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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마지막 10년] 5060 "살 날 많은데 생계대책 없어" 3040 "老後? 당장 10년이 걱정"

풍월 사선암 2014. 9. 5. 08:39

[한국인의 마지막 10] 5060 "살 날 많은데 생계대책 없어" 3040 "老後? 당장 10년이 걱정"

 

[··세대별 고백]

 

대통령과 동갑 52년생 - "아들 결혼비용 보태야되는데 아프고 돈 없고 일할 데 없어"

샌드위치 신세 62년생 - "아이 교육비에, 老母 간병비에불안해서 자격증 18개 땄죠"

'응답하라 1994' 주인공 75년생 - "IMF 취업난집값 상투잡아 대출 이자 갚기도 버거운 판"

연애·결혼·출산 '삼포세대' 84년생 - "간신히 취업해도 목돈 줄줄이연금요? 장가갈 돈도 없어요"

 

장수(長壽)가 축복이 되려면 '마지막 10'을 경제적으로 넉넉하게 보낼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취재팀이 통계개발원 조사연구실 오진호 사무관에게 맡겨 세대별 인생 패턴을 분석한 결과, 젊은 세대로 갈수록 오히려 준비가 어려워졌다.

 

52년생 "살 날은 많은데"

 

한국은 사회 변화가 워낙 빨라, 나이 차이가 10년만 벌어져도 세대가 갈라지고, 각자의 난관도 전혀 다르다. 현재 일하는 한국인은 크게 네 세대다. 실제로 취재팀이 만나본 네 세대는 차이가 뚜렷했다.

 

우선 52년생 강옥규(가명·62). 박근혜 대통령과 동갑이다. 충남 부여에서 열여섯 살에 상경해 안 해본 막일이 없다. 목공소 하다 문 닫고, 목수 일로 일당을 번다. 작년 여름 손을 다친 뒤 돈벌이를 못 했다. 그는 "마이너스 통장으로 버틴다"고 했다.

 

"모아둔 돈도 없고, 써주는 데도 없어요. 마누라가 시장에서 아르바이트하다가 몸이 안 좋아 관뒀어요. 저도 당뇨가 있습니다. 당장 내년에 아들이 장가가는데 보태줄 능력이 안 돼요. 올 추석에 차례 지낼 비용도 부담스러워요. 마지막 10? 겁나죠. 근데 대책이 없어요."

 

62년생 "우린 샌드위치 신세"

 

이봉균(가명·52)씨는 62년생 81학번이다. 경기 좋을 때 취직해 20년 직장생활 하다가 지금은 꽃집을 한다. "요즘 젊은 애들보다야 취업이 쉬웠지요. 하지만 저희 또래는 위·아래에 치여 노후 대비를 못 했어요. 40~50대엔 애들 교육비 대느라 정신없었고, 지금은 노모(81) 간병비가 월 300만원 들어요."

 

그는 간간이 대리운전을 나간다. "마지막 10년을 생각하면 불안하다"고 했다. "저는 국민연금도 몇십 만원 안 나와요. 아직 반도 안 살았다고 생각해요. 장례지도사를 포함해 자격증을 18개 따놨어요. 자식들한테 '(대학 이상은) 너희들 힘으로 공부하라'고 했어요. 주위 친구들 보면 다들 아직 정신 못 차렸어요. '그래도 자식이 우선'이라고 해요."

 

75년생 "기회가 없는 세대"

 

서정수(가명·39)씨는 75년생 94학번이다. 인기드라마 '응답하라 1994' 주인공이 이 세대였다.

 

군사독재가 무너진 뒤 자유로운 대학생활을 즐겼지만, 대학 졸업할 때 IMF 위기가 닥쳐 '원조 취업난'을 호되게 겪었다. 간신히 취업한 뒤 집값 뛰는 게 겁나서 8000만원 대출 끼고 30평 아파트를 샀다. "원금요? 6년째 이자만 물고 있어요."

 

세차장에서 시급 받는 60대 아르바이트생을 보고 '끝까지 직장 다녀야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자신없어요. 우리 회사 정년이 58세지만, 쉰 넘으면 다 나가지, 그거 채우는 사람 못 봤어요. 저도 마흔인데. 마지막 10년보다, 당장 10년 뒤가 걱정이에요."

 

84년생 "장가도 못 가는데"

 

이성경(가명·30)씨는 취업난이 워낙 심해 연애·결혼·출산을 포기한다는 이른바 '삼포세대'.

 

최근 주위 사람이 연금 들라고 권하길래 속으로 '결혼할 돈도 없는데 무슨' 했다. "대출 없인 서울에 전셋집도 못 구해요. 저보다 큰 회사 다니는 친구들도 부모님 도움 없인 결혼도 못 하고 집도 못 사요. 나중에 우리가 나이 먹으면? 나라에서 어떻게 해주지 않을까요? 개인이 뭘 어떻게 해볼 방법이 없잖아요?"

 

동갑내기 공무원 장인선(가명·30)씨는 "간신히 취업하고 결혼해도 목돈 들어갈 일이 줄줄이 보여 노후가 비집고 들어올 틈이 없다"고 했다. ", 저희 말고 부모님 노후요? 요즘 부모님 모셔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 거의 없잖아요. '용돈 정도 드리면 되지, 내가 잘 먹고 잘살면 되지' 하는 성향이 강해요."

 

물고 물리는 부담

 

오진호 사무관은 "위의 두 세대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는데 지금 당장 뭘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고, 아래 두 세대는 위 세대가 고생하는 걸 뻔히 보면서도 저축을 하거나 자산을 불릴 기회가 없다"고 했다. 결국 세대가 내려갈수록, 준비 없이 노년에 접어드는 사람이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늘어날 수 있다.

 

[한국인의 마지막 10] 世代 내려갈수록'경제 수명'은 짧고 人生은 길다

 

이혼율 늘어 더 외로운 노후

 

머리로는 누구나 노후 대비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면서, 왜 막상 마지막 10년이 닥치면 대다수가 궁핍하고 고독해질까? 분석 결과, 두 가지 현상이 뚜렷했다.

 

배우는 기간 길어지고, 돈 버는 기간 짧아졌다

 

정확한 대학 진학률 기록은 1980년대치부터 있다. 박근혜 대통령과 동갑인 52년생은 그전 세대에 속하는데, 열 명 중 세 명꼴이 채 안 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후 대학 진학률이 큰 폭으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대학 정원이 대폭 늘어난 81학번의 경우, 세 명 중 한 명이 대학에 갔다(35.3%). 94학번으로 내려오면 대학 가는 사람이 절반 가까이 됐다(45.8%). 03학번인 84년생은 열 명에 여덟 명이 대학에 진학했다(79.7%).

 

반대로 취업난은 갈수록 악화됐다. 돈 버는 젊은이가 계속 줄었다. 52년생과 62년생은 스무 살 때부터 스물아홉 살 때까지 나이를 먹을수록 돈 버는 사람이 차곡차곡 늘어났다. 이와 달리 75년생과 84년생은 스무 살 초입에 아르바이트로 반짝 돈을 벌다가, 서른 살이 가까워지면 오히려 돈 버는 사람이 감소하는 패턴을 보였다. 오진호 통계개발원 사무관이 "장기적으로 보면, 부모와 자식이 둘 다 괴로워지는 구조"라고 했다. 부모는 부모대로 다 큰 자식 뒷바라지하느라 노후 준비 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놓친다. 자식은 자식대로 저축할 수 있는 기간이 줄어, 중장년이 되어서도 지금 부모 세대만큼 기반을 닦아놓지 못하기 쉽다.

 

외톨이가 늘어났다

 

세대별로 '환갑 이후의 여생'이 얼마나 되는지 계산해보니, 52년생은 60세를 넘긴 뒤 평균 20~25년 더 살 것으로 나타났다. 62년생은 21~26, 75년생은 23~27, 84년생은 24~28년의 인생이 환갑 뒤에 남아 있었다. 이에 따라, 같은 해 태어난 사람 중 여든 넘어 사는 사람의 비율도 빠르게 올라갔다. 52년생은 출생 인구 열 명 중 다섯 명만 여든을 넘기는데, 다음 세대로 가면 그런 사람이 열 명에 일곱 명, 여덟 명으로 계속 늘었다.

 

동시에 결혼하는 사람은 줄어들고, 결혼하는 나이도 뒤로 밀렸다. 이혼율이 한동안 오르다 이제 주춤했다고 하지만, '제자리걸음'을 하는 데 가깝지 다시 옛날처럼 낮아지진 않았다. 1인 가구 비율은 단 한 번도 꺾이는 일 없이 증가 일로를 갈 것으로 추정됐다(200520.0%203032.7%). 인생은 점점 길어지는데, 길어진 인생을 함께 보낼 사람이 없어 결국 외톨이가 되는 사례가 증가한다는 뜻이다.

 

조선일보 입력 : 2014.09.05 03:02