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의 양식/정보,상식

거짓말도 대물림, 부모부터 삼가라

풍월 사선암 2015. 2. 24. 08:39

거짓말도 대물림, 부모부터 삼가라

   

성인이 거짓말을 반복함으로써 더 이상 그의 삶에 진실이란 것이 없어지는 일종의 질병. 일명 피노키오 신드롬(Pinocchio Syndrome)’이다.

 

피노키오 신드롬이 예사롭지 않게 들리는 이유는 세계적인 과학자, 스타 큐레이터의 거짓말에 속아 넘어간 게 억울해서가 아니다. 남의 일 같지 않기 때문이다. 거짓 학력을 고백한 만화가 이현세씨 말대로 거짓말쟁이를 보면 자기 모습을 보는 것 같아 패주고 싶을 만큼사람들은 크고작은 거짓말의 유혹에 익숙해져 살아간다.

 

최윤식 연세대 인간행동발달연구소 연구원은 인간의 의식과 무의식은 구분이 별로 안돼 있어서 자신의 거짓말이 진짜라고 최면을 건 뒤 오랜 시간 합리화시키며 페르소나를 만들어왔다면 거짓말이 들통난 상황에서도 자신을 비난하는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말한다.

 

문제는 거짓말 불감증이 교육되고 대물림된다는 사실이다. “아이들은 위증(僞證) 하는 최초의 모델을 부모에게서 목격한다는 게 교육학자들의 충고. 아이들을 피노키오 신드롬으로부터 자유롭게 키우는 비결을 전문가들로부터 들었다.

   

지나친 칭찬과 기대가 거짓말 공주로 만든다

 

신의진 연세대 소아정신과 교수는 자녀에 대한 부모의 기대치가 너무 높거나, 반대로 너무 낮아서 학대할 때 아이들은 거짓말의 유혹을 강하게 느낀다고 말한다. “부모가 아이의 가치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주지 않는 데서 비롯되죠. 스스로가 초라하게 느껴지니까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기가 괴롭고, 그러다 보니 어릴 때부터 자기를 포장하는 일에 익숙해집니다.”

 

이런 아이들은 환상 자아(false-self)와 현실 자아(truth-self)가 공존하는 시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거짓 자아 속에 빠져들기 쉽다. “내가 원래는 어느 나라의 공주인데 이상한 부모를 만나 이렇듯 고통스럽게 살고 있다는 식으로 환상 자아를 발달시키죠. 무의식 중에 자기를 기만하는 행위를 하게 되고요.”

 

아이의 심리학저자인 조혜수 자광아동가정상담원 상담실장은 구체적 근거 없이 칭찬을 남발하는 것도 아이가 거짓말을 하게 되는 원인이 된다고 지적한다. “무조건 잘한다, 예쁘다, 최고다라는 칭찬에 익숙한 아이는 어디에서든지 주목 받아야 한다는 강박에 자기 중심적 생각에 빠지고 부모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으려고 거짓말도 불사한다는 것이다.

 

선의의 거짓말도 삼가라묵인하지도 말라

 

부모 자신의 거짓말과 비도덕적인 행동이 아이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 또한 당연하다. 신의진 교수는 일종의 비행장애로 거짓말을 밥 먹듯 하는 아이들 뒤에는 도덕성이 결여된 부모가 반드시 있다면서 친구를 때리고 온 것을 잘했다고 칭찬하는 부모, 남의 물건을 말없이 가져와도 따끔하게 혼내지 않는 부모, 이웃에 대한 험담이 잦고 타인의 입장을 배려하지 않는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들이 거짓말 불감증에 걸린다고 충고한다. 최윤식 연구원은 자녀에게 암묵적으로 거짓말을 강요하는 부모의 심리를 지적한다. “부모는 아이가 의식·무의식 중에 쏟아내는 말들을 귀 기울여 들어야 할 의무가 있는데 대개는 자기가 듣고 싶은 것, 믿고 싶은 것만 골라서 들으려 한다는 것이다. 자연히 아이들은 자기가 어떤 말을 할 때 부모가 좋아하는지 알게 되고 혼이 나지 않으려고 사소한 거짓말을 습관적으로 하게 된다. 조혜수 실장은 선의의 거짓말도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안하는 게 좋다고 조언한다. “버릇을 고칠 요량으로 말 안 들으면 버린다는 식의 거짓말을 하는 부모들이 많은데 아이에게 불안감과 공포만 안겨줄 뿐이죠. 사소한 거짓말이라고 해서 묵인해서도 안됩니다. 가치 기준에 혼란이 오고 무뎌지니까요.”

 

때리는게 능사가 아니다

 

아이들의 모든 거짓말을 엄하게 다스리라는 뜻은 아니다. ‘거짓말을 시작한 아이에게 옳고 그름을 가르치는 법을 펴낸 독일 교육학자 하이케 바움은 아이들의 거짓말은 여러 가지 불안에 대한 대처방식이거나 발달 과정상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일 수 있다면서 먼저 거짓말 뒤에 숨어 있는 아이의 고민을 들여다보라고 강조한다. 신의진 교수는 단순한 거짓말에 심하게 면박을 주거나 혼을 내면 거짓말이 심화되거나 오히려 불안장애를 일으키는 역효과를 낳는다고 말한다. ‘왜 아이들은 거짓말을 하는가?’를 쓴 미국의 심리학자 폴 에크만은 의도적인 거짓말을 시작하는 4~5세 때, 그리고 자기 과시용 거짓말과 친구들의 영향력이 정점을 이루는 사춘기 초반에 부모의 관심과 교육이 필요하다면서 이를 위한 여섯 가지 지침을 제시한다.

   

아이가 거짓말 할때 6가지 대처법

 

먼저 부모 자신이 얼마나 거짓말을 하고 있는가 살펴라. 프라이버시를 존중하라. 학교 안팎에서 나름의 사회생활을 하는 아이에게도 감추고 싶은 비밀이 있다.

때로는 모르는 척하라. , 부모가 자녀를 신뢰하고 있다는 것을 늘 인식시켜야 한다.

책임을 추궁하기 앞서 왜 거짓말을 하게 되었는가 대화하라.

아이에 대한 편견은 금물. 또 다른 거짓말, 비행을 낳는다.

아이 나름의 판단을 존중하라. 한꺼번에 고치려 들지 말고 아이 스스로 깨닫고 고쳐나가도록 도와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