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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손잡은 이란 vs 반발하는 사우디… '中東 맹주' 힘겨루기

풍월 사선암 2015. 4. 5. 10:53

손잡은 이란 vs 반발하는 사우디'中東 맹주' 힘겨루기

 

[더 복잡해진 中東 정세]

 

·이란 해빙 무드 계속될 듯 - 이란, 화폐가치 폭락·재정난

제재 주도권 쥔 도움 절실, 강력한 '中東 카드' 쥔 셈

 

사우디·이스라엘이 암초 - 사우디, 시아파 확대 견제

군사 활동 강화 나설 수도IS, 이란 세력 규합할 듯

 

이란 핵협상 타결로 중동 지역 정세 변화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IS(이슬람국가) 사태, 예멘의 재분단 위기, 시리아 내전 등으로 중동이 혼란에 빠진 상황에서 핵협상으로 정치·경제적 활로를 찾은 이란이 중동 맹주로서의 지위를 굳혀 나갈 것이라는 관측이다. 중동 정세 분석가 인남식 국립외교원 교수는 3일 본지 인터뷰에서 "오바마 정부가 앞으로 이란과 협력해 중동 문제를 타개해나갈 가능성이 커졌다"면서도 "이 같은 상황을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 등이 반대하기 때문에 지금보다 한층 복잡한 국가 간 '체스 게임'이 중동에서 벌어질 것"이라고 했다.

 

이란은 미국과 해빙(解氷) 무드를 계속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파산 수준에 이른 국가 재정난을 빨리 극복하려면 경제제재 해제의 주도권을 쥔 미국의 지원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이란은 핵무기 개발 의혹으로 2006년부터 10년 가까이 서방의 강도 높은 제재로 경기 침체에 시달렸다. 화폐가치가 절반 이하로 폭락했고, 청년 실업률은 30%를 넘나들었다. 특히 국가 재정의 30%를 차지하는 원유 수출까지 제한돼 진통제·항생제 등 기본 의료 약품조차 제대로 구하지 못하는 고통을 당했다. 

 

이란 핵협상 타결과 중동정세 변화 예상 그래픽

 

미국 입장에서도 산적한 중동 분쟁들을 해결하는 데 이란이라는 강력한 '카드'를 쥐게 됐다. 이란은 수니파와 함께 이슬람 양대 종파인 시아파의 우두머리 국가로서 2011'아랍의 봄' 여파로 발발한 시리아 내전, 내전 위기에 빠진 예멘 사태 등에 직·간접으로 개입해 있다. 이란이 예멘에서 반란을 일으킨 시아파 반군 '후티'를 설득해 수니파 정부와 권력 분배를 약속하는 정치적 합의를 이끌어 내는 중재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멘의 수니파 정부는 사우디아라비아와 함께 미국의 지지를 받고 있다. 이 때문에 이란 입장에서는 미국과의 관계를 무시하고 후티의 반란을 계속 부추길 수 없는 상황이다. 예멘의 인구가 수니파 60%, 시아파 40%로 거의 대등하기 때문에, 후티 또한 자신들의 정치적 몫이 보장된다면 무장 반란을 멈출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이 미국·이란 협력의 '암초'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이스라엘 베긴-사다트 전략 연구소의 앨런 레프코비츠 연구원은 이날 본지 인터뷰에서 "사우디와 이스라엘은 이란 핵협상 타결은 안 된다는 입장을 미국 측에 강력히 요구해왔는데, 이것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면서 "이로 인해 그동안 미국과 전략적 우호 관계를 맺고 있던 사우디와 이스라엘이 이전과 달리 미국의 외교 정책에 비협조적으로 나갈 수 있다"고 했다.

 

수니파 종주국인 사우디가 이란의 부상(浮上)으로 시아파 세력이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해, 군사 활동을 강화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사우디는 지난달 예멘에서 후티 등 시아파의 영향력이 커질 조짐을 보이자, 사실상 독단적으로 후티를 공습하는 대규모 군사작전을 감행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서방 정보부 관계자 등을 인용해 "사우디가 이란이 핵무기를 확보할 경우에 대비, 파키스탄을 통해 핵무기 개발을 시도한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인 IS는 적대 세력으로 규정해온 미국과 이란에 대한 비방 선전전을 더욱 강화하며 세력 규합에 나설 전망이다. 반면 국가적 중대사였던 핵협상을 이번에 타결한 이란이 자신들의 동맹국인 이라크와 시리아 정권에 위협이 되는 IS를 격퇴하기 위해 대규모 군병력을 추가 투입할 가능성도 커졌다.

 

시아파·수니파

 

이슬람교의 양대 종파이다. 7세기에 죽은 이슬람 선지자 무함마드의 후계자를 결정하는 방식을 놓고 갈렸다. ‘알리를 따르는 무리의 줄임말인 시아파는 무함마드의 혈육인 알리에게 후계자의 정통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다수의 지지를 얻은 인물을 지도자 후보로 정해 선발해야 한다는 세력은 수니파가 됐다. 수니파는 세계 총 15억 이슬람 신자의 90%를 차지한다.

 

입력 : 2015.04.04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