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정원/애송시

고운 새는 어디에 숨었을까 - 이해인

풍월 사선암 2018. 10. 5. 23:12


고운 새는 어디에 숨었을까 - 이해인


하루종일

비가 많이 내리는 날

 

귀 있는 사람은 바쁜 중에도

모르는 척 할 수 없을 정도로

 

열심히 노래하던 고운 새들은

이 비오는 날

모두 어디에 숨었을까

 

 

따스한 웃음을

 

나의 슬픔에만 깊이 빠져

이웃을 향한

한 가닥의

웃음에도 인색했습니다.

용서하십시오.

 

주님, 당신이 선물로 주신

영원한 생명을

나의 어리석음으로 놓치는 일이

없게 하소서.

 

모든 일상의 어려움에 대해서는

굴복이 아니라 극복의 태도로

임하게 해주소서.

 

살아 있을 때 이웃에게

한 번이라도 더

따스한 격려의 말과

웃음을 주게 하소서.



 

낙엽


낙엽은 나에게 살아 있는

고마움을 새롭게 해주고,

 

주어진 시간들을 얼마나

알뜰하게 써야 할지 깨우쳐준다.

 

낙엽은 나에게 날마다 죽음을

예비하며 살라고 넌지시 일러준다.

 

이승의 큰 가지 끝에서

내가 한 장 낙엽으로 떨어져

 

누울 날은 언제일까

헤아려 보게 한다.

 

가을바람에

떨어지는 나뭇잎처럼,

 

내 사랑의 나무에서

날마다 조금씩 떨어져나가는

 

나의 시간들을 좀

더 의식하고 살아야겠다.


- 이해인 "고운 새는 어디에 숨었을까"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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