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페이의 `춘추전국 시대`
다양한 앱 기반의 간편결제 서비스 봇물 / 스마트워치까지 전선 확장
전통 금융업 넘어 인터넷 산업도 큰 변화 / 사업초기 글로벌 전략 필요
최근 IT 및 금융업계의 최고의 관심사인 핀테크(FinTech: 금융(financial)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는 기존 금융산업의 파괴적 혁신으로 금융업은 물론 인터넷 모바일 산업에도 큰 파장을 몰고 오고 있다. 인터넷전용은행을 통해 계좌개설, 송금, 카드 발급 등을 활용하고, 지급결제, 금융데이터 분석, 해외 송금, P2P 대출, 모기지론, 크라우드펀딩 등 다양한 핀테크 서비스가 제공되면서 더 이상 전통적인 은행 창구를 이용할 필요가 없어진다. 핀테크 기술의 빠른 발전과 관련 벤처들의 잇단 등장으로 은행업무 대부분을 핀테크 기업이 대체하는 시점이 임박했다고 예상한다. 특히 신용카드 대신 스마트폰으로 간편결제가 되고 다양한 서비스도 계속 제공되니 간편결제 시장규모가 기하급수적으로 커지고 있다. 글로벌 모바일 결제시장 규모는 2011년 1059억달러에서 2017년 7210억 달러로 6년 동안 약 7배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애플, 구글, 아마존, 삼성, 알리바바 등 글로벌 IT 업체들의 참여로 간편결제 시장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되며, 특히 스마트폰 기반 모바일 간편결제 서비스분야에서는 애플페이, 안드로이드페이와 삼성페이 3파전이 예상된다. 이들 가운데 가장 먼저 출시된 애플페이는 신용카드 정보를 저장해둔 스마트폰을 근접무선통신(NFC) 단말기에 대면 결제되는 방식이며 지문인식을 통한 본인인증 방식으로 보안을 강화했다. 애플페이는 NFC 방식만을 지원해 현재 사용률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2015년 3월 15% → 2015년 6월 13%). 최근 구글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탑재한 스마트폰 중 NFC 기능을 지원하는 기기에서 간편결제를 제공하는 안드로이드페이를 출시해 모바일 '페이 전쟁'에 가담했다. 한편 삼성은 루프페이(LoopPay)를 인수해, 마그네틱카드 정보를 읽어 바에 저장하고 이를 다시 아날로그 형태로 된 결제단말기로 전송하는 마그네틱 보안전송(MST) 특허기술을 삼성페이에 적용해 주목을 받았다. 카드 정보를 입력해둔 스마트폰을 마그네틱 신용카드 결제기에 대면 결제가 되는 방식이다. NFC 결제 단말기를 별도로 설치하지 않고 기존 결제단말기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NFC와 MST를 동시에 지원하는 삼성페이는 전 세계 상점의 90% 이상(약 3000만개 매장)에서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NFC 만을 지원하는 애플페이와 안드로이드페이는 별도의 NFC 결제용 단말기(약 20만원 상당)를 구매해야 한다. 그러나 애플이나 구글은 스마트폰 운영체제를 제공하는 회사이기에 스마트폰 마다 다 깔려서 나온다고 생각한다면 특정 단말기만 지원하는 삼성페이보다 근본적으로 유리하다. 하지만, 애플, 구글은 수수료를 받고, 삼성페이는 무료다. 보편성과 강력한 보안성을 모두 갖춘 삼성페이가 애플과 구글을 제치고 스마트폰 간편결제 시장의 강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많은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국내에서는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시럽페이, 페이코 등 다양한 앱 기반 간편결제 서비스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또한 롯데, 신세계, 현대백화점 등 유통 3사도 모두 '페이 전쟁'에 합류했다. 결제시장의 원조격인 신한, 롯데, 현대, KB국민, NH농협카드 등 국내 카드 6사들도 이미 간편결제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현재 페이라는 이름 단 간편결제 서비스만 15개가 넘고 전자지급결제대행 서비스를 하는 업체는 60여개에 달한다. 국내 간편결제 시장의 선두주자인 카카오페이는 3800만명에 이르는 카톡 사용자 기반으로 6개월 만에 가입자 400만명을 돌파했지만 결제 가능한 가맹점 숫자가 적은 한계를 드러냈다. 네이버페이는 네이버 앱에서 제휴되어 있는 모바일 쇼핑몰에서 회원가입 없이 네이버ID로 쇼핑, 결제, 송금, 배송관리까지 할 수 있다. 그러나 삼성페이는 다른 간편결제 서비스와는 달리 주요 사용처가 오프라인 매장이다 보니 소비자들과 점주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삼성페이에 등록된 카드 수는 서비스 출시 3주 만에 40만장을 돌파했고 연내 200만장을 돌파할 수 있을 전망이다.
최근 모바일 '페이 전쟁'이 스마트워치로 확산되고 있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의 양대 축인 삼성과 애플은 물론 중국 IT 업체들까지 손목 위의 간편결제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최근 스마트워치에 모바일 간편결제 서비스 기능이 잇달아 탑재되고 있다. 삼성은 최근 공개한 차세대 스마트워치 기어S2에 NFC 기반의 삼성페이를 지원한다. 신용카드를 등록한 뒤 시계를 NFC 단말기에 갖다 대면 결제가 완료된다. 또한 스마트폰의 NFC칩을 이용해 스마트폰끼리 돈을 주고받고, 신용카드 결제까지 할 수 있는 결제모듈을 장착하면 스마트폰이 무선 신용카드 결제단말기 역할을 하게 된다. 배달음식 배달원이나 주유소 직원이 굳이 무선 카드결제기를 들고 다니지 않아도 스마트폰만으로 바로 결제를 할 수 있다. 이때 카드사와의 직접통신으로 인해 VAN망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당장 카드 수수료 인하효과까지 낼 수 있다. 또 카드 단말기를 사용하면서 발생하는 매월 임대료와 유지·보수비, 통신비 등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IT 트렌드는 인터넷 접속이 PC에서 모바일기기로, 웹에서 앱으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세계 유명 포털사이트의 모바일 접속이 이미 PC 접속을 넘어선지 오래다. 최근 스마트폰 및 웨어러블 기기가 대중화되면서 쇼핑 문화도 바뀌고 결제방식도 편리하게 변화되고 있다. 따라서 모바일 간편결제 서비스는 앞으로 금융업은 물론 인터넷 산업에도 큰 변화를 이어갈 전망이다. 지금은 국내외 다양한 간편결제 서비스들이 난무하는 '페이' 춘추전국시대다. 이러한 시대에는 아주 참신하고 혁신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소수 업체만이 생존하고 새로운 기회가 주어질 것이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안타깝게 IT 기업을 중심으로 간편결제 서비스가 쏟아지는 추세이며 금융 분야에서는 눈에 띄는 변화가 찾기 어렵다. 지금까지 금융, 보안, 인터넷 전화, 전자상거래, 메시지, SNS, 검색 서비스 등 서비스 산업들은 국내 시장에만 안주하여 경쟁하기 때문에 우물안 개구리식으로 글로벌 플레이어가 되지 못해 지속적인 성장에 구조적 한계를 가지고 있다. 현재 삼성페이만이 글로벌 시장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다른 간편결제 서비스들도 특화 전략에 의해서 초기부터 국내시장에서 탈피하고 글로벌 시장을 목표로 해야 한다.
입력: 2015-11-10 18:28 / 유승화 아주대 정보통신전문대학원 명예교수
[시론] `AI 알고리즘 표준` 만들어야
최근 인공지능을 활용해 산업을 혁신해 나가려는 글로벌 기업들의 경쟁은 시작됐다. 인공지능의 승패를 결정짓는 3대 핵심기술 요소인 알고리즘, 데이터, 컴퓨팅 파워를 둘러싼 기업들의 경쟁이 예상된다. 이중 클라우드 기반으로 한 컴퓨팅 파워 경쟁에서는 주요 기업들은 상당한 수준의 역량을 확보하고 있고 무어의 법칙에 의해서 매년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그러나 알고리즘의 경우 다양한 문제 해결에 공통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범용 도구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현재 인공지능기술의 주류는 딥러닝과 강화학습 등의 머신러닝기술로, 대량의 데이터로부터 통계적인 최적화 연산을 수행해 문제에 대한 솔루션을 찾아내는 방식이다. 인공지능기술의 적용 분야가 다양하지만 적용되는 최적화 알고리즘들은 공통성이 있으므로 이를 모듈화해 다양한 경우에 적용이 가능하다. 인공지능 플랫폼은 알고리즘을 소프트웨어로 구현한 라이브러리와 그러한 라이브러리를 쉽게 사용할 수 있게 하는 인터페이스 등으로 구성된다. 인공지능 플랫폼을 이용하면 응용개발자들은 복잡한 내부 알고리즘을 알 필요 없이 해당 모듈들을 도구로 사용해 구현이 가능하다.
주요 글로벌 기업을 중심으로 인공지능을 플랫폼화해 생태계로 만들어 가려는 추세다.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등과 같은 기업들은 확보하고 있는 엄청난 데이터와 사용자 정보를 활용해 인공지능을 고도화하고 있으며 다양하게 활용 가능한 인공지능 플랫폼을 준비하고 있다. IBM, GE와 같은 기업들은 특정 사업 영역에 집중한 전문 인공지능 플랫폼 구현에 집중하고 있다. 이들 기업들은 기존 사업 영역에서 축적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인공지능 역량과 인수합병과 제휴를 통한 전문성을 기반으로 인공지능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 인공지능 플랫폼이 제공하는 알고리즘은 음성인식, 이미지인식, 자율주행차, 자동번역, 금융 및 의료데이터 분석 등 다양한 영역에 응용이 가능하다. 그러나 적용되는 해당 영역에 대한 지식이 선행되지 않으면 실제로 인공지능기술을 구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현재 인공지능의 주류를 이루는 딥러닝 등의 머신러닝 기술은 데이터 및 컨텍스트에 의존적이기 때문에 도메인 지식의 중요성이 매우 크다. 현재의 머신러닝은 특정한 상황에 국한해 비슷한 상황에 대한 데이터를 반복 학습 시키는 식으로 구현되기 때문에, 다른 영역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학습이 별도로 필요하다. 특히 머신러닝은 단순히 해당 영역의 데이터를 수집해 입력하는 것이 아니라 지도학습 등 인간에 의한 해석과 판단이 추가돼야만 학습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지난해 구글은 인공지능 플랫폼 텐서플로우 공개에 이어 최근 인공지능 테스트 플랫폼인 딥마인드랩을 외부에 무료 공개했다. 페이스북의 FAIR는 머신러닝 프레임워크인 토치(Torch) 기반으로 제작된 인공지능 모듈을 오픈소스로 공개하고, MS는 프로젝트 옥스퍼드의 API 개발키트를 공개했다. 비영리 인공지능연구기관인 오픈AI는 인공지능 플랫폼인 오픈 AI 짐(Gym)을 공개했고, IBM은 머신러닝 플랫폼 시스템ML을 오픈소스로 공개했다. 이와 같이 다수 기업들은 인공지능기술 관련 소스코드, API, 트레이닝 및 테스트베드 환경 등을 전 세계에 무료로 공개하고 있다. 이러한 기업들은 많은 투자를 통해 개발한 인공지능 플랫폼을 무료로 공개하면서 자사 주도의 인공지능 혁신 생태계를 조성하려고 하고 있다. 이런 인공지능 플랫폼을 제공하면 다양한 인공지능 관련 개발 작업들이 활성화될 것이다. 그러나 인공지능 플랫폼의 공개에도 불구하고 기업 보유 데이터의 공개는 상대적으로 미약하다. 인공지능기술은 알고리즘만으로는 작동하지 않으며, 대량의 훈련용 데이터를 사용해 학습을 시켜야만 작동한다. 학습 과정뿐만 아니라 인공지능 소프트웨어의 테스트를 위해서도 역시 대량의 데이터가 필요하다. 따라서 주요 기업이 차별적으로 확보한 알고리즘 역량과 데이터가 인공지능 플랫폼의 성능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구글은 인터넷 및 모바일 환경에서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지만 상당 부분의 정보가 공공 데이터다. 반면 페이스북과 아마존은 수년간의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수집한 정보들은 개별 사용자의 성향을 나타내는 개인 데이터가 중심이 된다. 이들 기업은 개인별 SNS 정보, 선호도, 소비 패턴, 온라인 쇼핑 이력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세분화된 개별 사용자의 정보를 확보하고 있다. 개인별 특화된 맞춤형 서비스 제공을 위한 인공지능 플랫폼으로는 페이스북과 아마존이 구글 대비 우세에 있을 수 있다. 기업의 핵심 경쟁력은 알고리즘보다는 보유 데이터에 있기 때문에 정부는 이러한 스타트업 생태계를 조율하고 공공재를 공급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미국 NSTC(National Science and Technology Council)는 훈련용 데이터의 공개, 공공기관의 데이터 공개 및 오픈소스 도구키트 개발 등에서 정부의 역할을 명시했다.
스마트폰 시대와 같이 전 세계적으로 인공지능 플랫폼을 통해 생태계에서 주도권을 가지려는 전쟁은 이미 시작됐다. 따라서 국내에서도 이러한 인공지능 플랫폼 전쟁에 전략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 국가적인 인공지능 알고리즘의 표준화 및 오픈소스 라이브러리화 작업이 필요하며, 인공지능기술 개발에 필수적인 테스트 및 트레이닝용 데이터의 확보가 시급하다. 그러나 데이터의 확보에는 많은 비용이 소요돼, 규모가 작은 스타트업의 입장에서 이러한 데이터 확보는 쉽지 않은 일이다. 정부 및 공공부문의 역할은 이러한 인공지능 플랫폼에서 필요한 훈련용 데이터와 오픈소스 라이브러리, 기술평가기준 정립과 같은 공공재의 공급을 제공해야 한다. 특히 정부가 축적한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민간 스타트업 생태계와 공유하는 것이 필요하며, 이 과정에서 직면하게 되는 빅데이터의 상업적 응용 과정에서의 보안 문제나 데이터 완결성 문제, 사생활 침해 문제 등에 대해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할 필요가 있다. 또한, 인공지능 플랫폼의 초기 수요를 견인하여 시장을 창출해내기 위해 정부의 공공 전산시스템에 자연어처리 등 인공지능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등의 능동적인 정책들이 추진돼야 한다. 국내 다양한 분야에서 인공지능기술을 응용하는 주체들이 모두 협력해야 인공지능 시대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유승화 아주대 명예교수 / 입력: 2017-01-04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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