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악인 고상돈이…
<재미있는 한국사>의 저자 구완회 씨가 한국인으로서는 처음 에베레스트를 정복한 산악인 고상돈 씨 이야기를 일전에 어느 일간지에 실었습니다. 그리고 에베레스트 정상에서 태극기를 높이 든 이 젊은 한국인의 조그마한 사진을 한 장 보여 주었습니다.
고상돈의 그 모습을 보면서 나도 깊은 감회에 젖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40년 쯤 전인 1977년 어느 날의 일이었습니다. 고상돈이 세계에서 가장 높다는 에베레스트(8848미터)의 정상에 올랐다는 놀라운 소식이 ‘기가 죽어있던’ 당시의 모든 한국인에게 큰 희망과 용기를 주었습니다.
‘유신헌법‧유신체제’에 넌더리가 나 있던 절망적인 한국인에게 고상돈의 쾌거는 정말 감동적이었고 고무적이었습니다. “태산이 높다하되 하늘 하래 뫼이로다. 오르고 또 오르면 못 오를 리 없건마는 사람이 제 아니 오르고 뫼만 높다 하더라.” - 이 시조는 천하 명필 양사언(楊士彦, 1517~1584)의 작품이라고도 하고 더러는 구도 장원(九度 壯元) 율곡(栗谷)이 쓴 것이라고도 하는데, 중국 산동성의 태산은 겨우 1533미터밖에 안 된다니, 그보다 7315미터나 더 높은 산에 오른 한국청년 고상돈이 자랑스럽기만 하였습니다.
그때 그의 나이 스물 아홉 밖에 안 되었다고 하는데, 그 나이에 그는 진정 큰 일을 한 장한 한국인이었습니다. 에베레스트를 최초로 정복한 산안인은 뉴질랜드의 힐러리(Edmond Hilary)라고 하지만 그가 그 산에 오르기 29년 전인 1924년 조난당하여 목숨을 잃은 말로니(George Malony)의 시신이 정상 600미터 아래서 1999년에 발견된 사실 때문에 그가 정상에 오르고 내려오다 조난당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그런 논쟁에 휘말릴 필요는 없고 다만 한국인 고상돈이 1977년 에베레스트의 정상에 오른 사실을 확인하기만 하면 됩니다. 그가 성공한 뒤에 들은 이야기지만, 그가 에베레스트 원정을 떠나기 전 제주도에 사시는 어머니를 찾아가 세계 최고봉 정복을 위해 떠난다고 신고했을 때 그의 어머니가 울며 말렸다고 합니다. 그러나 끝까지 고상돈은 “어머님, 제가 꼭 가야 합니다”라고 하며, 울며 말리는 어머님의 손을 뿌리치고 떠났다는 말을 듣고 가슴이 뭉클하였던 기억이 지금도 내 가슴에 생생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그가 북미 대륙에서 가장 높다는 매킨리 산의 정상을 정복하고 돌아오던 길에 조난당한 사실을 더욱 가슴 아프게 여기고 있습니다.
-김동길-
|
'행복의 정원 > 생활글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죽을 때 후회하는 것 (0) | 2015.10.07 |
---|---|
말버릇을 고치면 운명도 변한다 (0) | 2015.10.03 |
이튼 칼리지가 주는 교훈 (0) | 2015.09.30 |
그냥 걸어가 뛰지 말고 다쳐 (0) | 2015.09.06 |
법륜스님 결혼 주례사 (0) | 2015.09.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