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없는 지팡이가 못된 자식보다 낫다
불교경전의 가장 원형에 해당하는 아함경에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전해온다.
어느 날 이른 아침에 부처님께서 탁발하시려고 성 안으로 들어가셨다.
그런데 늙고 쇠약한 한 노인이 지팡이에 몸을 의지한 채 구걸하는 모습을 보시고 그에게 물었다.
노인이시여, 어찌하여 늙고 쇠약한 몸인데도 거리에서 구걸을 하고 있습니까?”
부처님이시여, 아들을 키워 며느리를 맞아들이고 자식에게 재산을 물려주었더니,
늙은이는 더 이상 필요 없다고 쫓아내더이다.
이제 의지할 곳 없어 이렇게 걸식하고 있나이다.”
부처님께서는 ‘내가 노인에게 게송을 일러줄 터이니 많은 사람들 가운데서 말하라’고 하면서
다음과 같이 일러주셨다.
"나는 아들을 낳았다고 기뻐했고 그 아들을 위해 애써 재산을 모았으며
아들을 위해서 며느리를 들인 뒤에 재산을 물려주고는 집에서 쫓겨나게 되었다네.
마을의 어떤 부랑한 자식이 늙은 아비를 등지고 버렸으니
얼굴은 비록 사람이라지만 그 마음은 나찰(羅刹)악귀(惡鬼)이라네.
늙은 말(馬)은 쓸 데가 없다고 하여 보리껍질 먹이까지 빼앗아 버리듯이
젊은 자식이 늙어 힘없는 아비를 쫓아내니 늙은 아비는 거리를 떠돌면서 구걸하네.
내 늙어 지팡이에 의지하게 되고 보니 자식이란 지팡이보다도 못한 것
자식이 귀하다고 사랑만 할 것 아니라오.
지팡이는 소나 개를 막아주고 험한 곳에선 나를 지탱해 주며 가시덤불도 헤쳐가게 해주니
말없는 지팡이가 못된 자식보다 훨씬 낫다오.”
늙은 바라문은 마을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에서 부처님의 말씀대로 노래했다.
그 바라문의 아들은 그 소식을 전해 듣고 자기의 잘못을 부끄러워하면서
늙은 아버지를 집으로 다시 모셨다.
인간의 역사는 참으로 묘한 것이다.
2500여 년 전에도 부모를 버리는 불효자가 있었고
현재에도 이런 불효자가 존재하는 것은 별로 다르지 않다.
- 아함경 (주경스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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