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정원/좋은글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풍월 사선암 2016. 3. 18. 22:37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육조단경(六祖壇經)에는 "깃대 위에 깃발이 달려 흔들리고 있는데 어떤 이가 말하기를 깃발이 흔들리고 있다"고 했고 또 어떤 이는 "바람이 흔들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육조스님은 흔들리고 있는 것은 '너의 마음'이다"고 하셨다.

 

이 같은 인식의 바뀜이 바로 깨달음이다. 부처님께서 보리수 아래에서 깨달음을 얻었을 때 "천지 만물이 모두 없어졌다"고 하셨다. 사람들은 다 자기의 의식만큼 세계를 보고 있다. 세계는 의식의 산물이다. 이것이 바로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이다. 나에게 보여 지는 것은 내가 생각하는 것만큼 보여지는 것이다.

 

나에게 느껴지는 것도 나의 의식만큼 느끼는 것이다. 보이는 것, 들리는 것, 맛 등 모두가 마찬가지다. 마치 달팽이가 자신의 집을 짊어지고 다니듯이 사람도 자신의 의식으로 만든 자신의 세계를 짊어지고 다니는 것이다. 그래서 그 사람이 사라지면 그 사람이 생각했던 세계도 같이 사라지게 된다. 이것이 심생법생(心生法生) 심멸법멸(心滅法滅)이다.

 

그러므로 생각이 맑아져야 세계가 맑아진다. 깃발이 움직인다는 것도 생각이고 바람이 움직인다는 것도 생각이다. 다 마음이 움직이는 것이지 깃발이 움직이는 것도 아니고 바람이 움직이는 것도 아니다. 그러므로 세계는 보는 대로 보이는 것이지 있는 데로 보는 것이 아니다.

 

세상은 우리가 보는 것만 보인다.

 

신발 사러 가는 날, 길에 보이는 건 모두 신발뿐이다. 길 가는 모든 사람들의 신발만 눈에 들어온다. 사람 전체는 안중에도 없다. 미장원을 다녀오면 모든 사람의 머리에만 시선이 집중된다. 그 외엔 아무 것도 안 보인다.

 

그런가 하면 그 반대의 경우도 있다. 근처 도장방이 어디냐고 물어오면 나는 갑자기 멍해진다. 어디서 본 듯도 한데 도무지 생각이 나질 않는다. 바로 회사 앞에 있는 그 도장방을 아침, 저녁 지나다니면서도 도대체 기억 속에는 남아있질 않는 것이다. 마치 그 집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거나 다름없다.

 

세상은 내 마음 끌리는 대로 있다. 조화도 그게 가짜인 줄 알 때까진 진짜 꽃이다. 빌려온 가짜 진주 목걸이를 잃어버리고는 그걸 진짜로 갚으려고 평생을 고생한 모파상의 어느 여인의 이야기도 이에서 비롯된다.

 

세상은 내가 보는 대로 있다. 세상은 있다고 또 다 보이는 것도 아니다. 있는 게 다 보인다면 대뇌중추는 너무 많은 자극의 홍수에 빠져 착란에 빠지게 될 것이다. 그러기에 대뇌는 많은 자극 중에 몇 가지만을 선택적으로 받아들인다. 선택 기준은 그때그때의 대뇌의 튠(TUNE)에 따라 달라진다.

 

신나게 기분 좋은 아침엔 날마다 다니는 출근길도 더 넓고 명랑해 보인다. 그래서 휘파람이라도 절로 나오는 튠이 될 땐 슬픈 것들은 아예 눈에도, 귀에도 들어오질 않는다. 그러기에 내가 웃으면 세상이 웃는다고 하지 않던가.

 

세상은 우리가 보는 것만 보인다. 해변에 사는 사람에겐 바다가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어느 날 저녁 문득 바라다 본 수평선에 저녁달이 뜨는 순간 아 그때서야 아름다운 바다의 신비에 취하게 될 것이다.

 

우린 너무나 많은 것들을 그냥 지나치고 있다. 느끼질 못하고 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늘이, 별이, 저녁놀이 날이면 날마다 저리도 찬란히 열려 있는데도 우리는 그냥 지나쳐 버린다.

 

대신 우린 너무 슬픈 것들만 보고 살고 있다. 너무 언짢은 것들만 보고 살고 있다. 그리고 속이 상하다 못해 좌절하고 자포자기까지 한다. 희망도 없는 그저 캄캄한 날들만 지켜보고 있다.

 

하지만 세상이 원래 어려운 것은 아니다. 어렵게 보기 때문에 어렵다. 그렇다고 물론 쉬운 것도 아니다. 우리가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반 컵의 물은 반이 빈 듯 보이기도 하고 반이 찬 듯 보이고 한다. 비었다고 울든지, 찼다고 웃든지 그건 자신의 자유요 책임이다.

 

세상은 내가 보는 것만이 존재하고 또 보는 대로 있다는 사실만은 명심해야겠다. 내가 보고 싶은 대로 존재하는 세상이 그래서 좋다. 비바람 치는 캄캄한 날에도 저 시커먼 먹구름을 꿰뚫어 볼 수 있는 여유의 눈이 있다면 그 위엔 찬란한 태양이 빛나는 평화스런 나라가 보일 것이다. 세상은 보는 대로 있다. 어떻게 보느냐 그것은 자신의 책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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