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에 대한 두 친구의 대화
A: 넌 그 아이들이 안 불쌍해?
B: 불쌍하지.
A: 근데 왜 말을 그렇게 해?
B: 뭘?
A: 사람이 죽었어. 그것도 억울하게.
B: 뭐가 억울한데?
A: 뭐?
B: 사람은 누구나 죽어.
A: 하... 너 진짜 수구꼴통 맞구나. 정부가 구조를 똑바로 못해서...
B: 삼풍 백화점 기억하냐?
A: 어.
B: 그 때 몇명 죽었는지 알아?
A: .....
B: 501명.
A: .....
B: 부상자만 1,000명 가까이 나왔고 그냥 건물이 무너진 것뿐인데 실종자가 6명이나 생긴 최악의 참사였지.
A: 근데?
B: 너 그때도 이랬냐? 삼풍을 잊지 말자고?
A: 아니 그때야 우리가 너무 어렸고...
B: 지금 광화문에는 중학생도 나와서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어.
A: .....
B: 너 그 동영상 보여주면서 멋있다고 나도 아이 이렇게 키울거라고 했잖아.
A: .....
B: 그땐 어렸으니까 몰랐다? 그럼 지금은 어때?
A: 안타깝지.
B: 그래, 모든 죽음은 안타까운 거야.
A: 하지만 이 아이들은 구조될 수 있었는데 구조를 못한...
B: 대구 지하철 참사 때는?
A: .....
B: 그 사람들이 계단으로 올라가는 게 아니라 선로로 내려오기만 했어도 모두 살 수 있었어.
A: 그렇지.
B: 그게 13년 전 일이야.
A: .....
B: 네가 그렇게 존경해 마지않는 노무현 정부 때 일이라고.
A: .....
B: 노무현 재임 즉시니까 책임 없다? 그럼 김대중 정부 탓이네.
A: 에이, 그걸 꼭 그렇게...
B: 너희들 지금 세월호는 박근혜 7시간 때문이라며.
A: 그건 경우가 다르잖아. 사고가 났는데 대통령이 자리를 비우고 제대로 조치를 안 한...
B: 김대중은 연평해전 바로 다음날 일본에 가서 축구를 봤어.
A: .....
B: TV 카메라 앞에서 활짝 웃으면서 손을 흔들었다고. 자국에서 전쟁이 날지도 모르는데.
A: .....
B: 대구 지하철 참사 때는 192명이 죽었어.
A: 알아.
B: 그 이후로 뭐가 달라졌냐 지금? 이 나라가?
A: 없지.
B: 그래 없어. 그래서 문제라는 거지. 그게 지금 제일 슬퍼해야 하는 일 아닌가?
A: .....
B: 세월호 사고로 죽은 애들이 불쌍해? 난 너희 할머니가 돌아가셨을 때도 갔었지만 네가 지금처럼 애통해하는 건 본 적이 없는데.
A: .....
B: 여기 독감에 걸린 아이가 있어.
A: 뭔...
B: 아이의 아버지는 아이가 태어나기도 전에 공사장에서 낙상하여 유명을 달리 했지. 아이의 엄마는 병원에 갈 돈이 없어 동네 할머니들의 도움으로 겨우 집에서 아이를 낳았어. 하지만 그뿐이었다.
A: .....
B: 아이 엄마는 돈이 없어 아이에게 꼭 필요한 접종을 하나도 할 수 없었어. 제대로 먹지 못하는 날도 허다해서 어쩌다 젖조차 안나오는 날이면 밤새 우는 아이를 안고 달래야 했지.
A: .....
B: 그러던 어느 날, 아이가 독감에 걸려버렸다. 백신을 맞지 못한 게 화근이었던 거야. 고작 10달짜리. 아이는 삼일 밤낮을 펄펄 끓는 열과 싸웠지만 결국 이겨낼 수 없었어. 아이는 그렇게 세상을 떴다.
A: .....
B: 삼일째 아침 앞집 할머니가 그 집을 찾았을 때, 아이 엄마는 차갑게 굳어버린 아이의 시신을 안고 계속해서 젖을 물리려고만 하고 있었어. "아이가 젖을 안 먹어요. 왜이러지... 왜이러지..." 아이 엄마는 정신이 나가버린 상황이었지. 충격으로 미쳐버린거야.
A: 야, 그만하자.
B: 너는 이런 죽음이 대한민국 안에서만 몇 건이나 될 거라고 생각하냐?
A: .....
B: 지금 네가 쓸모없이 술을 처마시고 있는 이 순간에도 사람들은 계속 죽고 있어.
A: .....
B: 너는 그 모든 죽음에 대해 1분 1초 매일 기도하고 살고 있나?
A: .....
B: 매일매일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사람들을 추모하며 정부는 뭘 하고 있는 건가, 지금처럼 흥분하고 있었나? 지난 일주일동안 너가 한 일이라곤 회사를 가고, 야근을 하고, 축구를 보고, 잠을 자고, 처먹고, 술을 마신 게 전부 아냐?
A: 그만하자고.
B: 아이들의 죽음을 이용해서 너의 그 알량한 동정심을 과시하려고 하지 마.
A: 너 말 다 했냐? 난 그런 게 아니라 대통령이...
B: 세상에 슬프지 않은 죽음이 어디있으며 안타깝지 않은 사고가 어디 있다고 이 지랄맞은 일에만 목숨을 걸다시피 하고 있냐고.
A: .....
B: 사고는 선장과 선원들이 냈고, 대응은 진도 VTS랑 목포 해경이 개병신처럼 했는데, 선장이라는 새끼가 승객들 구할 생각은 안 하고 지 혼자 탈출해서 일이 이지경까지 치달았는데, 나는 지난 1년동안 니가 이런 문제에 대해서는 거품물고 얘기하는 걸 본 적이 없다. 오로지 대통령 얘기만 계속 씨부렸지.
A: 대통령이 가장 큰 컨트롤타워 아냐. 대통령이 똑바로 해야...
B: 너는 너희 집에 불났을 때 대통령이 와야 되냐?
A: .....
B: 시장은 뭔 필요가 있고 구청장은 왜 필요하냐? 네 말대로면.
A: .....
B: 너가 생각해도 존나 말도 안되는 억지라고 생각 안되냐?
A: 이건 경우가 다르잖아. 자그마치 300명이...
B: 삼풍백화점, 대구지하철 때는 대통령이 잘해서 사람들이 죽었어?
A: 하... 진짜 그만하자. 너랑은 얘기가 안돼.
B: 세월호 사고는 우리나라가 지난 사고들을 통해서 아무것도 배운게 없고, 아무것도 달라진 게 없다는 반증이야.
A: 그래, 그게 바로 정부가 잘못해서...
B: 지난 20년동안 정부는 계속 박근혜가 이끌어왔냐?
A: .....
B: 밑에 있는 공무원 새끼들은 뭐하고. 20년 철밥통 지키고 있던 경찰들은 뭐했고.
A: .....
B: 근본적인 사고방식, 그리고 허술한 시스템부터 뜯어고쳐야 다시는 이런 사고가 생기지 않겠지.
A: 그래.
B: 그러기 위해서는 절대 한 사람의 힘으로 되지 않아.
A: .....
B: 대통령 혼자 나라를 움직이는 게 아니라며. 국민이 주인이라며. 그래 그 주인 나으리들께서는 여지껏 무얼 하셨나?
A: .....
B: 너나 나나 모두가 이 사고의 공범이야.
A: 인정.
B: 너나 나같은 나라의 진짜 주인님들께서 정말 나라를 걱정했다면 지금 이렇게 한가롭게 술을 마시고 있지 않겠지.
A: .....
B: 이 비극을 통해 배우고, 반성하고, 다시는 같은 사고가 반복되지 않도록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 온힘을 쏟아도 이 지긋지긋한 나라가 바뀔까 말까인데, 대통령에게 책임전가하고 희생양으로 만들어 조지면 죽은 애들이 살아 돌아오기라도 한다냐?
A: 아니.
B: 잘 알면서 왜 그래?
A: .....
B: 대통령이 늦장대응을 했다, 비판은 할 수 있지. 아무리 그래도 나라의 수장이니까. 하지만 그게 근본적인 문제가 아니잖아. 근본적인 문제는 구조신호를 심드렁하게 받고, 대응을 엉성하게 한 해당 구조체계 아닌가? 어선이 해경보다 사람을 많이 구했다는 게 말이 돼?
A: 맞아.
B: 왜 그것에 대해서는 아무도 뭐라고 하는 사람이 없지? 왜 진도 VTS나 목포 해경에 대해서는 아무도 말을 하지 않지? 대통령은 그 책임을 직시하고 해경을 해체하라고 까지 했는데, 그 덕분에 오히려 해경이나 VTS에는 면죄부를 준 셈이나 다름이 없는데, 왜 이 부분에는 분노하지 않고 온통 대통령이 7시간동안 나타나지 않았다, 이따위 황당한 소리만 내뱉고 있냐고.
A: .....
B: 내가 다시 한 번 말하지. 세상에 안타깝지 않은 죽음은 없다.
A: 그래.
B: 하지만 죽은 자들이 바라는 건, 복수가 아니고, 희생양을 찾아서 거리에 내거는 게 아니고, '살아있는 사람들의 행복'이야.
A: .....
B: 그러기 위해서는 그들의 고통을 덜어주고, 보듬어주고, 그리고 아픔을 치유할 수 있도록 후속 조치를 잘 해나가야지.
A: 그래.
B: 지금 후속조치가 제대로 되고 있다고 생각해? 아직도 사고의 원인이 뭐냐 대통령이 왜 5분만에 대응을 못했냐, 이딴 잡소리 가지고 시간을 다 허비하고 있잖아.
A: .....
B: 내가 장담하는데, 저 특조위는 아무것도 밝혀내지도 발전시키지도 못하고 해체할꺼야. 두고 봐.
A: 열심히 하던데...
B: 그래, '과거'에만 매달려서 열심히 하고 있지. 앞을 볼 생각은 요만큼도 안 하고 말이야.
A: .....
B: 너도 똑바로 생각해. 아이들의 죽음을 네 정치적 분풀이에 이용하지 말라고.
A:야, 그런 거 아니라고 했잖아. 나는 순수하게...
B: 순수한 사람이 정권 퇴진을 세월호랑 엮어?
A: 아니, 그건 엄연히 정부에 책임이...
B: 원인제공은 선박회사가 했고, 사고는 선장이 냈고, 구조는 해경이 개판으로 했는데, 책임은 박근혜가 지라고?
A: .....
B: 이게 무슨 군대에서 관리소홀로 자살사고 난 것도 아니고, 연좌제냐?
A: .....
B: 교통사고가 나서 사람이 죽었다고 대통령이 옷을 벗어야 돼?
A: 야, 교통사고라니. 애들이 물속에서 구조만 기다리다 죽었는데.
B: 박근혜가 사고 터지자마자 진도로 날아왔으면, 애들이 살았을까?
A: .....
B: 너는 인과가 없는 사안을 자꾸 엮고 있는거야.
A: .....
B: 정부 시스템이 물 흐르듯 잘 이루어져서 구조가 신속하고 정확하게 이루어졌다면 더 바랄 나위가 없겠지. 그런 시스템을 확립하지 못한 책임이 박근혜에게 있다고 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그조차도 박근혜'만의' 책임은 아니야. 정부와 기관, 그리고 그걸 감시해야하는 국회와 국민들 모두의 책임이지.
A: 그래.
B: 지금 사안을 그렇게 인식하고 있나? 너나 리본충들이?
A: .....
B: 창피한 줄 알아. 부끄럽게 생각해.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은 건 대통령이 아니고 우리 모두야.
A: .....
B: 이딴 쓸데없는 소리 하려고 나 부른 거면 간다. 계산은 네가 해. 내 귀중한 시간 빼앗은 벌이야.
A: 야, 같이 가.
15년 겨울, 어느 바에서의 지금은 연락도 없는 대학동창과의 대화.
[출처] (이것이 팩트임)(펌글) 세월호에 대한 두친구의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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