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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인들의 은신처 군락, 터키 카파도키아

풍월 사선암 2018. 8. 31. 09:25

이토록 우아한 바위 동굴을 보았나... 기독교인들의 은신처 군락, 터키 카파도키아

  

900만 년 전 화산 폭발로 만들어진 신비로운 땅

버섯 모양의 바위들이 거대한 고목처럼 군락 이뤄

 

카파도키아의 독특한 지형은 900만 년 전 화산 폭발로 만들어졌다.


담장이 없었다. 그런데도 골목처럼 느껴지던 흔적들이 쉽게 발견되었다. 아무런 정보 없이 도착했더라면 아마도 몇 배는 더 놀라지 않았을까?

 

사람들의 흔적이 유일한 골목이 되던 카파도키아의 괴레메. 버섯 모양의 바위들이 거대한 고목처럼 자리 잡은 도시. 아직도 여전히 바위 속에서 생활이 이루어지는 곳이다. 물론 비어 있거나 처음부터 사람이 살지 않은 바위가 대부분이다. 집들은 동굴처럼 입만 벌리고 말이 없다.

 

카파도키아는 900만 년 전부터 오랜 세월 화산 폭발로 이루어진 땅의 변화다. 자연의 변화가 만든 건축물들이기도 하고, 그대로 발전을 멈춰버린 원시적 풍경이기도 했다. 강한 것은 남았고 여린 것은 사라져 지금의 바위가 숲처럼 군락을 이루었다. 바람과 비가 만들었지만 가장 큰 힘은 역시 세월의 힘일 것이다.

 

척박하고 단단한 풍경지구가 아닌 다른 행성일까?

 

터키의 정중앙 카파도키아. 드넓은 지역에 걸쳐 있는 신비한 풍경은 지상의 풍경이라 믿기 힘들다. 지구가 아닌 다른 별에서 분리되어 잘못 자리 잡은 것이라 여겨질 만큼 척박하다. 척박한데 아름답다. 건조하고 단단한 풍경 사이로 드문드문 자리 잡은 사람들의 일상이 있어서 가능한 풍경이 아닐까 한다.

  

버섯 모양의 바위들이 군락을 형성해 만든 카파도키아의 풍경.

 

카파도키아는 어느 한 지역을 일컫는 말이 아니라 괴레메, 우츠히사르, 네브세히르, 카이세리, 위르굽, 아바노스 등 여러 개의 도시가 어우러져 만든 풍경이다. 나 같은 여행자라면 겨우 바위 하나라도 제대로 알고 가면 다행이다 싶다. 매시간 달라지는 풍경이나 풍경 곳곳에 숨어있는 종교적 가치들을 한 번에 다 보기는 힘이 든다. 터키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이유가 거기에 있다.

 

마을 외곽으로 비스듬히 줄지은 바위 동굴 숙소 중 하나를 택해 짐을 풀었다.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하다더니, 실내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아늑하다. 숙소로 들어서는 순간부터 동화책에서 보던 난쟁이가 된 것처럼 모든 것이 낯설다. 동굴 안쪽으로 길게 들어선 침실과 맞은편의 공동 샤워장, 그리고 그사이의 작은 창으로 신선한 하늘이 열려 있다. 대부분 풍경이 척박하고 단단한지라 하늘은 더욱 부드럽고 푸르다.

 

박해받은 기독교인들의 은신처기독교적 가치 높아

 

기원전 1900년쯤 아시리아 상인들이 주로 활동하던 무대로 시작된 이곳은 히타이드 제국의 첫 번째 수도로 전해진다. 그 이후로도 수많은 외침의 역사를 고스란히 맞으며 마지막으로 로마의 속국이 되는 것으로 카파도키아 왕국은 멸망했다고 한다. 이때 로마로부터 박해받은 기독교인들의 은신처가 되어 준 바위. 현재까지 보존된 기독교적 가치는 어마어마해서 많은 종교인이 찾는 도시이기도 하다. 여행자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관광노선 안에 지하도시 방문이라든가 수도원들이 포함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이곳의 바위들은 로마로부터 박해받은 기독교인들의 은신처가 되어 주었다.


실제로 거대한 지하세계에 잘 보존된 벽화나 유물들을 만나는 시간이다. 가이드가 필요 없이 혼자서도 충분히 둘러볼 수 있는 기독교의 역사 체험이 다양한 형태로 가능하다. 바르바라 성녀의 순교를 기리는 예배당의 오래된 프레스코화를 시작으로 네 개의 원기둥이 돔형태를 이룬 사과교회에도 최후의 만찬과 예수를 비롯한 벽화들이 선명히 남아 있다. 이 밖에도 괴레메 박물관 근처의 성 바실리오 예배당 등 어렵지 않게 기독교 문화의 역사를 만날 수 있다.

 

어쩌면 그들에게 종교보다 단단하고 믿음보다 거센 삶의 터전이었는지 모른다. 그러니까 이 바위 동굴 하나하나가 모두 오래전부터 누군가의 희망이었다.

 

일출 보며 하늘 나는 열기구관광 추천

 

해가 뜰 무렵 열기구에 올라 내려다본 카파도키아의 풍경을 잊을 수 없다.


카파도키아의 여러 도시 중 어디를 가더라도 아침과 점심, 오전과 오후 그리고 몇 날 며칠의 밤을 경험하라고 일러주고 싶다. 그리고 그 무엇도 하지 않더라도 해가 뜨기 전 공중의 풍경을 경험하라고 강요하고 싶다.

 

푸른 새벽이 붉게 옷을 갈아입을 시간, 열기구관광(Balloons Tour)은 평생 잊을 수 없을 것이다. 거대한 사막 지역에 조각상처럼 서 있던 바위들이 해가 뜨면 하나하나 자신의 그림자를 딛고 기상한다. 열기구는 그 풍경들 위를 날아오른다. 바위 마을의 난쟁이로 살다가 날개를 달고 요정이 되는 시간일 수도 있겠다.

 

정면으로 마주하던 모든 풍경을 발아래 두고 공중을 떠다니는 일. 내가 봤던 모든 것들이 각도를 바꿀 때 조금씩 바뀌던 생각들. 비행기를 타고 신속하게 대륙을 건너는 기분과는 비교할 수 없는 시간이다. 누구나 한 번쯤 그 마음을 가져보면 좋겠다. 비록 세상의 작은 일부분이지만 천천히 떠다니며 몇 만 년의 잠시를 내려다볼 수 있는 일.

 

천천히 천천히 자신의 아래에 깔린 풍경들을 보면서 스스로 위대하고 장엄해지는 순간들. 태양보다 높이 떠오르는 아침의 풍선 하나하나가 모두 희망이 될 것이다.


열기구에서 내려다본 카파도키아의 전경.


PS 카파도키아의 이해

 

카파도키아를 작은 지면에 소개한다는 건 불가능하다. 방대한 자연이 여러 도시를 끼고 있는 카파도키아는 자신의 여행 스타일에 맞춰 한 도시 또는 두 도시 정도를 정하고 계획하는 것이 좋다. 괴레메에서 지냈다고 카파도키아를 전부 봤다고 할 수 없다. 많은 여행자가 괴레메에 짐을 푸는 것은 비교적 다양한 가격대의 경험을 하기 좋은 곳이기 때문이다.

 

카파도키아를 조금이라도 빨리 깊이 경험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의 투어가 있다. 데린쿠유 지하도시와 으흘라라 계곡을 묶은 생태관광, 카파도키아와 괴레메의 주요 포인트를 묶어 놓은 레드투어 그리고 로즈벨리 트래킹 투어가 있다. 직접 ATV를 운전하며 경험하는 카파도키아도 인기가 많지만, 아침 일출의 바라보며 하늘을 나는 열기구관광은 추천할 만하다. 인터넷 사이트를 통하는 것보다 숙소나 여행사를 통해 직접 예약하는 편이 현명하다.

 

변종모는 광고대행사 아트디렉터였다가 오래 여행자로 살고 있다. 지금도 여행자이며 미래에도 여행자일 것이다. 누구나 태어나서 한 번은 떠나게 될 것이니 우리는 모두 여행자인 셈이므로. 배부르지 않아도 행복했던 날들을 기억한다. 길 위에서 나누었던 소박하고 따뜻한 마음들을 생각하며, 그날처럼 오늘을 살아가고 있다. ‘짝사랑도 병이다', ‘여행도 병이고 사랑도 병이다', ‘아무도 그립지 않다는 거짓말', ‘그래도 나는 당신이 달다', ‘나는 걸었고 세상은 말했다' 등을 썼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8/23/2018082300703.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