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完璧)에 얽힌 두 가지 사연

완벽(完璧)에 얽힌 두 가지 사연

 

‘완벽(完璧)’의 ‘벽(璧)’은 ‘아름다운 옥(玉)’을 뜻한다. (인터넷 사진 캡처)

 

어떤 것이 단 하나의 결함도 없이 완전할 때 우리는 ‘완벽하다’라고 말한다. 그런데 ‘완벽(完璧)’의 ‘벽(璧)’이 ‘아름다운 옥(玉)’을 뜻한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완벽’은 ‘화씨지벽(和氏之璧)’이란 이름의 대단히 아름다운 명옥(名玉)과 관련된 고사에서 나온 말이다. 이 명옥과 관련해서 두 가지 이야기가 전해진다.

 

첫 번째 이야기, 화씨지벽(和氏之璧)

 

전국 시대 초(楚)나라에 화(和)씨란 사람이 산속에서 옥돌(옥의 원석)을 발견했다. 그는 이것이 예사로운 물건이 아니라 판단하고 당시 초나라 왕인 여왕(厲王)에게 바쳤다. 여왕은 옥 다듬는 사람에게 감정시켜 보았다. 그랬더니 그것은 옥이 아니라 그냥 돌이라고 했다. 여왕은 화씨가 자신을 속이려 했다고 생각하고 화가 나서 그를 월형(발뒤꿈치를 자르는 형벌)에 처해 왼발 뒤꿈치를 잘랐다.

 

여왕이 죽고 무왕(武王)이 즉위하자 화씨는 그 옥돌을 무왕에게 바쳤다. 그런데 이번에도 감정 결과가 돌이라고 나왔다. 무왕 역시 화가 나서 그의 오른발 뒤꿈치마저 자르게 했다.

 

무왕이 죽고 문왕(文王)이 즉위하자 화씨는 그 옥돌을 안고 궁궐 앞에서 사흘 낮 사흘 밤을 울었다. 문왕이 이를 듣고 사람을 통해 물었다.

 

“천하에 월형을 받은 자가 많은데, 그대는 어째서 그리 슬피 우는가?”

 

“제가 우는 것은 월형을 받아서가 아닙니다. 옥의 원석을 돌이라 하고, 정직한 사람을 사기꾼이라 하니 그것이 슬퍼서 우는 것입니다.”

 

이를 전해 들은 문왕은 그 옥돌을 다듬게 했다. 그랬더니 천하에 둘도 없는 아름다운 명옥(名玉)이 만들어졌다. 문왕은 화 씨에게 큰 상을 내리고 그 명옥을 ‘화씨지벽(和氏之璧)’이라고 이름 지었다.

 

이 이야기는 <한비자(韓非子)> ‘제13편 화씨(和氏)’에 실려 있다.

 

두 번째 이야기, 완벽(完璧)

 

그 후 화씨지벽(줄여서 화벽)은 조(趙)나라 혜문(惠文) 왕의 손에 들어갔다. 진(秦)나라의 소양(昭襄) 왕이 이 소문을 듣고 화벽이 너무 탐나서 그것을 자기 나라의 15개 성(城)과 바꾸자고 했다. 혜문왕은 당시 최대 강국인 진나라의 요청을 거절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소양 왕이 화벽만 갖고 약속을 지키지 않을까 봐 걱정이었다. 혜문왕은 인상여(藺相如)라는 자를 불러 대책을 물었다.

 

“화벽을 보내야 하겠소? 아니면 보내지 말아야 하겠소?”

 

“진나라는 우리보다 훨씬 강합니다. 보내야 합니다.”

 

“만약 진나라가 화벽을 받고 성을 넘겨주지 않으면 어떡하오?”

 

“진나라가 성 15개와 화벽을 바꾸자고 했는데 우리가 응하지 않는다면 그 허물은 우리에게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화벽을 줬으나 진나라가 성을 주지 않는다면 그 허물은 진나라에 있습니다. 화벽을 주고 허물이 진나라에 있게 하는 것이 좋습니다.”

 

결국 혜문왕은 인상여를 사신으로 임명하고 화벽을 진나라로 가져가게 했다. 인상여는 만약 진나라가 성을 주지 않으면 화벽이 아무 문제 없이 완전하게 조나라로 돌아오게 하겠다(完璧歸趙-완벽귀조)고 약속했다.

 

인상여는 진나라로 가서 소양 왕에게 화벽을 바쳤다. 소양 왕은 화벽을 보고 매우 기뻐하며 후궁과 신하들에게도 구경시켰다. 하지만 약속했던 성을 주겠다는 말은 일절 없이 인상여에게 숙소로 가서 쉬라고 했다. 이에 인상여는 “사실 화벽에는 작은 흠이 하나 있습니다. 그것을 보여드리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소양 왕은 “그게 정말이냐?”라면서 화벽을 인상여에게 건넸다.

 

화벽을 건네받은 인상여는 큰 소리로 말했다. “전하께서는 어찌하여 약속을 지키지 않은 것입니까? 사실 진나라는 약속을 잘 지키지 않는 나라이므로 화벽을 보내지 말자는 의견이 많았으나, 진나라 같은 큰 나라가 그럴 리 없다고 제가 설득하여 가져온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 보니 전하께서는 약속을 지킬 생각이 없으신 것 같습니다. 그러니 이 화벽을 도로 가져가겠습니다. 만약 강제로 화벽을 뺏으려 한다면 이 자리에서 박살을 내버릴 것입니다.” 그러면서 기둥에 화벽을 던지려는 시늉을 취했다.

 

소양 왕은 깜짝 놀라 인상여에게 약속을 지키겠다고 다짐하고 5일 동안 목욕재계한 후 화벽을 받기로 했다. 인상여는 소양 왕이 이번에도 약속을 지키지 않을 것이라 보고 일행 중 한 명을 시켜 화벽을 조나라로 몰래 가져가게 했다.

 

5일이 지난 후, 인상여는 궁궐에 들어와 소양 왕에게 말했다.

 

“화벽은 이미 조나라로 돌려보냈습니다. 전하께서 약속대로 15개의 성을 주시면 조나라에서 반드시 화벽을 보낼 것입니다. 저는 전하를 속인 죄가 크므로 죽음을 면치 못하리라는 점 잘 알고 있습니다. 부디 저를 끓는 물에 삶아 죽이시기 바랍니다.”

 

소양 왕은 화가 났지만 인상여를 처형할 경우 자신에게 많은 비난이 쏟아질 것이 분명하므로 오히려 그를 극진히 대접한 후 무사히 돌려보냈다. 이리하여 화씨지벽은 흠 하나 없이 완전한 모습으로 조나라로 돌아오게 되었다. 이 고사에서 ‘완벽’이라는 말이 나왔다. 이 이야기는 사마천의 <사기(史記)> ‘염파·인상여 열전(廉頗·藺相如 列傳)’에 실려 있다.

스위스 제네바의 크리스티 경매에서 3150만달러(약 337억8400만원)에 낙찰된 세계 최대 크기의 오렌지색 다이아몬드인 '더 오렌지(Fire Diamond)'의 모습. 더 오렌지의 무게는 14.82캐럿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