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월의 쉼터/MBC사우회

방송 독립? 靑이 방문진 이사장 다 낙점

풍월 사선암 2018. 3. 17. 09:11

"방송 독립? 이 방문진 이사장 다 낙점" 이완기 사퇴 입장문 파장  


언론 장악 시도 하지않겠다는 대통령 작년 발언과 정면배치

MBC 노조간 갈등도 수면 위로3노조 "파업 안했다고 업무 배제"


이완기(64)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장이 15일 돌연 사퇴를 선언하면서 내놓은 입장문이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방문진은 MBC 최대 주주다.

 

이완기 이사장은 이날 임시이사회가 끝난 뒤 배포한 입장문에서 "(이사장으로) 취임해 방송 독립과 MBC 정상화를 위해 노력했지만 많은 것을 이루지 못한 결과가 돼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제가 방문진 이사장뿐 아니라 이사로서 2년 반 넘게 생활하면서 느꼈지만 방문진은 너무 진영화돼 있다" "방문진법에 방문진 이사장은 이사회에서 호선하게 돼 있지만 실제로는 대통령을 앞세워 청와대가 낙점해왔고 이사회는 그 요식 절차를 수행해왔다" "오염된 현실을 방치하는 한 방송의 독립과 개혁은 기대난망이다"라고 쓴소리를 했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8월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적어도 문재인 정부는 언론을 정권의 목적으로 장악하려는 시도는 하지 않겠다"고 못박은 것과 정면 배치되는 발언이라 방송계는 물론 여야 정치권에도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이완기 이사장은 지난해 11월 전임 고영주 이사장이 불신임 해임되면서 후임 이사장으로 선출됐다. 그러나 방송통신위원회가 지영선(69) 녹색서울시민위원회 공동위원장, 김상균(69) 전 광주문화방송 사장 등 이 이사장보다 연장자인 신임 이사를 연이어 임명하면서 이사장직을 둘러싼 갈등이 증폭돼왔다. 이 이사장은 "연장자가 이사장직을 맡는 관행은 법을 벗어난 것"이라며 버텨왔다. 그러나 방문진 관계자는 "지영선 이사 사퇴 후 다시 연장자인 김상균 이사가 보궐 선임된 뒤 여러모로 힘들지 않았을까 싶다"고 전했다. 이사장직 사퇴 배경에 청와대와 여권의 압박이 작용했음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MBC 노조도 내홍에 휩싸였다. 지난해 12월 최승호 사장이 취임한 뒤 민주노총 산하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1노조)MBC공정방송노조(2노조), MBC노동조합(3노조) 3개 노조 소속 직원들은 반목을 거듭하는 양상이다. 3노조 산하 공정방송감시센터는 지난 14일 발표한 '배현진 논란과 MBC, 그리고 사라진 기자들'이란 제목의 성명서에서 "최승호 사장은 취임 직후 보도국 국·부장단 전원을 보직 해임하고 민노총 언론노조 파업에 참여했던 기자들로 그 자리를 속속 채웠다""파업에 불참한 기자 80명도 방송기자 업무가 아닌 곳으로 골라 배치했다"고 주장했다. 파업에 참여하지 않은 MBC 한 기자는 "파업 불참 기자는 방송에 얼굴과 목소리가 나와서는 안 되는 분위기"라며 "직접 취재하고 쓴 원고를 리포터가 대신 읽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완기 이사장도 본지 통화에서 "적폐 청산이라는 이름으로 앞뒤 상황 가리지 않고 칼을 휘두르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파업 현장에 함께하지는 못했어도 MBC 재건에 진정으로 동참하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기회가 부여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석민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최승호 사장과 파업에 참여했던 사람들이 돌아와 마치 점령군처럼 군림하는 것은 참 안타까운 일"이라고 말했다.


조선일보 입력 : 2018.03.17 03:09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3/17/2018031700234.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