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근한 '엄마 대장'에서 세계의 리더로… 미셸 오바마
단순히 전통적인 퍼스트레이디에 머물러 있지 않고, 끊임없이 대중과 소통하며 친근함을 쌓아온 미셸 오바마.
그는 대통령인 남편보다 월등한 인기를 누려왔다. 일각에선 "미셸은 '제2의 힐러리'가 될 수도 있다"고 말한다.
정치권의 기대까지 한몸에 받으며 세계의 리더로 자리매김한 미셸의 이야기다.
"패션 리더이자 두 아이의 건강한 어머니인 그녀는 재클린 케네디에, 하버드대 로스쿨 학위와 시카고 남부에서 배운 '거리의 감각' 등을 더한 여성… 전 세계 여자 아이와 여성들에게 새로운 롤 모델로 떠오르고 있다"
- 2010. 美 경제전문지 '포브스(forbes)'
2008년 11월 버락 오바마가 미국 대선에서 승리를 거두면서, 미국 최초의 흑인 영부인이 되어 백악관에 입성한 미셸 오바마는 당찬 성격부터 튀는 패션 감각으로 많은 관심을 받아왔다. 또한, 활발한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활동과 각종 TV 쇼 프로그램에 출연하여 대중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기도 하고, 각종 정치 및 외교 활동에서 두각을 드러내기도 했다..
어린 시절 · 학창 시절
미셸은 어릴 때 고집이 세 / 엉덩이 맞을 일을 제법 자초했지만, 좋은 아이였다 - 오빠 크레이그 로빈슨
미셸 오바마는 미국 일리노이 주 시카고에서 아프리카계 흑인 중산층 가정의 딸로 태어났다. 결혼 전 이름은 미셸 라본 로빈슨(Michelle LaVaughn Robinson)이다. 아버지 프레이저 로빈슨(1990년 사망)은 시카고 시의 상수도 펌프 운용 기사로 일하면서 민주당 지역구의 지구당 담당자를 지냈고, 어머니 메리언 로빈슨은 스피겔이라는 홈쇼핑 잡지사에서 일했다.
미셸은 시카고 남부의 사우스 쇼어 구역에서 오빠 크레이그와 함께 자랐다. 시카고에서 가장 뛰어난 공립 고교로 알려진 휘트니 영 고등학교를 1981년 졸업한 후, 프린스턴 대학교에 진학해 사회학을 전공하고 1985년 우등으로 졸업했다. 1988년 하버드 로스쿨에서 법무박사 J. D.(Juris Doctor)를 받고 변호사 자격을 얻었다.
남편
시카고의 한 로펌에서 일하다가 하계 인턴사원으로 들어온 오바마를 만났다. 당시 미셸은 버락 오바마의 사수였으며 그들은 당시 그 로펌에서 둘뿐인 흑인이었다. 두 사람은 1992년 결혼해 슬하에 두 딸 말리아 (1999년생)와 사샤 (2001년생)를 두고 있다.
남편 버락 오바마는 결혼 후 로펌을 떠나 정계에 투신했으나, 미셸은 계속 법조계에서 활동하면서 공직자로도 일했다. 로펌에서는 주로 지적 재산권 분야 업무를 담당했으며, 시카고 시청에서 일하기도 했다. 시카고 대학교 지역 업무 담당 책임자를 거쳐, 남편의 선거 운동 활동 직전까지 시카고 대학교 부속 병원 부원장을 지냈다. 그와 함께 대형 식품 회사의 사외 이사를 지내기도 했다. 이에 따라 그녀가 시카고 대학교 병원과 식품 회사에서 벌어들인 수입은 남편의 연방 상원 의원 봉급보다 훨씬 많았다.
남편이 2008년 대통령 선거 운동에 뛰어들게 되자, 그녀는 대학 병원 부원장직을 그만두고 남편의 선거 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했으며, 그녀의 젊고 활기찬 이미지가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왼쪽)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일요일인 2013년 1월 20일 백악관 블루룸에서 부인 미셸 여사가 받쳐주고 있는 성경에 손을 얹고 취임 선서를 하고 있다, (가운데, 오른쪽)오바마 부부의 일상 모습 /AP뉴시스, AP연합뉴스
스타일
미셸도 옷을 통해 정치를 한 정치인 중 한 명이다. 당선 직후 각종 TV 쇼 등과 행사 자리에서 미국의 중저가 브랜드인 제이크루(J.Crew)·갭(Gap) 등을 입어 서민 이미지를 부각했다. 물론 한 자선 행사에서 540달러(60만 원) 짜리 랑방 운동화를 신어 입방아에 오르기도 했지만, 오바마 당선 후 1년간 미국 패션 산업이 누린 경제 효과는 27억 달러에 이른다는 통계도 나왔을 정도로 영향력있는 인물이다.
"미셸, 美 패션계 최고의 뮤즈"… 경제 가치 5조 3천억
미셸은 이미 '패션 역사상 최고의 유명인'의 반열의 올랐다. 블룸버그비즈니스위크의 아이라 보드웨이 기자는 "아마도 패션 역사상 최고의 레인메이커(rainmaker·절대적인 영향력을 미치는 사람)"라 했고, WSJ은 "그녀 세대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패션 뮤즈(muse·영감을 주는 존재)"라고 치켜세웠다.
실제로 그녀가 공개 석상에서 입고 나온 의상은 언제나 세간의 화제였다. 2009년 오바마 대통령 취임식 때는 제이크루의 레몬그라스색 의상에 황록색 가죽 장갑을 매치했는데, 바로 그날 제이크루의 홈페이지는 검색 폭주로 마비됐다. 취임식 후 제이크루의 주가는 25% 급등했다. 또 취임식 날 저녁에 열린 축하파티에서는 무명의 디자이너 제이슨 우(Jason Wu)의 흰색 롱드레스를 택했는데, 그 덕분에 제이슨 우는 유명세를 탔다.
오바마 대통령의 두번째 취임식을 앞두었을 때도, 미 패션업계는 '미셸 효과'를 노린 상품을 속속 선보였다. 미셸이 입었던 의류 브랜드 화이트하우스 블랙마켓(White House Black Market)은 취임식 스타일 한정판으로 250~300달러 수준의 아홉 가지 드레스를 내놓았다.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커플' / 버락 오바마와 미셸 오바마 - 2013년, 美 경제전문지 포브스
'엄마 대장(mom-in-chief)'에서 제2의 힐러리로…
미셸은 남편이 추진하는 민감한 정치 현안에는 일절 발을 들이지 않고, 스스로를 '엄마 대장(mom-in-chief)'으로 부르며 아동·교육 문제에서만 역할을 맡고 있다. '엄마 대장'은 대통령을 '최고사령관(commander-in-chief)'으로 부르는 것에 빗댄 것이다.
.
(워싱턴에서는 "미셸이 '반대가 없는 이슈' 활동을 통해 높아진 인기와 인지도를 바탕으로 향후 정치권에 뛰어들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미셸은 백악관 초기에는 정치 현안에 상당한 개입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타임스(NYT) 기자 조디 캔터가 쓴 '오바마 가족(The Obamas)'에 따르면 미셸은 정치 현안에 대해 자신과 의견이 다른 백악관 비서실장·대변인을 교체하라고 오바마를 종용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비판적 여론이 고조되자 미셸은 몸을 낮추고 정치색 빼기 작업에 나섰다. 그가 눈을 돌린 이슈는 '정치인'이 아닌 '엄마'의 역할이 강조되는 '아동 비만 퇴치'와 '급식 개혁'이었다. 그는 이를 위한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펼쳤고, 건강식을 위해 유기농 채소를 기른다며 백악관 텃밭 가꾸기에 나섰다.
"비만은 국가 위기"… 어린이 비만 방지 캠페인
2010년, 미셸은 아동 비만을 '전 국가적인 보건상의 위기'로 정의하고 학교급식·운동 개선 프로그램인 '다 함께 움직이자(Let's Move)' 캠페인을 시작했다. 정부 TF를 직접 이끌며 의회에서 관련 법안을 통과시켰고, 각 주를 돌며 직접 어린이들과 뛰어놀고 백악관에 텃밭을 가꿨으며 최대 유통업체인 월마트를 압박해 과일·채소류 가격을 낮췄다.
미셸에게 감화된 학부모 단체 등은 급식에서 초콜릿·딸기 우유 퇴출시키기, 고열량 탄산음료에 '비만세' 부과하기, 맥도날드의 어린이세트 판촉용 공짜 장난감 없애기 같은 조치를 이끌어냈다. 미셸은 "어린이들이 몸에 나쁜 단 것들에 대해 저절로 알게 되지는 않는다. 주범은 TV와 인터넷 광고, 비디오 게임"이라고 말한 바 있다.
2013년 2월, 월스트리트저널(WSJ)에는 미셸 여사의 기고가 실렸다. 현직 퍼스트레이디가 언론에 글을 보내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그는 "건강식품은 팔리지 않아 투자할 가치가 없다는 사회적 통념이 틀렸음이 입증되고 있다. 미국의 모든 기업이 아이들의 건강한 미래를 위해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 건강한 미래를 위해 의미 있는 조처를 하는 기업 지도자들과 협력하겠다"고 했다.
美·中 소프트 외교에 앞장
세계 주요 2개국(G2)인 미국과 중국의 첫 '퍼스트레이디 외교'가 2014년 3월 21일 베이징에서 시작됐다. 미셸 오바마와 중국의 펑리위안(彭麗媛) 이날 베이징사범대학 제2부속중학교(우리의 고등학교)와 자금성(紫禁城)을 함께 둘러보고 국빈관인 댜오위타이(釣魚臺)에서 만찬을 가졌다. 이 자리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도 함께했다. 미국의 퍼스트레이디가 단독으로 중국을 방문해 중국의 퍼스트레이디와 만난 것은 처음이다. 인민일보는 이날 "중국 퍼스트레이디의 미국 퍼스트레이디 초청은 미·중 수교 35년 만에 처음"이라며 "중국 외교사에 새로운 장을 연 것"이라고 말했다.
지지 연설도 수준급, 청중을 감동시키는 연사로 나서…
"남편(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자신이 직접 성취했기 때문에 '아메리칸 드림'이 뭔지 안다. 그는 이 나라의 모든 사람들, 그들이 어디에서 왔건, 어떻게 생겼건, 누구를 사랑하건 (그들에게도) 똑같은 기회가 주어지길 바란다."
2012년 미국 11·6 대선을 앞둔 9월 4일(현지 시각), 미셸은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연설로 지지자들에게 감동을 주었다. 미셸은 이날 연설에서 "버락(오바마 대통령)은 가정에 헌신적인 남편이자 아버지이고, 대통령으로서도 미국 경제를 살릴 믿을 만한 사람"이라며 "4년 더 믿고 지지해달라"고 말했다.
당시 CNN은 "미셸이 홈런, 그것도 만루홈런을 쳤다"고 했고, 폴리티코는 "버락과 미셸은 아마도 미국의 '최강 연설 커플'일 것"이라고 했다.
◀미셸 오바마가 2012년 9월 4일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환호하는 청중을 향해 두손을 번쩍 들어 보이고 있다.
미셸은 올해 7월 25일(현지 시각)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도 연사로 등장했다. "나는 그녀의 편(I'm with her)"이라며 힐러리에 대해 확고한 지지를 선언하며 참석자들의 열렬한 환영 속에 등장한 그는 두 딸이 8년 전 백악관에 입성하던 때를 회상하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는 "노예들이 지은 집(백악관)에서 매일 아침 눈을 뜨고, 아름답고 지적인 젊은 흑인 여성으로 자란 두 딸이 개를 데리고 노는 모습을 본다"며 "이것이 바로 미국"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미셸은 "TV에 나온 공인(公人)이 하는 증오에 찬 말들이 이 나라의 진정한 정신을 대변하지 않는다"며 공화당 대통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를 겨냥했다.
미셸은 "8년 전 경선에서 패했을 때 힐러리는 화를 내거나 환멸에 빠지지 않았고, 자신의 실망보다 국민에 대한 봉사를 앞세웠다"며 "그는 가장 높고 두꺼운 '유리 천장(보이지 않는 차별)'이 깨질 때까지 도전하는 배짱과 우아함을 겸비한 지도자"라고 격찬했다. 이어 "힐러리가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 자리에 나왔다"고 말했다.
◀미국 민주당의 전당대회 첫날인 2016년 7월 25일(현지 시각) 미셸이 힐러리 클린턴을 대통령 후보로 지지한다고 공식 선언하고 있다.
미셸은 TV 토크쇼 등 방송에 출연해 친근한 모습을 쌓아왔다. ABC의 아침방송에 출연해 백악관 내 생활에 대해 얘기를 풀어놓기도 하고, NBC '레이트 나이트'에서 사회자 지미 팰런과 함께 아동 비만을 막기 위한 '코믹 댄스'를 선보여 최고의 화제가 됐다.
또한 2013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하이라이트인 작품상 수상 때 백악관에서 화상을 통해 깜짝 등장해 수상작을 발표했다. 미셸은 지금까지 트위터를 시작해 백악관의 소소한 일상을 올리고 있고, 직접 만들었다는 김치를 트위터를 통해 공개하기도 했다.
각종 TV 쇼에 출연한 미셸 오바마, (왼쪽 아래) 미셸이 트위터에 올린 김치 사진
미셸은 탄탄한 인기를 누려온 리더지만, 논란도 있었다. 2014년, 비만 예방을 위해 학교 급식을 한 끼에 850칼로리(㎉)로 제한하면서 부실(不實) 급식 논란이 벌어졌다. 관련 법안 통과를 적극 지지했던 미셸 오바마 미국 퍼스트레이디는 비아냥의 대상이 됐다.
미국 미네소타주에 사는 앰버 슈뢰더는 2014년 11월 21일 트위터에 "고마워요 미셸. 열여섯 살짜리 여고생은 이거면 충분하죠"라는 글과 함께 사진을 올렸다. 식판에 소시지 한 개, 사과 한 개, 방울 토마토 한 개, 무지방 우유 한 팩이 놓여 있는 학교 급식이었다.
2015년 1월에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조문단이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해 사우디 국왕을 조문했을 당시, 미셸이 히잡(무슬림 여성용 머리 가리개)을 쓰지 않은 게 문제가 됐다. 미 정치전문지 폴리티코는 "4시간의 짧은 방문이었지만, 미셸이 거센 반발에 휩싸였다"고 보도했다.
중동의 인터넷·SNS(소셜네트워킹서비스) 등에는 이를 두고 '예의에 어긋난다'는 비판이 터져 나왔다. 일부는 2010년 인도네시아 방문 당시 미셸이 히잡을 썼던 사실을 언급하며 '왜 사우디에서는 쓰지 않느냐'고 따져 물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미셸_오바마_무례'라는 해시태그(SNS에서 # 뒤에 특정 단어를 붙여 관련 글을 모아볼 수 있게 한 기능)가 붙은 트위터 글이 1500개 이상 쏟아졌다"고 전했다.
활기찬 미셸의 곁에는 많은 사람들이 있다. 미국 대통령을 연임해온 남편부터, 초기엔 '앙숙'으로 알려졌지만 지금은 응원하는 사이가 된 힐러리, 자신의 선술집에 미셸을 초대하는 일본 총리 부인까지… 미셸의 각종 인맥을 돌아봤다.
구성·편집=뉴스큐레이션팀 / 입력 : 2016.09.05 08:31
'생활의 양식 > 역사,인물' 카테고리의 다른 글
'100년을 살아보니'... 97세 현자와의 대화 (0) | 2016.10.11 |
---|---|
일본은 알고 있었다 (0) | 2016.09.30 |
[특별기획] 이휘소 박사 천재성 비결과 죽음의 진실, 제2편 (0) | 2016.07.15 |
[특별기획] 이휘소 박사 천재성 비결과 죽음의 진실, 제1편 (0) | 2016.07.15 |
고등과학원 김인강 교수가 몸으로 증명한 ‘기쁨공식’ (0) | 2016.07.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