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정원/생활글

가족 - 김정한

풍월 사선암 2014. 12. 26. 09:18

 

가족

 

기러기는 하늘을 날아 갈 때 힘이 세고 나이가 많은 기러기

울음소리로 가족에게 나는 방법을 가르친다고 한다.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단어가 사랑이라면

가장 소중한 단어는 가족일 것이다.

가족은 끊을래야 끊을 수도

버릴래야 버릴 수도 없는 질긴 인연이다.

 

한평생 아버지의 그림자가 되어 살아오신

부르기만 해도 눈물이 맺히는 어머니,

목소리만 들어도 힘이 나는 태산 같은 아버지.

말을 하지 않아도 마음을 알아주는 형제,

그래서 가족이란 언제 어디서나 마음의 쉼터가 되어 평화를 준다.

 

성경에서 평화란 말은 <밥을 함께 나누어 먹는 것> 이라 하는데

평화란 단어는 가족에서부터 시작된 듯하다.

땅과 물과 공기가 없어서는 안 되는 것처럼

가족도 세상에서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존재이다.

 

생각해보면 어려서 너무 엄한 아버지 아래에서 자라

어떤 힘든 상황에도 묵묵히 잘 견딘다.

엄하면서도 질서가 있었으며

그 안에서 사회의 기본과 살아가는 질서를 배우게 되었다.

 

그때는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몰랐으나

지금 생각해 보니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형제에게서

너무 많은 것을 배운 것이다.

 

가족이 때로는 부담스러울 때도 있지만

삶이 힘들고 지칠 때 큰 힘이 되는 것도 가족이다.

어렸을 때의 가족과의 추억의 물건들이 수십 년이 지난

지금 생각해보니 나이가 들어 내 얼굴이 변하듯이

그들도 나이들 먹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낡고 색깔이 바래지고 곰팡이 냄새도 난다.

가끔 사는 것이 지치고 힘이 들 때

오래된 가족과의 추억의 사진,

그리고 오래된 물건들을 꺼내본다.

 

과거 없는 현재는 있을 수 없고

현재 없는 미래는 더욱 없을 것이다.

아마도 삶이 아름다운 이유는

과거라는 추억이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남녀 간의 사랑의 기준은 자유와 쾌락에 무게를 두지만

가족에 대한 사랑은 자유보다는 구속,

쾌락보다는 책임이 중요하다.

 

그래서 남녀 간의 사랑을 이성적인 끌림에 의한

에로스적인 사랑이라 한다면

가족에 대한 사랑은 무조건적인 희생이 따르는

아가페적인 사랑이라 하는지도 모른다.

지금도 가족을 생각하면 내 몫을

잘하지 못하는데 대한 미안함이 앞선다.

 

가족은 한겨울 추위를 막아주는 든든한 산이기도 하고

한여름에는 시원함을 안겨주는 바다이기도 하다.

단 한순간도 없어서는 안 되는 공기 같은 존재가 가족이다.

 

<김정한님의 ‘흔들리며 사는 것이 인생이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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