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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천의 명인들 건강장수비결⑥:건륭황제(上)

풍월 사선암 2014. 11. 20. 00:02

정지천의 명인들 건강장수비결:건륭황제()

 

잠자리-누에나방-참새뇌-개생식기-제비집...60년간 재위한 청나라 건륭황제의 보양식

 

중국의 역대 황제들은 대부분 장수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청나라의 건륭황제(1711-1799)는 영조대왕보다 십여년 늦게 태어나 비슷한 시기에 무려 60년이나 황제의 자리에 있었습니다. 89세까지 살았으니 요즘으로 보면 100세가 훨씬 넘게 장수했던 것이죠. 5천여 년의 중국 황실 역사상 기적과 같은 일이라고 합니다. 그렇게 장수한 비결은 양생법을 철저하게 실천한 탓으로 봐야겠는데요, 영조대왕의 장수비결과 비교해 보시기 바랍니다.

 

청나라 건륭황제

 

동정(動靜)의 조화를 이루다

 

동적인 활동과 정적인 활동의 조화를 이루었습니다. 건륭은 만주족 출신답게 운동을 매우 좋아하여 체육단련에 적극 참여하였고, 그로 인해 항병능력, 즉 면역력이 증강되었습니다. 어릴 적부터 말을 타고 활쏘기를 하였는데, 몇 차례나 황실의 시합에서 우승할 정도였습니다. 심지어 80세의 고령이 되어서도 사냥을 나갔다고 합니다. 또한 여행을 매우 좋아하여 명산대천이나 고찰 등에 많은 족적을 남겼고, 강남에 6회에 걸쳐 순행하였기에 건륭황제가 강남을 다닌 이야기는 백성들 사이에 모르는 집이 없을 정도였다고 합니다.

 

이처럼 건륭황제는 운동하고 돌아다니는 것만 좋아하였을까요? 만약 그랬다면 89세까지 장수할 수는 없었지 않았나 싶습니다. 왜냐하면 몸과 마음에 조화가 깨어지기 때문입니다. 건륭은 책을 읽고 시를 짓는 것도 좋아했습니다. 일생에 작문이 1,300여 편이 되고 4만여 수의 시를 썼는가 하면 글씨 쓰고 그림 그리기도 즐기며 정신수양도 하였습니다.

 

이와 같이 건륭황제가 운동과 유람을 많이 하는 한편으로 조용히 실내에서 시서화를 즐긴 것은 한의학적으로 상당히 의의가 있습니다. 지나치게 많이 움직이거나 운동하는 것도 기()와 혈()을 너무 소모시켜 좋지 않고, 그렇다고 너무 가만히 앉거나 누워 지내면 기가 소통되지 않고 맺히게 되며 어혈(瘀血)을 생기게 하여 각종 병증을 일으키므로 동정의 조화가 반드시 필요한 것이죠.

 

서양의학적으로도 활동이 너무 지나치면 에너지 대사가 너무 많고 그 과정에서 산소를 많이 소모하여 활성산소가 많이 생성됩니다. 활성산소는 온갖 성인병을 유발하고 노화를 촉진하는 유해물질이죠. 요즘 많이 알려진 항산화는 활성산소를 방어하는 것입니다. 반면 활동이나 운동이 너무 부족하면 신진대사가 느리고 땀과 대소변 배출도 지연되어 각종 노폐물이 쌓이게 됩니다. 그러니 건륭황제는 신체 활동 면에서 움직임과 고요함이 조화를 이루었기에 그처럼 장수할 수 있었던 것으로 여겨집니다.

 

최고의 보약을 늘 복용하다

 

건륭황제는 평시에 늘 한약을 복용하였습니다. 이 약들은 어의(御醫)들이 고대로부터 전해 내려온 장수 비방으로 만들어 낸 것이죠. 건륭이 늘 복용했던 기운을 돕고 장수하게 하는 처방은 6가지가 넘는데, 처방 중에는 우리 몸의 선천의 근본인 신장을 보충하는 약이 많은 편입니다. 황구신(黃狗腎 : 누렁개의 생식기), 하수오(何首烏)를 비롯하여 기를 보충하고 비장을 튼튼하게 하는 인삼, 사인, 근육과 뼈를 튼튼하게 하고 경락을 잘 소통시키는 모과, 오가피, 열을 내리고 습기를 없애며 피를 서늘하게 하는 춘백피, 연교 그리고 폐를 보충하는 천문동 등이 있습니다.

 

처방 중에서 특히 유명한 것은 귀령집(龜齡集)’으로서 십장생의 하나인 거북의 장수를 닮고자 이름을 지은 것입니다. 귀령집에는 기운을 돕는 33가지의 보약이 들어가는데, 녹용(鹿茸), 작뇌(雀腦: 참새의 뇌), 해마(海馬: 양기를 보강하는 바닷물고기), 청령(??: 잠자리), 원잠아(原蠶蛾: 수컷 누에나방), 인삼, 부자, 음양곽, 당귀, 구기자, 두충, 숙지황, 국화 등입니다. 따뜻한 성질을 가진 약재가 위주가 되어 신장의 양기가 허약한 경우에 쓰는 처방이죠. 성기능의 근본이 신장의 양기이므로 정력 유지에도 큰 도움이 됩니다.

 

원잠아

 

음식 보양에 힘을 쏟다

 

건륭은 음식 방면에도 매우 주의를 기울였습니다. 신선한 채소를 위주로 하였고 육류는 적게 먹었지만 신선한 산짐승 고기를 좋아했습니다. 피서산장에 갔을 때 약용으로 먹는 것이 사슴고기 위주였습니다. 청대 황제들은 사슴꼬리로 모후와 보모에게 효성을 표시했을 정도로 만주족들에서 최고의 음식이 바로 사슴고기였기 때문이죠. 사슴고기는 오장을 보충하고 혈맥을 조절하며 비위장을 보강하고 기와 혈을 도와주며 몸에 양기를 넣어주고 뼈와 근육을 튼튼하게 해 줍니다. 그래서 몸이 허약하고 수척한 사람에 좋지요. 사슴꼬리는 따뜻한 성질로서 신장의 정기를 보충하고 허리와 무릎을 따뜻하게 하므로 성기능장애를 치료하고 요통으로 허리를 굴신하지 못하는 경우에 효과가 있습니다.

 

건륭은 또한 각종 약죽을 즐겨 먹었습니다. 약죽은 노인들의 비위장의 기운을 북돋우어 주는 가장 좋은 방법으로서 위장에 부담을 주지 않아 소화, 흡수가 잘되고 소변을 잘 나오게 하며 비장의 습기를 물리쳐 줍니다. 특히 아침에 일어나면 자리에서 연와탕(燕窩湯 : 바다제비집 스프)’을 먹었는데, 이후의 황제들에게도 전통으로 내려왔습니다. 바다제비집은 바다제비가 바닷가 절벽의 80-100미터에 해초와 침으로 만든 집입니다. 따뜻하지도 차갑지도 않은 중간 성질로서 음기를 보충하고 원기와 정을 보태주므로 허약한 몸을 회복시키는 최고의 약입니다. 또한 폐에 윤기를 넣어주므로 허약해서 생긴 기침이나 폐결핵의 회복에 좋고, 소변이 잦은 것을 그치게 합니다. 조선의 임금도 잠자리에서 일어나면 죽을 먹었는데, 그것을 초조반상또는 자리조반이라고 합니다. 과로와 운동 부족에 거듭되는 음주로 허약해져 있던 왕의 비위장을 서서히 깨어나게 하는데 안성맞춤이었던 것이죠. 죽으로 허기를 메운 후 10시경에 제대로 된 아침 수랏상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건륭은 노년이 되면서 떡을 즐겨 먹었습니다. 청나라 황궁에는 8가지 한약재로 만든 팔진고(八珍?)’라는 떡이 내려오는데, 건륭은 워낙 떡을 좋아했기에 자신의 몸에 맞도록 몇 가지 약재를 변경해서 만들어 건륭팔진고(乾隆八珍?)’라고 이름을 붙였습니다. 인삼, 복령, 백출, 율무, 검인, 변두콩, 연자육, 찹쌀, 사탕가루를 부드럽게 가루낸 후에 쌀가루와 같이 쪄서 떡을 만들어 매일 4개에서 6개를 먹었는데, 비위장을 건실하게 하고 기운을 도우며 신장의 기를 굳건하게 지키는 효과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