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딱대는 붕어, 당장 급한건 물 한방울”… 실행은 과감해야
[국가대혁신 ‘골든타임’]<12·끝>실천하는 대한민국으로
골든타임과 중용의 황금률
3지나온 인생을 돌이켜 보면, 누구에게나 황금처럼 귀한 시간이 있었을 것이고 모래알처럼 부질없고 의미 없는 시간도 있었을 것이다. 1초를 소중하게 여기며 사용했던 시간들은 인생에서 큰 의미를 지니게 됐을 것이다. 방황하며 의미 없게 보냈던 수많은 시간들은 인생이라는 시간의 주머니에 계산해서 넣는 것조차 불편한 시간이 됐을 것이다.
그 어떤 시간보다 귀중하고 소중한, 황금 같은 시간을 골든타임(Golden time)이라고 한다. 응급환자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놓쳐서는 안 될 골든타임이 있고, 한 사람의 인생 전반을 좌우하는 골든타임도 있다. 세월호가 침몰할 때도 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는 골든타임이 있었다. 이 황금 같은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사람의 생명이 좌우되고, 기업의 미래가 결정되며, 국가의 장래가 바뀐다.
○ 중용은 중간이 아니다
이런 황금 같은 시간을 정하고 이용하는 데 가장 중요한 원칙이 바로 중용(中庸)이다. 여기서 중용은 이것과 저것의 단순한 중간(Mean)이 아니다. 골든타임에 정확하게 무엇을 해야 할지 가장 적합한 중심을 찾아내는 것이며, 그 상황에 가장 적합한 답을 찾아내는 것이다. 그래서 중용의 결정은 한쪽으로 기울어 질수도 있고 치우칠 수도 있다. 결정은 이념(Ideology)이 아닌 상황(Situation)에 따라 내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중용을 영어로는 황금 같은 중심, 즉 황금률(Golden Mean)이라고 한다.
‘장자(莊子)’에 보면 학철부어(涸轍鮒魚)라는 고사성어가 나온다. 끼니를 때우기 어려웠던 장자는 친구인 감하후(監河侯)를 찾아가 식량을 조금 꾸어달라고 했다. 감하후는 “며칠 뒤 식읍(食邑)에서 이자가 올라오면 그 때 삼백 금을 융통해 주겠다”며 은근히 거절했다.
당장 한 끼의 식사가 필요했던 장자는 “말라버린(涸) 수레바퀴 자국(轍)에 갇혀서 숨을 헐떡거리는 붕어(鮒魚)에게 당장 필요한 것은 물 한 방울이지 엄청난 양의 물은 아니다”라며 화를 내고 떠났다. ‘숨을 할딱거리는 붕어’에게는 골든타임이 있다는 뜻이었다.
연로한 부모에게도 효도의 골든타임이 있다. 나중에 돈 많이 벌어 좋은 집도 사주고 비싼 옷도 사준다는 말보다는 전화를 걸어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를 하는 지금이 효도의 골든타임이다. 이미 세상에 안 계시는 부모를 위해 아무리 큰 비석을 세우고 큰 제사상을 차린다 해도 이미 그때는 황금 같은 시간이 아니다.
혼란과 위기에 빠진 국가에도 당장 시급한 황금 같은 시간이 있다. 당장 급하게 처방전을 내놓아야 할 시간을 놓치면 아무리 좋은 정책과 묘안도 쓸모가 없어진다. 모든 사람이 아파하고 아쉬워할 때, 그 시기를 놓치지 않고 처방전이 나와야 한다.
‘손자병법’은 골든타임의 전략적 활용을 3가지 측면에서 강조한다. △누구도 생각지 못한 시간에 나아가(出其不意) △어느 누구도 지키지 않는 빈 곳을 공격하고(攻其無備) △상대방이 따라 올 수 없는 속도로 움직이는 것(兵者貴速)이다.
우리 사회가 현재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기사회생하기 위해서도 이 같은 골든타임 전략이 필요하다. 정치인을 비롯한 사회 지도층은 첫째, 다른 사람의 평가에 연연하지 않아야 한다. 국민들의 표를 의식하고 집단의 이해관계를 의식한다면 이미 골든타임 전략은 실패한 것이다. 둘째, 중요하지만 그 동안 놓치고 있었던 곳을 찾아내야 한다. 늘 고쳐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무심코 지나쳤던 곳을 찾아내서 치고 들어가야 승리의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셋째, 상황에 맞는 풍림화산(風林火山)의 속도로 골든타임의 전략을 완성해야 한다. 풍림화산이란 때로는 바람처럼 빠르게(風), 때로는 숲처럼 느리게(林), 때로는 불처럼 기습적으로(火), 때로는 산처럼(山) 움직이지 않는 것이다. 이순신 장군은 이런 시간과 공간, 속도를 이해하였기에 23번의 어려운 고비마다 승리의 골든타임 전략으로 전승할 수 있었다. 이것이 대한민국 국민 3분의 1이 ‘명량’이라는 영화를 보며 공감했던 이순신 장군의 골든타임 리더십이다.
○ 고전을 통해 살펴본 중용적 판단
중용적 판단이 골든타임의 핵심가치라면, 중용과 관련한 고전에서는 판단과 행동의 원칙들을 찾을 수 있다.
그 첫째는 시중(時中)의 골든타임이다. 이것은 해당 상황에서 가장 적절한 중심적 답을 찾아내는 것이다. 다시 말해 지금 이 순간 할 수 있는 가장 적절한 답을 찾아내는 것이 시중의 중용이다. 우리는 이를 위해 이념이 아닌 상황에 초점을 맞추고, 논리가 아닌 현실을 고민해야 한다.
둘째는 황금의 답을 찾게 도와주는 문제해결의 다섯 가지 과정(五題)이다. 먼저 문제가 생기면 넓게 물어야 한다(博學). 문제 자체만 생각해서는 해결책을 찾을 수 없다. 이는 김장독의 지름 넓이만큼만 땅을 파면 독을 묻을 수 없는 이치와 같다. 보다 광범위하게 그 문제 주변을 돌아봐야 넉넉한 황금의 답이 나온다.
다음은 깊이 따져 묻는 심문(審問)이다. 물음의 깊이는 곧 답의 무게다. 대충 물어서는 고만고만한 답밖에 안 나오다. 그러고 나선 신중하게 생각(愼思)해야 한다. 충분한 학습과 깊은 학습을 통해 얻은 답을 놓고 신중한 생각을 해야 최적의 답안이 완성된다.
그 다음으론 명확한 결정(明辯)이 있어야 한다. 누군가의 명확한 결정이 있어야 실행을 할 수 있다는 뜻이다. 대충 모호하게 결정이 된다면 그만큼 실행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마지막은 과감하고 독실한 실행, 즉 독행(篤行)이다. 죽기를 각오하고 싸우면 살 것이라는 이 무시무시한 실행 앞에서는 어떤 두려움도 생겨나지 않는다.
다시 판단 원칙으로 돌아가 보자. 그 세 번째는 지극한 정성(至誠)이다. 중용 23장에 나오는 ‘지극한 정성만이 모든 문제를 중용의 답으로 인도한다’는 문구는 영화의 대사로도 인용된 적이 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행하는 지극한 정성만이 세상을 바꾸는 동력이라는 이 힘 있는 글귀는 우주가 존재하는 비결이기도 하다. 성실하지 않으면 어떤 답안도 오답이 될 수밖에 없다. 정성(誠)만이 골든타임을 완성하는 비결이며, 황금률의 정확성을 높여주는 엔진이다.
네 번째 원칙은 능구(能久)다. 어떤 묘안과 정답도 지속적(久)으로 행할(能) 수 없다면 아무런 의미를 갖지 못한다. 지속적인 성찰과 검속(鈐束)만이 황금률의 가치를 완성한다.
‘주역’ 64괘 중에 ‘산풍고(山風蠱)’라는 것이 있다. 고(蠱)는 벌레(蟲)가 그릇(皿)을 파먹고 있는 형상이니, 일(事)이 터졌다는 뜻으로도 해석한다. 게다가 바람(風)이 가다가 산(山)을 만나 나뭇가지와 잎이 흔들리고 열매가 떨어지니 일이 터져도 크게 터진 것이다.
그런데 이 괘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원형(元亨)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일이 터졌지만 결국엔 아주(元) 형통하고 좋다(亨)는 것이다. 다만 일이 터졌을 때 그 일을 제대로 해결해야 한다는 단서가 붙는다. 문제의 원인을 따져보고(先甲三日), 앞으로 어떻게 하면 그 일이 다시는 안 일어나게 할 수 있는지를 고민(後甲三日)하면 결국 지금 터진 일이 만사형통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일이 발생한 시점(甲)에서 앞뒤로 충분한 원인을 살펴보고 대책(三日)을 세우면 어떤 어려움(大川)도 이롭게(利) 변화시킬 수 있다는 이 괘는 그야말로 위기가 기회라는 불변의 원칙을 잘 보여준다. ‘잘못을 저지른 것이 잘못이 아니라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또 다시 반복하여 잘못을 저지르는 것이 진정 잘못’이라는 ‘논어’의 글이 있다. 세상의 어떤 존재도 실수와 잘못을 저지를 수 있다. 다만 그 잘못을 인정하고 앞뒤를 잘 따져 정확한 원인을 찾아내고 앞으로 다시는 그 잘못이 발생되지 않게 한다면 그것이야말로 발전이며 진보이며 생존이라는 것을 잊지 말자. 그것이 바로 중용의 황금률이다. (기고문 전문은 동아닷컴·www.donga.com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박재희 민족문화콘텐츠연구원장○ 할아버지에게 한학을 배운 필자는 성균관대에서 동양철학 박사학위를 받고 중국 사회과학원에서 수학했다. 고전의 재해석을 통한 새로운 미래사회 가치를 연구하고 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를 지냈으며 현재 포스코 전략대학 석좌교수, 군자학교 교장, 민족문화콘텐츠연구원장으로 재직 중이다.
동아일보 입력 2014-09-12 03:00:00 / 박재희 민족문화콘텐츠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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