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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요금 8가지 불편한 진실

풍월 사선암 2016. 8. 13. 09:25

덥고 짜증나게 했던 60.7vs 709.5원 시원하게 못 내리나

 

전기요금 8가지 불편한 진실


정부가 7~9월 가정용 전기요금에 대해 한시적으로 누진제를 완화하기로 지난 11일 결정했다. 누진제 전체 6단계의 구간별로 현행 요금으로 이용할 수 있는 전력 사용량을 50kwh씩 늘려 요금 부담을 경감해주기로 했다. 가장 낮은 요금제가 적용되는 1구간의 경우 100kwh 이하에서 150kwh 이하로, 2구간은 101~200kwh에서 151~250kwh 등으로 일제히 상향 조정하는 셈이다. 이번 조치에 따라 2200만가구가 총 4200억원의 요금인하 혜택을 볼 것으로 정부는 예상했다. 가구당 2만원꼴이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징벌적 누진제를 개선하지 않는 이상 매년 여름이면 논란이 반복될 게 뻔하다. 전기요금과 관련한 불편한 진실을 일문일답으로 짚어봤다.

 

- 가정용 전기요금이 외국보다 진짜 싼 게 맞나?

 

정부는 우리나라 가정용 전기요금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61%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소득수준과 누진제를 감안하면 체감요금은 선진국 수준 이상이다. 홍준희 가천대 에너지IT학과 교수팀의 분석에 따르면 현행 가정용 전기요금의 실질 체감요금은 kwh210~320원으로 OECD 평균(kwh202)보다 비싼 수준이다. 홍 교수는 "외국은 누진제가 아예 없거나 누진율이 낮은데 일률적으로 전기요금 평균치만 비교하면 현실과 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 가정용 전기요금이 원가 이하라는데?

 

정부는 누진제 6단계 구간 중에서 전체의 83.7%에 해당하는 1~4구간은 원가 이하고, 16.3%5~6단계는 원가 이상이라고 한다. 4단계의 전기 판매가격은 kwh280.6원이다. 판매원가 113.2원보다 2배 이상 높다. kwh당 요금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2단계도 판매가격이 125.9원으로 판매원가보다 23.7원 비싸다.

 

다른 통계를 봐도 원가 이하라는 것에 대해 동의하기 쉽지 않다. 정부가 작년에 발표한 자료에는 원가 이하로 공급하는 구간은 1~3단계, 이상으로 공급하는 구간은 4~6단계라고 분석해 놨다. 이 자료대로라면 전체 가구의 43.5%(4~6단계)가 원가 이상의 전기요금을 내고 있는 셈이다. 정부는 계속 가정용 전기요금이 원가 이하고 다른 나라와 비교할 때 싸다고 말하는데 국민은 이 부분을 가장 궁금해한다. 정부의 명확한 설명이 필요하다.

 

- 누진제는 저소득층에게 유리한 게 맞나?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제의 가장 큰 전제는 '전기 저소비층=저소득층'이라는 등식이다. 전기를 적게 소비하는 저소득층에겐 싸게 전기를 공급하고, 전기를 많이 소비하는 고소득층은 더 비싸게 요금을 내라는 얘기다. 그러나 현 제도가 저소득층에게 결코 유리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장애인 가구처럼 상대적으로 외출이 부자연스러워 전력사용이 많을 수밖에 없는 가구는 누진제로 요금폭탄을 맞는 게 현실이다. 결국 현재 누진제에서 가장 많은 혜택을 받는 대상은 쪽방에서 선풍기 한 대로 여름을 나야 하는 빈곤층 가구가 아니라 고급 오피스텔에서 하루 종일 에어컨을 빵빵하게 틀어놓고 사는 고소득 1인 가구다.

 

- 정말 가정용 전기 누진제로 요금폭탄을 맞고 있나?

 

우리나라는 누진제 단계 6구간에 누진율이 최대 11.7배에 달하는 징벌적 누진제가 적용된다. 도시 4인 가구(342kwh 사용 시)가 에어컨을 사용하지 않을 때 한 달 전기료는 53000원이지만 스탠드형 에어컨을 하루 4시간 틀면 16만원, 12시간은 478000, 24시간은 947000원으로 껑충 뛴다. 에어컨 보급률이 78%에 달하고, TV와 김치냉장고 등 대형 전자제품 보급이 확산되면서 전기 사용량이 늘었는데도 이런 누진제를 유지한다는 것이 국민의 불만이다.

 

- 왜 산업용은 놔두고 유독 가정용 전기요금만 가혹한가?

 

주요 OECD 회원국의 평균 전기 소비는 산업용과 가정용이 각각 30% 수준으로 비슷하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산업용이 54%로 월등히 많고 가정용은 13%에 불과하다. 1970년대 석유파동을 겪으면서 도입된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제는 가정이 절약해서 기업을 도와주자는 개발시대 논리에 따른 것이다. 정부는 산업용과 일반용(상업용)1년 내내 수요가 비슷하기 때문에 누진제를 통해 수요를 관리할 수 있는 게 가정뿐이라고 주장한다. 가정용 요금을 10% 올리는 동안 산업용은 76% 올렸다고 하지만 이는 기저효과 때문이다.

 

대기업엔 매년 수천억 원씩 전기료를 깎아주면서 가정에만 누진제를 적용하는 건 형평성이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산업용, 일반용, 농사용 등 요금의 현실화가 필요하다.

 

- 에어컨을 하루 4시간만 켜면 전기요금 폭탄을 피할 수 있나?

 

정부는 벽걸이형 에어컨은 하루 8시간, 스탠드형 에어컨은 하루 4시간만 틀면 전기요금이 10만원을 넘지 않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합리적인 에어컨 소비'라고 했다. 따지고 보면 이 말이 지금의 '누진제 민심'이 폭발하는 결정적인 뇌관이 됐다. "산업부 장관실부터 하루 4시간만 켜라" "어린이와 노인 등 약자에 대한 배려가 없다" 등 비난이 쏟아졌다. 현실적으로 노인이 많은 양로원이나 어린아이를 둔 가정 등에선 요즘 같은 불볕더위에 하루 에어컨을 4시간 이상 틀 수밖에 없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를 위해서라도 중장기적으로 누진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 전기를 공급하는 한국전력이 떼돈을 벌고 있는 게 맞나?

 

전기요금 원가는 구입전력비가 85%, 송전·변전·배전 등 비용이 10%, 이자비용 등 기타 원가가 5%로 구성된다. 저유가 영향으로 한국전력의 전력구매단가는 2014kwh93.7원에서 지난해는 85.9원까지 떨어졌다. 판매단가와 구매단가의 차이는 20125.3원에서 지난해 25.6원으로 5배가량 늘었다. 올해 전력구매단가는 7년 만에 최저여서 한전이 가져가는 차익이 상당히 많다.

 

그동안 한전은 원가에도 못 미치는 판매단가 때문에 손해가 막심하다며 2007년 이후 10번이나 요금을 올렸다. 한전이 작년 8월 가정으로부터 거둬들인 전기요금은 8857억원으로 봄·가을보다 50% 더 거뒀다. 누진제 영향이다. 한전은 지난해 11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거뒀고, 올해 상반기에는 63098억원을 벌었다.

 

- 이번에 누진제가 완화되면 얼마나 혜택을 볼 수 있나?

 

도시 4인 가구 평균 사용량 수준인 한 달 350kwh(4구간·kwh280.6)의 전기를 사용하던 가구가 에어컨을 하루 3시간 30분 정도 틀 경우 전기 사용량이 500kwh로 늘어난다. 이번 방안에 따라 4구간 최대 사용량이 450kwh까지 늘게 되면 50kwh에 대해서만 5구간 요금(kwh411.7)을 적용받으면 된다. 누진제 완화 전에는 13260원을 냈지만 이제 109970원으로 2290원 싸진다. 같은 가구가 하루 8시간씩 에어컨을 사용하면 전기사용량이 800kwh로 껑충 뛴다. 이 경우 전기요금이 378690원으로 폭증한다. 그러나 이번 방안에 따라 종전보다 36880원 할인된다. 정부는 "여름철 전기요금이 19.4% 인하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매경 고재만 기자 입력 : 2016.08.12 16:13: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