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정원/애송시

가을이 왔다 -​ 오규원

풍월 사선암 2018. 10. 3. 10:18


가을이 왔다 -오규원

 

대문을 열고 들어오지 않고 담장을 넘어

현관 앞까지 가을이 왔다.

 

대문 옆의 황매화를 지나

비비추를 지나 돌단풍을 지나

거실 앞 타일 바닥 위까지 가을이 왔다.

 

우리 집 강아지의 오른쪽 귀와

왼쪽 귀 사이로 왔다.

창 앞까지 왔다.

 

매미 소리와 매미 소리 사이로

돌과 돌 사이로 왔다.

우편함에서 한동안 머물다가 왔다.

친구의 엽서 속에 들어 있다가

내 손바닥 위에까지 가을이 왔다.




<한강공원 서래섬과 세빛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