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화 교실/스마트폰

수직화되는 스마트폰 부품 생태계

풍월 사선암 2017. 2. 16. 11:42

[시론] 수직화되는 스마트폰 부품 생태계


최근 스마트폰 사용자는 10억명으로 전체 휴대폰 사용자의 약 37%에 달하며 급속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급속한 성장이 세계 IT업계의 생태계를 변화시키고 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 시장의 급속한 성장이 데스크탑, 노트북 그리고 디지털 카메라와 같은 기존 IT 산업에 영향을 주기 시작하면서 애플이나 삼성전자와 같은 시장지배자들이 경쟁사의 몫을 모두 차지하는 `승자독식'의 경영 패러다임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들 업체들이 시장을 지배하면서 IT 산업 생태계 대대적인 변화가 일어나 부품업체들은 소수 고객에 의존하는 위기에 직면하게 된다.


애플은 자체 공장 없이 부품을 싸게 조달해 외부에서 조립하는 애플식 생산 방식과 글로벌 부품공급망을 구축하고 있다. 그러나 애플의 30%대의 영업이익률과 협력사들의 열악한 경영 성적은 대조적이다.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ODM(제조자개발생산) 방식으로 만드는 대만 폭스콘은 1%대 영업이익률에 지쳐 단가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PC 업체뿐만 아니라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도 급성장하는 스마트폰과 테블릿 분야에 진입했지만 이들이 단기간에 애플과 삼성이 지배하고 있는 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결국애플과 삼성이 지배하는 부품공급망에 속하지 못하는 회사들은 생존 자체가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되어 이들의 시장 지배력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대만 부품업체들은 애플의 아이폰 부품 공급을 통해 성장하였고 새로운 부품업체들은 이 대열에 합류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이 계속되고 있다. 최근 리튬이온 배터리와 프린트 기판 등의 부품은 중국과 대만산이 늘었다. 애플 아이폰5의 일본산 핵심부품 비율이 크게 높아졌다. 고주파 필터, 전원 코일, 초소형 단자, 수정진동자, 액정 패널, 플래시메모리와 D램 등의 일본산 부품 사용이 증가하여 애플에 사용되는 부품 중 일본산이 차지하는 비율은 40% 이상으로 높아졌다. 최근 애플에 의존하는 일본 부품업체가 증가하면서 아이폰5 특수를 누리고 있다. 그러나 압도적 구매력으로 터무니없이 가격 인하를 요구할 뿐 아니라 언제 주문을 중단할지 모르는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애플이 단가를 계속 낮추기 때문에 납품을 거부하고 싶어도 글로벌 IT 업계를 석권한 애플 외에 대규모 주문을 늘릴 곳이 없어 불가능하다. 지난 3분기 반도체 업계에서는 애플에 납품한 도시바마이크론SK하이닉스 등이 적자를 내고 납품을 거부한 삼성만 흑자였다.

 

최근 애플은 부품 공급량 부족과 까다로운 품질 기준 때문에 생산 물량이 부족하여 주문량을 맞추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애플이 아이폰5 공개 이후 지금까지 제휴사인 삼성에서 다른 회사로 부품업체를 돌려 부품공급 지연기간이 더 길어지고 있다. 애플 아이폰5에 사용되는 낸드플래시와 모바일D램은 일본산 부품 비율이 높아졌지만 여전히 삼성 제품이 사용되고 있다. 애플이 당장 삼성을 버리고 가기는 힘든 구조라는 이유에서다. 아이폰5의 두뇌 역할을 담당하는 응용프로세서(AP)는 삼성이 생산하는 A6칩을 사용하고 있다. 애플이 요구하는 품질로 부품을 대량 공급할 수 있는 업체는 매우 한정돼 있으며 그에 따른 대규모 설비 투자가 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스마트폰 시장에서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을 가지고 있는 삼성은 주요 부품을 자체 개발/생산하거나 국내외 협력 업체들을 통해서 수직 계열화하여 관리하고 있다.

 

스마트폰이 대중화시대로 접어들면서 시장지배력을 가진 애플과 삼성 같은 주요 업체들의 부품공급망에 들어가지 못하면 살아남기 어려운 생태계가 예상된다.

 

첫째, 스마트폰 시장이 성숙되면서 대량 생산체제가 진행되면 핵심 주요부품의 안정적인 공급원 확보가 중요하다. 성숙기 진입에서는 요구되는 품질기준을 만족하며 생산 수율이 안정화된 부품업체들의 수혜 폭이 커질 것이다. 대량 생산효과로 가격 인하할 수 있는 신소재 및 생산공법 혁신 등 기술 개발이 요구된다. 즉 혁신적인 기술력과 고 품질을 제공하고 대규모 양산체제를 갖추기 위한 대규모 투자를 과감히 할 수 있는 부품업체만이 생존할 것이다.

 

둘째, 향후 모바일 기기의 기능이 다양화 및 지능화되면서 가장 경쟁력있는 부품을 제공하는 소수 업체들만이 생존할 것으로 예상된다. 즉 초고속 메모리, 고성능 응용프로세서(AP), 휘여지는 멀티 터치 패널, 초고속 와이파이 칩세트, 지자기가속도자이로 융합센서 등의 핵심 부품들이 예상된다. 스마트폰 부품의 핵심은 사용자의 감성을 표출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하고 증강현실을 통해 다른 사람과 3차원(3D) 게임을 하는 등 감성적인 기능이 제공되는 스마트 부품이 가능하다. 따라서 향후 독보적인 스마트 부품을 제공하는 부품업체들의 수혜 폭이 커질 것이다.

 

셋째, 융합의 가치는 그 어느 때 보다도 높아졌다. 스마트폰은 향후 자동차, 헬스케어 등 다양한 산업군과 융합되며 발전할 것이며 그 성장폭은 매년 커질 전망이다. 이 같은 변혁에 부품 산업을 다시 성장시키고 스마트폰 산업의 경쟁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미래 선도 서비스의 핵심 원천기술 확보와 차세대 이동통신표준 선점이 절실하다. 3D 모바일 디스플레이, 디지털 홀로그래피, 다중대역 안테나, 바이오 및 오감센서, 차세대 사용자 인터페이스(UIUX) 부품 등이 대표적이다.

 

우리나라는 현재 모바일 기기 제조 및 부품 산업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매우 좋은 기회가 주어졌고 이를 잘 활용하여야 한다. 앞으로는 신기술 부품 개발 및 원천 특허확보가 스마트폰 시장 지위에 막대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판단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중장기적인 통신기술 표준화 추진과 부품 특허 선점 등 지식재산권 확보를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하며 최고만이 생존한다는 각오로 추진해야 한다. 아울러 스마트폰 제조 및 부품업체 뿐만 아니라 정부 및 유관 기관, 연구기관 등이 합심해 유기적인 협력과 맞춤형 지원을 펼쳐야 할 것이다.


입력: 2012-11-04 19:48 / 유승화 아주대 정보통신대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