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정원/생활글

얘기해 줄께 생각해 봐

풍월 사선암 2018. 4. 19. 07:01


얘기해 줄께 생각해 봐  

 

옛날에 어떤 노인이 있었는데, 그 노인에게는 두 아들이 있었습니다두 아들은 아버지 덕분에 모두 번듯하게 장가를 잘 가서 예쁜 아내와 토끼 같은 자식들을 두고 남부럽지 않게 잘 살았습니다. 그래서 동네 사람들은 그 노인을 복 많은 사람이라고 부러워했습니다사실 그 노인은 젊은 시절에는 빈털터리로 무지한 고생을 했습니다그러나 자식들을 키우며 부지런히 일한 덕분으로 늙어서는 그렇게 잘 살게 된 것입니다.

 

그런데 뜻밖에도 며느리, 손자는 말할 것도 없고 자식들마저 그 노인을 하찮게 여기며 도무지 상대를 하려 하지 않았습니다노인이 들에 나가고 없을 때 자기들끼리 맛있는 것을 만들어 먹다가 노인이 들어오는 기척이 나면 후다닥 감추며 시치미를 뚝 떼고 말입니다.

 

노인은 남이 보기엔 아들, 손자, 며느리와 함께 큰 집에서 서로 서로 위하며 시끌벅쩍 하게 살고 있는 것 같았지만 사실은 외롭고 쓸쓸한 외토리 생활을 하고 있었던 것이지요. 그러던 어느 날 노인은 아주 슬프고 자기 처지가 한심한 생각기 들어 천정만 바라보고 누워 있다가 어떤 묘안을 생각해냈습니다

 

그 며칠 후였습니다.

노인은 뒤뜰에서 놀고 있는 둘째 손자에게 가서 말했습니다.

 

"얘야, 할아버지 방 문 옆에 있는 옷장 속에서 겉저고리를 꺼내오너라.

하지, 빨리 다녀오너라. 사탕 줄께."

 

그러자 손자 녀석은 사탕이라는 말에 좋아라 깡충깡충 뛰어 할아버지 방으로 가서 옷장을 열고 겉저고리를 꺼냈습니다그런데 이게 뭡니까? 옷장 밑바닥에 금덩어리들이 가득 깔려 있는 게 아니겠어요?

아이가 막 그것을 집으려고 하는데 등 뒤에서 기침소리가 들리더니 노인이 방으로 들어서며 말했습니다.

 

"이웃 마을에 좀 다녀올려고 했는데 몸이 고단해서 내일 가야겠다."

그러면서 땅콩사탕을 한 줌 손자에게 주었습니다.

그리고 얼른 옷장을 단단히 잠근 후에 저고리를 벽에 걸어놓고 아랫목에 누워 쉬었습니다.

 

한편 손자는 방을 나가자마자 그 소식을 엄마에게 전했습니다그때부터 둘째 며느리는 노인에게 지나칠 만큼 공손하고 효성스러워졌습니다. 그러니까 노인이 죽을 때 그 금덩이들을 자기에게 물려주기를 바라고 말입니다. 며칠이 지나자 큰 며느리도 뭔가 누치를 챘는지 아침 문안을 여쭙는다, 차를 달여 드린다 하며 효성을 보이는데 극진하기가 이를 데 없었습니다두 며느리가 서로 잘 모시기 경쟁을 했으니 안 그렇겠습니까? 그렇게 해서 노인은 두 아들 며느리에게 대접을 받으며 하루하루를 편안하게 보냈습니다.

 

이윽고 몇 년이 지나서 노인이 큰 병에 걸려 죽을 날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때였습니다. 두 며느리들은 속으로 각기 `금덩어리들을 나에게 주시겠지, 내가 더 효성스러웠으니까.'하고 생각하면서 노인이 무슨 얘기를 해주기만을 눈이 빠지게 기다렸습니다. 그러나 기다리고 기다려도 금덩어리에 대해서는 아무런 말이 없었습니다

 

하루는 기다리다 못해서 큰며느리가 물었습니다.

"아버님, 저 옷장 속에 들어 있는 금덩어리들을 어떻게 하실 건가요? 돌아가시기 전에 말씀해주셔야지요."

 

그러자 노인은 허허 웃으며 대수롭지 않게 말했습니다.

"그래, 그동안 나를 잘 대해주어서 고맙구나. 저 옷장은 내 말년의 복이다. 저것 때문에 내가 편히 살았으니까. 이제는 됐다. 나누어갖고 싶으면 너희들이 직접 나누어 가지려므나."

 

노인은 말을 마치고 웃는 모습으로 편안히 눈을 감고 인간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러자 아들들과 며느리들은 건성으로 나마 울새도 없이 후다닥 옷장을 열었습니다.

그러나 이내 허망해서 서로들 멍하니 쳐다볼 뿐이었습니다.

 

그것들은 모두 금박으로 겉을 싼 계란만한 돌이었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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