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정원/생활글

소유해야 행복하다? 그건 '허위 욕망'

풍월 사선암 2018. 4. 8. 16:12


소유해야 행복하다? 그건 '허위 욕망'

올리버 제임스 지음 - 윤정숙 옮김

 

탐욕이 만들어낸 '부자병' 풍요로울수록 풍요 원해삶의 진정성을 회복해야 "사람들이 내게 매력적이라고 말해주면 좋겠다. 값비싼 집과 차, 옷을 소유한 사람들이 부럽다. 정말 부자가 되고 싶다. 찬사를 받고 싶다. 내 것과 남의 것을 자주 비교한다. 지금 내가 갖지 못한 것을 소유할 수 있었다면 내 삶은 더 훌륭했을 것이다. 나이가 들어가는 흔적을 감추고 싶다."

 

당신이 이렇지 않느냐는 질문에 주저 없이 '아니오'라 답할 사람이 얼마나 될까? 젊고 매력적인 외모에, 재산도 많고, 다른 사람들의 선망과 찬사의 대상이 되는 삶. 그런데 이 책의 저자 올리버 제임스는 그런 질문에 ''라는 답을 많이 하는 사람일수록 심각한 바이러스에 감염돼 있다고 말한다. 이른바 '어플루엔자(affluenza) 바이러스', '부자병'이다.

 

풍요(affluence)와 유행성 감기(influenza)의 결합어인 '어플루엔자' 바이러스는 풍요로워질수록 더 많은 것을 욕망하는 현대인의 탐욕이 만들어낸 질병으로 , 소유, 외모, 사회적 지위와 명성을 과도하게 선호하는 정서적 상태이다. 이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소비지상주의의 환상을 추구하다가 무력감, 과도한 스트레스, 욕구 불만, 쇼핑 중독, 만성 울혈, 불안감, 우울증에 시달리기 쉽다. 세계적으로 유행 중인 이 바이러스의 고향인 미국 뉴욕의 투자은행에서 비서로 일하는 여성이 전하는 성공한 뉴요커의 삶은 이렇다.

 

"놀라운 성과를 올리면 경영 디렉터가 되고 40대에는 경영 파트너가 될지 모릅니다. 그러면 재정적으로 자리를 잡게 되지요. 그때쯤 되면 일을 그만두고 가족과 함께 돈을 쓰면서 시간을 더 많이 보내야 한다는 생각은 떠오르지 않습니다. 일하지 않는 법을 모르니까요. 내가 아는 한 사람도 계속 그렇게 살고 있어요. 그가 누군가에게 이렇게 말했다는 군요. '내가 일을 하지 않으면 돈이 남아나지 않을 거야.' 수십억 원을 갖고 있으면서도 말이죠."

 

책에는 저자가 뉴욕·싱가포르·코펜하겐·모스크바 등 20여개 도시 사람들과 인터뷰한 내용이 가득하다. 다양한 삶의 구체적 이야기들 덕분에, 묵직한 책이면서도 속도감 있게 책장이 넘어간다. "온 나라가 부동산 열풍입니다. 저녁 모임의 유일한 화제는 누가 뭘 샀는지, 얼마를 줬는지, 그 가치가 얼마인지입니다." 오스트레일리아의 백만장자가 들려주는 이 이야기가 남의 나라 이야기일까? 우리는 더 나은 집이 '필요'하다고 말하지만 사실은 필요가 아니라 '욕망', 그것도 남의 시선을 의식하는 데서 비롯된 일종의 '허위 욕망'이다.

 

어플루엔자 바이러스의 매개체는 광고와 텔레비전이다. 텔레비전이 도입되지 않았던 1995년까지 피지에서는 풍만한 여성이 선망의 대상이었지만, 텔레비전이 들어오고 3년 만에 피지 여성의 11%가 마른 체형 선호에서 비롯된 스트레스로 신경성 장애를 앓게 되었다. 비정상적으로 부유하게 사는 매력적인 남녀들로 가득한 텔레비전은 이웃이 아니라 축구 선수 베컴 가족과 우리 가족, 김태희·이병헌과 내 애인을 비교하게 만든다.

 

그런 상향(上向) 비교에서 바이러스 동기가 싹 튼다.

사회적 위신을 부여해주는 소유물을 사기 위해 일한다면 바이러스 동기에 따라 일하는 껍데기 삶이다. 반면 타인의 칭찬이나 보상보다는 행위 그 자체를 위해 몰입한다면 내적 동기에 따라 일하는 진정한 자기 삶이다. 일뿐 아니다. 예컨대 외모 가꾸기에서도 다른 사람 눈에 섹시하거나 멋지게 보이려는 바이러스 동기와, 아름다움에 관한 자기 나름의 개념과 기준을 따르는 내적 동기가 있다. 대부분 성형수술과 왕()자 복근에 대한 선망이 어떤 동기에서 비롯되는지는 불문가지다.

 

그렇다면 임상심리학자 출신의 저자가 제시하는 처방은 무엇인가? 삶의 진정성, 생동감, 놀이성을 회복하는 것이다. 저자도 각별히 인용하는 에리히 프롬의 소유냐 존재냐가 던지는 충고, '소유 양식'이 아닌 '존재 양식'의 삶을 회복하라는 처방이다.

 

구조적 처방이 아니라 개인 심리 차원의 처방인 셈인데 어플루엔자 바이러스 증식의 막강한 사회구조적 원인을 감안하면 그 실현 가능성에 대해서는 의문부호가 붙는다. 그러나 책의 각 장 말미에 제시된 '백신'들은 구체적이고 설득력도 있어서 경청의 가치가 충분하다. 더 많은 소유와 성공을 위한 자기계발이 아니라 더 깊은 성찰과 성숙을 위한 자기계발이 가능하다면, 이 책은 후자에 속하는 보기 드문 자기계발서다.

 

"낡았지만 편안한 소파가 있는데 최신 유행 소파가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그런 물건을 사기 위해 노예처럼 일하기에는 당신의 삶은 무척 소중하다" "잠자리에 들기 전 텔레비전을 보는 대신 책을 읽는다면 불을 끌 때 더 만족스러울 것이다" "연봉의 여러 배에 이르는 대출금은 당신의 부를 반영하는 잣대가 아니다. 집을 통해 자존감을 유지하고 높여서는 안 된다" "아주 어린 시절 보상이나 칭찬이 아니라 즐거움을 위해 마지막으로 한 일이 무엇이었는지 돌이켜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