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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정보업체 통해 본 미혼남녀 이상형

풍월 사선암 2015. 2. 18. 09:18

공무원 배우자 꿈꾸지만 예식장엔 33~36살 회사원과 입장

 

< 사랑은 지속적인 노력으로 완성되어 가는 것이다. 출처/영화 나의 사랑 나의 신부’(2014) >

 

결혼정보업체 통해 본 미혼남녀 이상형

 

남자의 배우자상

연소득 3843만원 자산 17천만원 / 164공사 직원 등이 1순위

자신 소득 이해해줄 여성 선호

 

여자의 배우자상

연소득 4927만원 자산 26천만원 / 175일반 사무직이 2순위

외모보다 성격과 경제력 따져

 

연소득 높을수록 결혼 늦게” / 결혼 예상 나이 “30대 중반

 

딸바보 아빠 한번 해보고 싶은데. 저 결혼할 수 있을까요?”

 

김아무개(34)씨는 지난해 12150만원을 주고 결혼정보회사 듀오에 가입했다. 여성 5명을 소개받는 조건인데, 업체 홈페이지에 자신의 사진과 신상을 공개했기 때문에 여성 3명을 추가로 더 소개받을 수 있다. 김씨는 지금까지 여성 4명을 만났지만 아직 운명의 상대는 발견하지 못했다고 한다. 4명 중 2명은 외모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나머지 2명의 외모가 괜찮았지만 성격과 가치관에서 느낌이 오지 않았다고 했다.

 

2년제 전문대를 졸업한 김씨는 연봉 3000만원을 받는 8년차 직장인이다. 지난해에는 역세권에 50크기의 작은 도시형생활주택을 구입했다. 김씨는 대출을 끼지 않아 자랑스럽다고 했다. 부모님 집에 사는 그는 구입한 집은 월세를 줬다. 월세 80만원도 꼬박꼬박 저축하고 있다.

 

17일 만난 김씨는 그래도 걱정이 컸다. “은행에서 대출받아 조금 더 큰 집에서 신혼생활을 시작하고 싶다. 맞벌이로 대출금을 함께 갚아나가야 할 텐데 그걸 이해해줄 수 있는 여자를 만났으면 좋겠다. 나는 한달 용돈 20만원이면 된다. 그런데 결혼할 여자를 만날 수 있을지 솔직히 잘 모르겠다.”

 

김씨가 선호하는 여성은 양친이 있는 가정에서 자라 맞벌이를 할 수 있는 20대 후반~30대 초반 여성이다. 그는 아주 예쁘지는 않아도 외모가 기본은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한국 사회에서 결혼은 낭만이 아니라 현실이다. 결혼정보회사 듀오1996년부터 지난해까지 19년 동안 해마다 결혼에 대한 미혼남녀의 인식을 조사해 발표하고 있다. 20년 동안 결혼과 경제력의 상관관계는 더 끈끈해졌다. 여성은 남성의 성격과 경제력을 중시하는 경향이 짙어졌다. 여성의 성격과 외모를 중시한다는 남성들 역시 여성의 경제력을 따졌지만, 여성이 벌어오는 소득보다는 남성의 소득과 자산 규모를 이해해주는 여성을 더 원했다. 결혼을 앞둔 미혼 남성이 느끼는 경제적 부담이 크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지난 20년간 남성은 배우자감으로 줄곧 교사와 공무원을 선호했다. 절반 이상의 남성이 교사와 공무원을 선호하던 때보다는 그 인기가 줄었지만, 지난해에도 응답자의 20%가 교사와 공무원을 여전히 ‘1등 신붓감으로 꼽았다. 전문직 여성과 일반사무직 여성도 실망할 이유는 없다. 남성은 결혼을 고려할 때 여성의 직업보다는 성격, 외모, 가정환경 등을 주요하게 따지기 때문이다.

 

여성이 선호하는 남성의 직업은 상대적으로 유행을 더 탔다. 여성들은 남성의 외모나 가정환경보다 경제력과 직업, 성격을 우선 살핀다. ‘아이엠에프(IMF) 세대1970년대생 여성이 결혼을 고민하던 1996년 가장 인기있는 신랑감은 대기업 사원이었다. 설문에 응한 미혼여성 1000명 중 무려 653명이 대기업 사원과 결혼하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구제금융 사태가 터진 이듬해 이후로 대기업 사원의 인기는 급락했다. 대기업 사원은 1997년 이후 단 한번도 ‘1등 신랑감의 지위를 탈환하지 못했다.

 

1997년부터 2003년까지는 의사, 회계사 등 전문직 남성의 전성시대였다. ‘새천년분위기에 벤처 붐까지 일던 2000년에는 정보통신 관련 직업이 전문직 남성을 제치고 잠시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미혼남녀가 선호하는 배우자 직업 및 이상형>

 

모든 것이 불안한 시대, ‘잘리지 않는직장이 절대적인 가치가 된 2000년대 중반 이후 여성도 공무원·공사에 다니는 배우자를 선호하기 시작했다. 1996년 미혼여성 1000명 중 고작 23명만이 배우자의 이상적 직업으로 꼽았던 공무원은 2004년 이후로 10년 내리 인기 직종 1위를 차지하며 기염을 토했다.

 

지난해 12월 듀오가 남성 507, 여성 493명을 조사한 결과, 여성들이 원하는 남성은 연소득 4927만원에 자산 26588만원, 175에 공무원·공사 직원’, 남성들이 원하는 여성은 연소득 3843만원에 자산 17192만원, 164.6의 공무원·공사 직원이다. 이상형 남편이 벌어오길 원하는 연소득은 ‘4000만원 이상~5000만원 미만이 가장 많았다.

 

이상은 이상일 뿐이다. 현실은 조금 다르다. 2011~2014년 듀오를 통해 결혼한 초혼 부부 3000쌍을 분석한 결과, 여성이 결혼한 평균적인 남성은 연소득 4697만원에 키 17536살 회사원’, 남성이 결혼한 평균적인 여성은 연소득 3451만원에 키 16333살 회사원이었다. 공무원·공사 직원과 결혼한 남성은 7.8%, 여성은 13.8%에 그쳤다. 말 그대로 이상형인 셈이다.

 

한겨레신문 등록 : 2015.02.17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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