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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걱정
기형도(1960~1989)
열무 삼십 단을 이고
시장에 간 우리 엄마
안 오시네, 해는 시든 지 오래
나는 찬밥처럼 방에 담겨
아무리 천천히 숙제를 해도
엄마 안 오시네, 배춧잎 같은 발소리 타박타박
안 들리네, 어둡고 무서워
금 간 창틈으로 고요히 빗소리
빈방에 혼자 엎드려 훌쩍거리던
아주 먼 옛날
지금도 내 눈시울을 뜨겁게 하는
그 시절, 내 유년의 윗목
[시평]
유년의 기억, 장에 열무를 삼십 단 힘겹게 이고, 팔러 간 엄마를 기다리던 기억. 해가 뉘엿뉘엿 서산으로 기울고, 조금씩 어둠이 찾아와도 아직도 오시지 않는 엄마. 그런 엄마를 기다리던 기억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엄마가 장에 가면서 두고 간 찬밥 마냥 나의 마음은 조금씩 두려움으로 굳어져 가고. 밖으론, 어둠 조금씩 깔리기 시작하는 밖으론 조용히 빗소리만 적막하게 들려오는데, 아직도 엄마의 배춧잎같이 힘이 다 기진한 그 발자국 소리, 타박타박하는 그 발소리 들리지 않네.
오시지 않는 엄마를 기다리며, 온통 마음을 엄마 발자국 소리로 보내놓고, 아무리 숙제를 천천히 해도, 그 숙제가 다 끝날 때까지 오지 않는 엄마. 이제 숙제도 다 하고, 더 이상 할 일도 없고, 다만 빈방에 혼자 엎드려 훌쩍거리며 기다리던 엄마. 어둡고 무서웠지만, 실은 더 마음 쓰였던 것은 왜 아직 엄마는 오지 않으실까 하는, 엄마에 대한 걱정. 열무 삼십 단을 힘들게 머리에 이고 장으로 가신 엄마. 그 엄마를 기다리던 내 유년의 윗목. 지금도 내 눈시울 뜨겁게 하는구나.
윤석산(尹錫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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