡 물소리가 쩌렁쩌렁 휴양림을 울린다. 033-462-5031.
46번 국도, 진부령 가는 길에 있는 용대 자연휴양림. 비포장도로 때문에 인기 없는 휴양림이었지만 2015년 아스팔트 포장 공사를 마친 뒤 이용객이 부쩍 늘었다.
⑧방태산 자연휴양림-강원도 인제
용대 자연휴양림이 강원도 인제 북부에 있으면, 방태산 자연휴양림은 인제 남쪽에 있다. 같은 인제여도 거리가 상당하다. 방태산(1444m)도 용대 못지않은 오지에 있다. 한국 최고의 청정 오지로 꼽히는 ‘삼둔사가리’ 중 하나인 적가리가 방태산 자연휴양림 안에 있다. 봄·여름에는 야생화, 가을에는 단풍으로 유명하다. 계곡과 폭포도 근사하다. 특히 이단 폭포는 사진작가가 사랑하는 단풍사진 명소다.
휴양림 시설은 단출한 편이다. 숲속의집(1실), 산림문화휴양관(9실), 야영 데크(27면)가 전부지만 빼어난 자연 덕에 캠퍼와 일반인 모두에게 인기다. 휴양림 가는 길, 방동약수터에 들러 약수를 마셔보자. 자연보호중앙협의회에서 꼽은 ‘한국의 명수’로 유서가 깊은 약수다. 탄산·철분 함유량이 많아 위장에 좋단다. 033-463-8590.
한국 최고의 청정오지로 꼽히는 적가리 계곡에 들어선 방태산 자연휴양림. 휴양림 최고의 절경으로 꼽히는 이단폭포.
⑨유명산 자연휴양림-경기도 가평
이용객 수만 따지면 부동의 1위다. 한해 약 30만 명이 이용한다. 서울에서 대중교통으로 갈 수 있을 정도로 접근성이 좋고, 시설도 출중하다. 다른 휴양림에는 없는 자생식물원·습지관찰로·산림복합체험센터 등 여러 체험시설을 갖췄다. 41억원을 들여 지난 3월 개장한 산림복합체험센터는 첨단 서비스를 자랑한다. VR을 활용해 자전거·집라인 등 레포츠를 즐기고 입체 영상쇼인 미디어파사드도 볼 수 있다.
객실 54개, 야영장 102면으로 하루 최대 3000명을 수용한다. 지난 7월 개장한 제2산림문화휴양관은 모던한 디자인이 인상적이다. 야영장 102면 중 캠핑카(캐러밴)를 위한 ‘캠핑카 야영장’이 19면이나 있다. 캠핑카가 없어도 널찍하게 이용할 수 있어 특히 인기가 높다. 031-589-5487.
서울에서 가깝고 객실, 야영 사이트도 넉넉해 이용객이 가장 많은 유명산 자연휴양림.
자연휴양림 숙박 예약
국립 자연휴양림 숙박은 통합 사이트(huyang.go.kr)에서만 예약할 수 있다.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평일은 선착순이고, 주말·공휴일은 추첨제다. 평일·휴일 구분은 체크아웃 날짜가 기준이다. 매달 4~9일 다음달 주말·공휴일 예약 신청을 받고 10일 당첨자를 발표한다. 지자체와 개인 휴양림은 각 휴양림 웹사이트에서 예약한다.
[중앙선데이] 입력 2018.09.29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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