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어머니들, 그 단순한 흑백의 삶
여자로 태어난 게 운명이고 숙명이었다. 그림을 그리거나 시를 쓰자면 기생이나 되어야 가능하였다. 노동, 먹고사는 노동, 남정네들 뒤치다꺼리 하는 노동, 아이 낳고 키우는 노동, 끝없는 노동의 일생이었다.
한 마디로 말하자면, 선택의 자유가 애시 당초 없었던 삶이었다. 그러니까 어머니의 삶은 요즘의 여자들처럼 휘황찬란한 총천연색 시네마스코프의 삶이 아니라 초가을 저녁 초가 지붕 그늘에서 다소곳이 피어나던 박꽃 같은 흑백의 삶이었다. 흑백의 세상은 단순하다. 복잡하지 않다. 흑 아니면 백이니까 행복했을까? 요즘의 칼라 풀한 삶에 비하면 생활은 불편하였을지언정 그 마음의 무게는 가벼웠으리라.
왜냐하면 자신의 숙명에 대하여 보다 쉽게 체념하였을 터이므로... 체념은 포기와 다르다. 내 주변에 일어나는 일에 대하여 그저 그러려니 하는 마음이다. 내가 아무리 밤을 새워 마음을 쥐어짜본들, 어찌 저 풀꽃의 색깔 하나 바꿀 수 있겠는가. 내가 바꿀 수 없는 것은 그냥 체념할 도리밖에 없는 것이다.
체념은 그러므로 남과 다투지 않는 마음이다. 체념하면서 묵묵히 고요히 살아갈 수 있다면 틀림없이 제 천명을 다 누릴 것이다. 나무들의 삶이 바로 그렇다. 비가 내리든 눈이 쏟아지든 폭풍이 몰아치든 아무 원망도 없이 그저 그냥 제 자리에 묵묵히 서 있는 것이다. 맑은 날에나 흐린 날에나 고요히 서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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