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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한반도 배치 논란

풍월 사선암 2015. 3. 14. 07:04

사드 한반도 배치 논란

 

·중 사이서 `눈치만`한국 내부도 `제각각`

 

"사드(THAAD)는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의 핵심 수단으로 요격 고도가 40~150에 이른다. 러시아 정부가 사드의 한반도 배치 가능성에 우려를 나타냈다." 20148월 출판사 새움이 발간한 김진명 작가 소설 '싸드' 중 일부다. 소설은 허구를 전제로 하고 있지만, 사드를 둘러싸고 현재 벌어지고 있는 논란은 소설 속 이야기와 상당히 근접해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한·중 정상회담 때 한반도에 사드를 배치하는 데 대해 상당한 경계심을 드러낸 이후 중국은 다양한 외교루트를 통해 사드 배치에 대한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다. 15일 방한하는 류젠차오 중국 외교부 부장조리도 사드 문제를 언급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한반도에 사드를 배치하기 위한 사전정지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과 애슈턴 카터 국방장관이 다음달 잇따라 방한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미군은 지난해 상반기에 이미 사드 배치를 위해 국내 5개 지역을 실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15일 오후 총리공관에서 열리는 당··청 정책조정협의회에도 사드 배치 문제가 주요 의제로 오른다.

 

반발하는 중국

군사 움직임 노출은 표면적 이유동북아서 입지 약화될까 우려

 

사드는 한마디로 미사일 잡는 미사일이다. 북한에서 날아오는 미사일이 남한 땅에 떨어지기 전에 공중에서 격파해 피해를 줄이겠다는 것이다. 현재 북한이 보유한 탄도미사일은 1000기 안팎으로 추정되며 스커드미사일이 700여 기, 나머지는 대부분 노동미사일로 추정된다. 스커드미사일과 노동미사일은 각각 사거리 5001300로 남한 전역이 타격 대상이다. 스커드미사일은 고도 100~150상공에서 날아오고 노동미사일은 150~200고도에서 비행한다.

 

2016년 도입 예정인 MD(미사일방어체계)PAC-3로 요격할 수 있는 유효사거리가 20안팎이다. 스커드미사일과 노동미사일을 잡기에는 팔이 턱없이 짧다. 북한이 쏜 미사일이 20상공 이내로 들어와야 요격이 가능하다.

 

그래서 북한이 스커드미사일을 발사한다면 PAC-3가 설치된 주요 군사시설 정도만 보호할 수 있고 산업시설이나 대도시 등은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또 북한이 핵탄두를 탑재한 노동미사일을 발사한다면 최대한 높은 고도에서 요격할 필요가 있다. PAC-320상공 이내에서 방어한다면 요격에 성공하더라도 낙진 피해는 고스란히 남한이 떠안게 된다. 북한이 현재 보유하고 있거나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진 EMP(electro-magnetic pulse)는 공중에서 폭파시켜 해당 지역 일대 전자 시스템을 모두 마비시키는 현대식 무기다. 이를 방어하기 위해서는 최대한 높은 고도에서 요격해야 효과가 있다.

 

사드는 70~150상공에서 요격할 수 있다. 사드가 도입되면 고도가 100~150인 스커드미사일은 언제든지, 고도 150~200에서 비행하는 노동미사일은 하강을 시작해 150상공에 진입했을 때부터 요격이 가능하다. 사드로 요격하는 데 실패했을 때 PAC-3로 요격할 기회가 한 번 더 있을 수도 있다. 그래서 사드를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PAC-3를 저고도 미사일방어체계라고 부른다.

 

사드는 또 요격 거리가 길어 발사대가 설치된 인근 지역뿐만 아니라 반경 100~150를 보호할 수 있어 한반도에 3곳 이상 설치되면 전역을 방어할 수 있다. 현재 한반도 내 사드 배치 후보 지역을 3곳으로 꼽고 있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압박하는 미국

작년 국내 5개 지역 실사도 마쳐내달 국무·국방장관 잇단 방한

 

한반도에 사드를 배치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은 중국 반발이다. 창완취안 중국 국방부장은 지난달 한민구 국방부 장관과 회담하면서 한반도에 사드를 배치할 가능성에 대해 "염려스럽다"고 했다. 사드 주요 구성품인 AN/TPY-2 레이더시스템 탐지 반경이 최대 1800에 달해 북한 전역은 물론 상하이 톈진 다롄 등 중국 동부 지역 군사적 움직임까지 감시할 수 있다는 것이 중국이 표면적으로 반대하는 이유다. 또 중국이 미국을 향해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을 발사했을 때 한반도에 배치된 사드를 통해 이를 무력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중국 군사력을 급격히 저하시킬 수 있다는 염려도 있다.

 

하지만 다른 시각도 있다. 미국은 굳이 한반도에 배치하고자 하는 사드 레이더시스템이 아니더라도 군사위성과 이지스함에 장착된 레이더, 그리고 일본에 배치된 레이더를 통해 중국 미사일 발사 동향은 충분히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중국이 동부 지역 노출을 이유로 한반도에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AN/TPY-2를 한반도에 배치하면 북한이 미사일을 쏘는 지점이 아니라 미사일이 떨어지는 궤적을 추적해야 하므로 탐지 범위를 600~900에 고정시켜 사용하기 때문에 중국을 감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또 중국이 미국을 향해 발사하는 ICBM 궤적은 한반도를 지나는 것이 아니라 북한과 러시아를 거쳐 북극해를 지나가므로 한국에 배치된 사드와 무관하다는 주장도 있다. 이 때문에 일부 중국 전문가들은 "중국이 한반도에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이유는 중국 군사력 약화를 염려하는 것이 아니라 북한 군사력이 약화하면서 동북아 지역에서 일본과 한국에 대한 중국 입김이 약해지는 것을 걱정하는 것"이라는 시각을 내비쳤다.

 

정부도 사드 도입에 따른 효용과 필요성에 대해 모르는 바 아니다. 그러나 사드 도입 여부를 떠나 한·중 관계, 주한 미군과 비용 분담하는 문제 등 고려해야 할 변수가 적지 않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이 11일 사드에 대해 "우리 정부 방침은 3NO(No Request, No Consultation, No Decision). 요청이 없었기 때문에 협의도 없었고 결정된 것도 없다"고 한 것은 이 같은 고민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사드 도입에 대해 부정적인 것이 아니라 사드 도입을 위한 공론화 내지는 조기 공론화가 부담스러운 것으로 비친다.

 

고민하는 한국

'북핵 억지력 강화' 필요성은 인식, 협상력 약화10조원 분담 난제

 

미군이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 미사일을 시험 발사하고 있다.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 피습사건은 다양한 변수를 제공했다. 국내 친미 여론에 힘이 실리고 사드 도입에 반대해 온 반미 성향 여론을 위축시켜 사드 도입을 공론화할 수 있는 정치적 환경을 제공했다. 이 때문에 여당 지도부가 리퍼트 대사 퇴원을 계기로 서둘러 사드 문제를 꺼내든 것이다. 반면 사드 도입을 놓고 협상을 해야 하는 당사자는 미국과 협상 테이블에 앉았을 때 미국대사 피습으로 인해 상당히 불리한 위치에 놓였다. 청와대와 국방부 측 고민은 미국대사 피습으로 국내 여론이 유리한 쪽으로 흐른 것은 분명하나 협상력이 위축됐다는 점에 있다.

 

비용 문제도 관건이다. 미사일을 만들고 사드 체계를 완성하는 업체는 세계 1위 방위산업체인 록히드마틴이다. 레이더 제작업체는 거대 방산업체인 미국 레이시온이다. 사드를 실제로 배치하면 이동식 발사대 6대와 발사대당 미사일 8발씩 총 48발을 장착할 수 있도록 해 1개 포대로 운영되고 2조원가량 들어간다. 한반도 전체 면적을 사드 방어 범위에 넣으려면 2~4개 포대가 필요하고 전체 비용은 8~10조원으로 추산된다.

 

이 같은 막대한 비용 소요가 예상됨에 따라 사드 배치에 필요한 비용을 미국과 한국 어느 쪽에서 부담해야 하는지 의견이 분분하다. 주한 미군기지 방어용으로 미군이 들여오는 무기체계라는 점에서 미국 국방예산으로 충당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하지만 주한 미군을 집중 방어하는 PAC-3와 달리 대도시와 민간 시설 등을 방어하는 사드는 한국이 일정 부분 부담해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매일경제 기사입력 2015.03.13 16: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